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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근(56) 전북도지사가 일행 33명과 함께 지난 12월 2일부터 9일까지 7박8일간 일본을 방문하면서 총 2억2000여만원을 사용했다. 사진은 유종근 도지사의 오찬 설명회 장면.ⓒ 전북도청
대통령 경제고문을 지낸 유종근(56) 전북도지사가 일행 33명과 함께 지난 12월 2일부터 9일까지 7박8일간 일본을 방문하면서 총 2억2000여만원을 사용해 과다 지출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히 유 지사는 동행한 15명의 기자 여비 2800여만원을 도비로 지출했다.

전북도는 이번 일본 방문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와 2001년 10월에 열리는 '2001전주세계소리축제'(우리소리의 세계화와 문화상품화를 위한 행사, 이하 소리축제) 홍보라는 두 가지 목적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유종근 도지사가 일본방문때 '거느리고' 간 인원은 전북도 공무원 9명, 기자 15명(지방기자 3명, 중앙 신문사 기자 5명, 중앙 방송사 기자 7명), 기획사 직원 6명, 전북도 의원 2명, 소리축제 조직위원 2명 등 35명이다.

전북도는 유 지사를 비롯한 공무원과 지방기자에게 여비 명목으로 4900여만원을 지출했다. 또 전북도의 산하 단체인 소리축제 조직위(위원장 유종근 도지사)는 일본방문시 현지 설명회 개최와 주요 관계인사 면담 등 홍보 활동 일체를 대행해준 서울 J기획사에 모두 1억7000여만원을 주고 계약했다. 따라서 전북도가 일본 홍보 방문에 지출한 금액은 모두 2억2000여만원에 이른다.

문제1: 도민의 세금으로 기자들에게 공짜 인심쓴 유 지사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여비산출내역서'(전북도 작성)에 따르면 전북도는 동행한 A 기자 한사람을 위해 총 284만 2593원을 지출했다. 숙박비등 국외 여비 약 177만원, 항공료 약 63만원, 현지 교통비 약 42만원 등이었다. 특이한 것은 국외 여비에 숙식비 외에 '일비'로 일당 3만7천원을 책정해 지출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공무원도 아닌 취재기자에게 '일비'를 지출한 것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다른 동행기자들의 예비산출내역서도 A기자의 것과 거의 동일하다.

유 지사와 함께 일본 방문에 나선 기자는 전체 방문단 중 절반에 가까운 15명. 전북도는 이들의 여비 일체를 지출했으며 총 2800여만원이 넘는 비용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들여 공짜취재를 시켜준 유 지사는 일본 출장 사흘만인 12월 4일 밤 동행기자들로부터 폭탄주 18잔을 받아 마셔야 하는 곤혹을 치르는데에도 도민의 세금을 썼다.

구 분

단 가($)

일 수

일 비

30

7

210$(259,466원)

숙박비

가)급지

132

4

528$(652,370원)

나)급지

86

2

172$(212,515원)

식 비

가)급지

81

5

405$(500,378원)

나)급지

59

2

118$(145,795원)

국내차마임



19,400원

항 공 료



630,000원

현지교통비



422,650원

총계


2,842,593원

A기자의 여비산출 내역서(1$=1,235.55원/2000.12.1 기준)

기자들을 대거 데리고간 것에 대해 유 지사측은 "신문에 광고 내는 비용보다는 기자들을 데리고 가는 것이 (비용이) 더 적게 든다"고 말했다. 일본행사를 대행한 J기획사의 전 아무개 대표도 "유종근 도지사가 일본에 가는데 중앙기자들이 많이 따라가야 일본 언론에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동행기자들은 유지사의 일본출장 내용을 한두 차례씩 단신으로 보도했다. 그러나 그 정도의 '언론플레이'는 2800여만원을 아끼고도 할 수 있는 것 아니었을까? 일본출장을 다 마친 후 현지에서 도쿄특파원들과 기자회견을 갖거나 국내에 들어온 후 성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면, 출장이 기자들에게 뉴스거리가 될 만큼 알찬 것이었다면, 그것에 관심있어하는 언론은 그 정도의 보도는 했을 것이고 그 많은 도민의 세금을 절약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공짜 해외취재를 한 기자들도 문제지만 도민의 세금으로 '과대인심'을 쓴 유 도지사측이 더 문제가 있다.

한 중견언론인은 "기자들에게 공짜 해외취재를 '유혹'하는 것은 일종의 뇌물을 주는 것과 같다"면서 " 그런 문제의식 때문에 대통령이나 중앙부처 장관의 해외출장에 동행하는 기자들은 이미 4-5년 전부터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한 언론비평지의 편집장은 "언론사는 사기업이며 공짜 해외취재 제공은 국민의 혈세를 사기업의 영업이익을 위해 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문제2: 공무원 출장여비 잔액은 반납할 필요 없다?

유 지사와 공무원들의 여비 산출내역서에 따르면 유 지사는 7박8일 동안 약 7백여만원을 지출했다. 이 내역서에는 유 지사가 국외 여비로만 550만원을 지출했으며 31만원에서 24만원 상당의 호텔 방을 이용했다고 적혀있다. 다른 공무원들 역시 일인당 14만원 상당의 방을 이용했다.

그러나 유 지사 일행의 숙소 예약을 담당했던 J기획사의 전 아무개 대표는 "공무원들의 숙박비가 한정되어 있다고 해서 일본 여행사를 통해 호텔 비를 60% 할인, 일박에 7-8만원으로 예약해 줬다"고 말했다. 전북도의 관계자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따라서 (총 35명 일행 중 '전북인사'들 13명만을 대상으로 조사를 해봐도) 유 지사와 전북도 공무원, 지방기자들은 전북도로부터 숙박비로 모두 1100여만원을 지출 받은 것으로 지출내역서에는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 숙박비로는 600여만원만 지출했다. 500여만원의 차액을 남긴 셈이 된다.

구 분

단 가($)

일 수

일 비

50

8

400$(494,220원)

숙박비

가)급지

264

5

1,320$(1,630,926원)

나)급지

200

2

400$(494,220원)

식 비

가)급지

160

7

1,120$(1,383,816원)

나)급지

117

1

117$(144,559원)

현지차마임



700$(864,885원)

항 공 료



1,333,600원

현지교통비



538,040원

총계


6,884,260원

유종근 도지사의 여비 산출 내역서(1$=1,235.55원/2000.12.1 기준)

이에 대해 이번 출장의 재정문제를 담당한 전북도 국제협력관실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은 정해진 출장 여비를 지급 받으면 항공비 외에는 남은 차액을 반납할 의무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북도는 지난 12월 1일 이들의 여비를 결제하기 전에 기획사가 일본 여행사를 통해 숙박비를 할인해 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J기획사가 11월 16일 작성해 전북도에 보낸 견적서의 숙박비는 12월 1일 전북도가 실제로 지출한 지출결의서의 숙박비보다 30-50%정도 싸다. 전북도가 사전에 할인된 숙박비를 알고 있었으면 당연히 그에 맞춰 숙박비를 책정해 지급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 유 지사의 일본 방문에 대해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비용대비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진은 유종근 도지사와 오이타현 히라마쯔 지사의 기자회견 모습. ⓒ 전북도청


문제3: 2억2천만원 비용 대비 효과는?

소리축제 조직위원장이기도 한 유종근 도지사는 일본 현지 설명회 개최와 주요 관계인사 면담 등 홍보 활동 일체를 J기획사에 1억7천여만원에 대행시켰다.

J기획사는 각각 150여명의 정계, 언론계 인사가 참석한 설명회 세 차례에 모두 7600여만원을 썼다. 이 기획사는 또 설명회 참석 대상인 1000여명의 초청, 섭외와 통역 등 행사 진행에 현지 인력 15명과 J기획사 직원 6명의 인건비로 3600여만원을 지출했다.

그밖에 중앙기자 12명의 여비로 2050여만원을 지출했으며 기획사 직원 6명의 여비로 1250만원을 썼다.

항 목

금 액

기획·프로듀스비(진행, 매뉴얼제작 등)

¥300,000

연회장 관련비용(타이코쿠호텔 등)

¥4,001,340

제 작 물 관 계 비(초대장,프레스 킷)

¥2,033,300

운영 관계비

¥150,000

제경비

¥400,000

초대장 우송료

¥40,000

영업 운영비(5%)

¥346,232

소 비 세

¥361,544

합 계

¥7,632,416 (79,377,126원)

일본 현지 설명회 행사비 정산서

유 종근 도지사는 일본 홍보방문 기간 중 12월 4일부터 6일까지 후쿠오카, 오사카, 동경에서 현지 설명회에 참석했다. 유 지사는 설명회에서 소리축제 기간에 '한일우호주간'을 제정하여 2002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한일 각 10개 도시를 중심으로 문화교류 등을 하자고 제안했다.

유 지사는 또 두 차례에 걸쳐 재일본 전북 도민회와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유 지사는 6일과 7일 동경에서 하타 쯔토무 민주당특별대표, 하마요쯔 토시코 공명당 대표대행,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 등을 예방했다.

7일 고바야시 마코토 전 나가노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을 만나고 경기장을 시찰한 유 지사는 또 치하루 이가야 일본 IOC위원을 만나 전북에서 2010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는데 협조를 구했다.

이러한 유 지사의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조직위 내부에서조차 이번 일본방문의 '비용대비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소리축제 조직위의 한 관계자는 "조직위의 예술기획팀에서 프로그램조차 완성하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에 가 무엇을 홍보하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묻는다.

J기획사의 관계자도 역시 "일본으로 출발하기 전에 조직위에 프로그램을 요청했지만 주지 않아 결국 소리축제 본 행사는 홍보하지 못했고 그 부설행사인 '한일우호주간'만 홍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기획사가 1300여만원을 들여 제작해 현지 설명회에서 배포한 팜플렛에도 소리축제 본 행사와 관련된 내용은 없었다.

▲일본 현지 설명회에서 배포된 팜플렛. 그러나 소리축제 본 행사에 대한 내용은 없다.
한편 현재 소리축제 조직위는 2000년 예산사용과 관련 전북도 의회의 특별감사를 받고 있다. 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김남규(36) 시민감시국장도 전북도 산하 단체인 소리축제 조직위의 2000년 예산내역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해 놓고 있다.

김 국장은 "소리축제 본 행사도 아닌 부설행사를 홍보하기 위해 2억원이 넘는 돈이 지출되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며 "유 지사는 열심히 한다고 했겠지만, 모든 일정이 도민의 세금으로 쓰여진 것이라는 것을 매순간 느끼지 못한다면, 어떠한 훌륭한 행사도 도민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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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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