회사에는 마산과 부산에서 오래 살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직원이 있다. 그 직원이 가끔씩 하는 말.

"난 절대로 사투리 안 써!"..

어쩌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사무실에 놀러오면 그 직원 왈.

"아따 그 양반 사투리 심하네!"..

그리고 영화<친구>를 같이 보고 나온 후 그 직원 하는 말.

"좋은 영화야. 경상도 사투리가 을마나 멋있는지를 보여주는 영화라이까."

영화<친구>는 건달의 품위가 어떻게 지켜지는지, 오래 두고 가까이 사귄 벗에게 의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에 알딸딸하게 섞어 보여주는 영화다.

준석(유오성), 동수(장동건), 상택(서태화), 중호(정운택). 이들은 생김새, 성격, 성적, 집안 환경, 그리고 미래가 서로 다른 어렸을 적부터의 친구다. 상택은 곽경택 감독의 페르소나로 미국유학을 가는 엘리트, 중호는 결혼해 횟집을 차린다. 그나마 싸움을 가장 잘하는 학교의 '통' 준석과 '부통'이었던 동수는 둘 다 건달이 되는 길을 선택하지만 서로에게 칼을 휘둘러야 하는 반대파에 속하게 된다. 그리고 네 명의 따뜻한 눈길을 함께 받았던 여자 진숙(김보경)이 있다.

이런 정도의 줄거리라면 으레 "건달이야기, 뻔하지..."하며 혀를 찰 만 하지만 곽감독의 <친구>에는 시시껄렁하거나 지루한 건달의 허세는 없다. 73년부터 93년까지 곽 감독 자신의 이야기를 현실적인 영화언어로 말하고 있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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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밥 먹는 네 친구
ⓒ 시네라인2
소독차를 따라다녔던 기억, 가게에서 몇 원하던 껌 몇 개를 슬쩍했던, 남녀 칠세 이전에는 빤스라는 실용적인 수영복에 검정색 튜브를 들고 헤엄치러 다녔던 기억, 혹은 롤러스케이트장에서의 흥겨운 추억. 곽감독은 우리 어렸을 적 아련한 향수를 불러내어 노스탤지어의 미묘한 순수를 흡수하게 하는 매력을 십분 발휘한다. 그럴 때마다 촉촉이 적셔지는 눈가. 제길, 이거 건달영화 맞아?

서로가 적이 되는 친구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를 보면 영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가 쉽게 떠오르지만 영화 <친구>는 보다 세련된 느낌을 준다. 유오성의 차가운 눈매가 진실되게 웃을 때, 혹은 장동건의 멋있는 입가에서 격한 사투리와 욕이 쏟아져 나올 때, 진정한 연기란 게 저런 거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 연기의 리얼리티가 주는 긴장 혹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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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톡 튀어~~
ⓒ 시네라인2
기차게 싸우고 기차게 뛰어 다니는 네 명의 친구를 따라 움직이는 카메라는 꼭 뮤직비디오를 찍는 듯 활기차고 생동감 있다. 이때 쏟아지는 음악이 하필 'Bad Case of Loving You'라니... 영상과 음악의 환상적인 결합이 아닌가?

거기에 'Come Back'과 'Call Me'의 음악까지 합세해 80년대의 분위기에 흠뻑 젖게 되니, <친구>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단지 그들의 빳빳한 교복을 바라봄에 있지만은 않다.

어렸을 적 네 명의 친구들이 바닷가에 둥둥 떠 있을 때, 중호(정운택)가 뜬금없이 물어보는 질문.

"니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하고 거북이하고 헤엄치기 시합하믄 누가 더 빠른지 아나?"

이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문장 그대로 해석하는 우를 범하지 말자. 누가 누구와 얼마만큼 친한가를 알아보는 방법 중 가장 유치하면서도 쉬운 방법은 '누구 편을 들어주는 것인가'이다. 서로가 더 친한 만큼 같은 편을 들어주어 친구끼리의 우정과 의리를 재어보던 우리 어린 시절. 영화 <친구>는 바로 그런 영화다. 특히 남자들의 동물적인 소유욕을 한껏 보여주는 '내 것' 만들기 영화. 친구도 여자도 '내 것'이어야 한다. '남의 것'이 됨으로 불거지는 많은 문제들은 사실 남자들의 은밀히 치밀어 오르는 부아와 질투 속에서 생기는 것이 아닌가?

준석(유오성)과 동수(장동건)의 우정도 결국은 그런 맥락에서 이어져 있다. 영화를 보면 준석과 상택(서태화)이 속마음을 털어놓는 가장 친한 친구인 듯 등장하지만, 끈끈한 의리와 같은 처지 속에서 키워나간 준석과 동수의 우정은 서로 같은 편이 되어주고 서로 '우리의 것'이 되는 건달들의 의리와 우정인 것이다. 그 황금같은 의리와 우정이 깨어졌을 때 건달은 죽거나 혹은 쪽팔리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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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들 사이에 의리만큼 중요한 게 있을까? 음... 비장하도다!
ⓒ 시네라인2


"쪽팔려서.." 그러나 자신이 죽인 동수와의 의리와 우정을 다시 찾기 위해 차마 거짓을 말하지 못하는, 혹은 자신의 위상을 지키기 위해 여러 사람이 보는 앞에서 위증을 할 수 없었던 준석. 그에게서 건달의 품위와 친구와의 의리를 빼면 무엇이 남을까?

<억수탕>, <닥터K> 이후 곽경택 감독이 내놓은 빼어난 수작이며 또한 몇 년만에 보는 괜찮은 건달영화. 흠을 잡는다면 영화 <친구>의 남성적인 요소로 지숙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것, 그게 아니라면 여성관객을 의식한 감독이 일부러 로맨스를 끌어내기 위해 진숙을 잠시 이용했거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준석. 그는 1973년의 어느 여름날, "니 아시아의 물개 조오련하고 거북이하고 헤엄치기 시합하믄 누가 더 빠른지 아나?"라고 묻는 중호의 대답에 뭐라고 대답했을까? 혹은 누구의 편을 들었을까?

덧붙이는 글 | 제작: 시네라인2 
제공: 배급: 코리아픽쳐스
감독: 각본: 곽경택
출연: 유오성, 장동건, 서태화, 정운택, 김보경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17분
관람등급: 18세이상 관람가
개봉일: 3월 31일
공식 사이트: www.chingu4.co.kr

 - Bad Case Of Loving You -
                             sung by Robert Palmer

A hot summer night, fell like a net
I've gotta find my baby yet
I need you to soothe my head
Turn my blue heart to red

# Chorus
Doctor Doctor give me the news
I've got a bad case of lovin' you
No pills' gonna cure my ill
I gotta bad case of lovin' you

A pretty face don't make no pretty heart
I learned that buddy, from the start
You think I'm cute, a little bit shy
Momma, I ain't that kind of guy

# Chorus

I know you like it, you like it on top
Tell me momma are you gonna stop

You had me down 21 to zip
Smile of Judas on your lip
Shake my fist, knock on wood
I've got it bad and I've got it good

2001-03-30 14:44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제작: 시네라인2 
제공: 배급: 코리아픽쳐스
감독: 각본: 곽경택
출연: 유오성, 장동건, 서태화, 정운택, 김보경
장르: 드라마
러닝타임: 117분
관람등급: 18세이상 관람가
개봉일: 3월 31일
공식 사이트: www.chingu4.co.kr

 - Bad Case Of Loving You -
                             sung by Robert Palmer

A hot summer night, fell like a net
I've gotta find my baby yet
I need you to soothe my head
Turn my blue heart to red

# Chorus
Doctor Doctor give me the news
I've got a bad case of lovin' you
No pills' gonna cure my ill
I gotta bad case of lovin' you

A pretty face don't make no pretty heart
I learned that buddy, from the start
You think I'm cute, a little bit shy
Momma, I ain't that kind of guy

# Chorus

I know you like it, you like it on top
Tell me momma are you gonna stop

You had me down 21 to zip
Smile of Judas on your lip
Shake my fist, knock on wood
I've got it bad and I've got it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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