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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대문경찰서에서 발생한 MBC 기자와 경찰들간의 충돌과 관련한 사건의 진실이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마이뉴스가 7일자로 당시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 내에 있었던 10여명의 일반시민중 5명을 인터뷰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사건 당일 남대문경찰서에서 일어났던 상황은 당초 인터넷 항명사건을 주도하며 네티즌들 사이에 뜨거운 논쟁을 야기했던 경찰측의 말에 더 가까운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당시 경찰서 내에 있었던 사람들이 조사를 받기 위해 와있던 입장이었고, 따라서 경찰측과의 어떤 묵계하에 인터뷰시 허위진술을 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사건의 비중에 비춰 이상하리만큼 침묵을 지키고 있는 대다수 언론들의 태도는 인터뷰 당사자들의 증언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특히 과거 어느 중앙일간지 여기자가 검사와의 술자리에서 성희롱을 당했다고 주장했을 때 언론들이 일제히 한바탕 난리를 떨었던 사실에 비춰보면, 군사독재 시절에나 가능했을 법한 경찰의 기자 손목에 수갑 채우기라는 큰 사건 앞에 언론이 지금처럼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남대문경찰서에서의 경찰이 기자에게 수갑을 채우고, 기자가 경찰서 집기를 때려부순 이 사건은 기사로서의 가치가 없었던 것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인터넷신문과 네티즌들에 의해 사건이 확산일로를 치닫고 있는 현재까지도 한결같이 답답한 침묵을 고수하고 있다. 왜일까?

이는 동업자 또는 동 업종의 언론사를 향해 비수를 들이대기 싫다는 빗나간 동지애의 발로일 수도 있고, 기자의 명예를 실추시키기 싫다는 그릇된 명예욕의 표출일 수도 있다. 그나마 다행인건 일방적으로 같은 기자의 편에 서서 사실과는 관계없이 경찰만을 몰아붙이는 오류는 범하지 않았다는 것 정도.

그러나 더 이상 침묵을 지켜서는 안된다. 언론의 기본사명은 사람들에게 올바른 사실을 알려주는 것이다. 아무리 동업자며 동 업종에 대한 의리(?)가 중요하다 할지라도, 밝힌건 밝혀야 한다.

그것이 언론의 존재 이유다. 또한 당시 경찰서내에 있던 사람들의 증언에 문제가 있고, 이것이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하도록 조작된 것이라면, 언론은 기자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이제 그만 침묵을 깨야 한다.

당시 경찰서 내에 있었던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 사건의 일단이 드러나긴 했지만, MBC기자 사건은 정확한 사실 여부에 대해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이 있다. 이를 명명백백히 밝혀내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경찰과 언론 등이 모두 함께 나서야 한다.

경찰은 사건 당시의 폐쇄회로 카메라 녹화테잎을 공개하고, 언론은 이를 토대로 사건의 진실을 사람들에게 가감없이, 성실히 알려야 한다. 또한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 대해서는 모두가 납득할만한 수준의 처벌을 가해야 하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한 사람에 대해선 피해를 충분히 보상해줘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건 이번 일을 계기로 자성과 자정 노력 등을 기울여 명백히 법에 의거해 처리해야 할 사안을 소위 ‘힘이 좀 있다’고 해서 편법을 동원해 유야무야 덮어버리는 따위, 경찰 등 권력기관과 언론 사이의 「부적절한 관계」를 청산함으로써 서로간의 관계를 「적절한 관계」로 재정립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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