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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필자가 쓴 글 하나에 반론이 올라왔다. 필자가 쓴 구절들을 예시하며 하나하나 논박하고 있었다. 마치 운동권 시절 다른 정파에서 나온 문건을 가지고 '사상투쟁'을 하고 있던 것과 흡사한 광경이었다.

함께 좀더 여유를 가질 수는 없는 일일까. 무엇이 온라인상의 정치문화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나는 올해의 칼럼들을 마감하며 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각박하게 만들고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다.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우리의 정치적 토론도, 자신과 다른 견해를 용인하지 못하는 네거티브한 방식에서, 이제는 자신의 논리와 주장을 설득력 있게 제시하는 포지티브한 방식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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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판보다 더 살벌했던 오마이뉴스(유창선 기자)


'반론은 사상투쟁이 아니다'

유창선 기자님께.
유 기자님의 글에 대해서 반론 을 달면 저에게 '사상투쟁'이라는 낙인을 찍어주실까 두렵네요.

솔직히 지난번 기자님의 글에 대해 반론을 올리면서 유 기자님의 반론이 언제 올라오냐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좀 실망입니다. 제가 기대한 좀 더 날카롭고 논리정연하며 정곡을 찌르는 반론은 없고, 저에 글에 대해 '사상투쟁'으로 폄하하시는 인식에 대해 적잖이 실망입니다.

유 기자님의 이번 글에 대해 한마디만 더 인용하고 유 기자님께 몇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당신께 가한 반론이 '온라인상의 정치문화'를 거론할 정도로 대단한 글인가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제 글은 독자의견란에 반론으로 올리고 말 수도 있었지만 더 풍요로운 논의와 논쟁을 위해서 기사로 올린 글입니다.

유 기자님이 말하는 온라인상의 정치문화가 저는 새롭게 이해되지는 않습니다. 석박사들이나 국회의원이나 지방의원, 보좌관, 정치인이나 되야지, 또한 온라인 환경과 인터넷을 다룰줄 알아야지 '온라인정치문화'가 형성된다고도 생각지 않습니다.

시장에서 살아가는 상인과 택시기사의 시각, TV정치토론을 보면서 자신의 생각을 전화를 걸어 전달하는 시민, 오마이뉴스 같은 인터넷신문 독자의견쓰기에 험담이 아니라 실명을 올리며 자신의 주장을 펴는 일 모두 전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활정치에서 나아가 정치는 조직과 정당, 자금, 투표, 당선, 입각, 선거운동 등이 결합되면서 소위 정치가나 교수들이 말하는 '현실정치'로 발전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민의 말이나 시민의 주장을 제일 안 듣는 사람들이 누구입니까? 바로 정치인입니다. 정치평론가, 시사평론가들은 무엇입니까? 이들은 평하고 논평하고 쟁점을 이끌어내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들입니다. 물론 유 기자님도 그런 정치평론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그럼 제가 유 기자님의 글에 대해서 반박하면 그것은 '사상투쟁이 되고, 네거티브가 되고 급기야 오마이뉴스를 살벌하게 만드는 덜 성숙된 온라인 정치문화'가 되는 것인가요?

국회의원이나 정치인, 정치평론가들이 말하면 성숙되고 완숙된 고차원의 정치문화가 되고, 그것이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면 '온라인의 정치문화'가 되는 것인지요?

유 기자님의 이러한 인식에 동의할 수 없음을 명백히 밝힙니다. 정치를 특별한 것으로 여기고, 생활과 서민의 삶에서 분리시키는 모든 반정치적 행위야말로 정말 우리가 척결하고 타파해야 할 '일방향의 정쟁만을 위한 정치'가 아닌지 되묻고 싶습니다.

쌍방향의 민주정치, 쟁점에 대한 치열한 논쟁이 전개되야

반론의 말은 이만 줄이면서 몇 가지 유 기자님께 말씀드립니다.

첫째 '오마이뉴스는 유 기자님의 글보다, 유 기자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따뜻하고 인간적'이다는 것입니다. 연말을 마감하면서 유 기자님이 오마이뉴스에서 느낀 게 '정치판보다 살벌한' 것이라면 제가 오마이뉴스에서 느낀 점은 '인간적인 가능성이며 따뜻함'입니다.

둘째 우리의 온라인 정치문화가 발전하려면 정치개혁이 선행되야 하며, 온라인의 쌍방향성이나 미디어 민주주의가 더욱 발전해야 합니다. 아울러 인터넷등급제나 불법정보 규정 등 온라인 민주주의를 저해하는 정부와 당국의 강압적 법규제와 온라인악법이 없어야 합니다. 안티DJ사이트에 대한 경찰당국의 수사만 보더라도 온라인정치문화의 발전을 저해하는 주범이 누구인지 명확해 집니다.

셋째 유 기자님이 계속적으로 오마이뉴스에 정치전망대를 올리시려면 논점을 명확히, 논거를 명확히, 팩트를 정확하게, 결론을 명확히 하면서 더욱 날카로운 정치평론을 올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것도 옳고, 저것도 옳고, 이것도 나쁘고, 저것도 나쁜' 그런 글들은 우리의 정치문화나 정치개혁을 앞당기는 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글입니다.

'정치개혁 앞당기는 유 기자님의 글 기대'

넷째 유 기자님의 글이 정체성이 명확했으면 좋겠네요. 기자나 정치평론가들이 정치적 입장을 견지하기에 나쁜 것이 아니라, 밖으로는 중립인 척 하면서 안으로는 자신의 입장을 숨기면서 음성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강조하고, 정치권이나 유력한 당과 정치인에게 인정받기에 정신이 없습니다. 차라리 '난 누구편이다, 나의 입장은 이러하다, 이래서 그를 지지한다 또는 반대한다'를 명확히 해야 할 겁니다. 무원칙적이며 무당파적인 글을 쓰시려면 <정치전망대>를 중단하실 것을 제안드립니다.

저의 글에 대해서 불필요한 오해나 왜곡을 하지 않으시길 부탁드립니다. 끝으로 유 기자님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참으로 발전전인 '온라인정치문화'가 정착되는 데 유 기자님의 <유창선의 정치전망대>가 진정으로 한 몫 하길 기원합니다.

좋은 연말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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