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찾아 떠난 여행(58)

여행

꽃을 찾아 떠난 여행(58)

하늘 향해, 땅을 향해 핀 꽃들을 만나다

03.06.15 19:58l최종 업데이트 03.06.16 11:18l

김민수(dach)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감0 댓글댓글달기

▲ 백합

백합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백합의 그윽한 향내가 가득히 담긴 뜰에서면 세상의 어떤 근심들도 그 향기에 취해 잊어버리게 될 것만 같습니다. 순백색의 화려함과 자랑할 만한 향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고 있는 모습이 더 아름답습니다.

저에게는 잊혀지지 않는 백합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강원도 횡성의 깊은 산골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집 마당에 백합이 한 무리가 피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곁에는 가시나무가 심겨져 있었죠. 그 연유를 물었더니 바람이 불면 백합이 가시나무에 긁히면서 더욱더 진한 향기를 내기 때문에 백합 곁에 가시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백합을 보면 고난 속에서 더욱 진한 향기를 내는 꽃으로 각인되었습니다.

▲ 나리

백합과에 속하는 나리꽃, 대체로 나리꽃은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기 마련인데 제가 만난 나리꽃은 짧고 굵은 줄기를 하고는 하늘을 향해 피어있습니다.

어쩌면 바위틈에서 힘겹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의 상황이 척박하면, 견디기 힘들만큼 척박하면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다른 모습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내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나의 모습에 깜짝 놀라기도 하죠.

나리꽃은 척박한 곳에서 피어났지만 꽃은 너무나도 화사합니다. 오히려 그가 발 딛고 있는 척박한 현실이 그를 더욱 아름답게 했을 지도 모를 입니다.

척박할수록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의 세계를 보면서 우리들의 삶도 그랬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봅니다.

▲ 초롱꽃

방울방울 초롱꽃이 한창입니다.
작은 태풍에 힘없이 꺽여 보는 이를 안타깝게 했던 초롱꽃이 다시금 꽃대를 내고 풍성하게 꽃을 달았습니다. 많은 꽃을 피우고도 아직 피어날 더 많은 꽃들을 달고 있는 초롱꽃이 어두운 세상을 밝혀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종종이 땅을 향해 피어있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하늘보다는 땅이 어두웠나 봅니다.

초롱꽃의 속내를 보니 겉모습보다도 더 아름답습니다. 겉모습은 그저 하얀 색이려니 했는데 보라 빛 점들이 알알이 박혀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고, 평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외형적인 것에만 치중하는 우리의 삶의 모습은 없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 먼나무의 꽃

먼나무의 꽃은 작지만 단단하게 느껴졌고 하늘을 바라보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왜 먼나무일까 생각해도 상상이 잘 안갑니다만 머나먼 하늘을 바라보는 꽃의 모습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먼물'은 먹을 수 있는 물이라고 하는데 '먼나무'니 혹시 먹을 수 있는 나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어디까지나 먼나무에 대한 생각은 상상이었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 큰금계국

금계국이 길가에 활짝 피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합니다.
'금계'는 아시다시피 꿩과에 속하는 새로 아주 예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금계의 무늬 중에서 진노랑무늬가 닮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까요?

금계국은 하늘과 땅을 동사에 아우르고 있는 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막 피어날 시기에는 하늘을 바라보다 어느 정도 꽃이 모양새를 잡고 나면 꽃의 무게 때문에 땅을 바라보는 꽃입니다. 하늘과 땅을 아우를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 그런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