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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인제 고문이 27일 오전 10시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에 계속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취재/ 이한기 구영식 이병한 최경준 기자
사진/ 권우성 기자
동영상/ 디지털 미동


기자회견 후 주변풍경/김정훈 기자

"당의 좌경화 막겠다"/김정훈 기자

"두문불출 고뇌 거듭한 끝에" 경선 계속 참여 / 김정훈 기자

이인제 고문 집앞 풍경 "사랑해요, IJ" / 김정훈 기자

"높이 높이 날아라, 우리 이인제" / 김정훈 기자


이인제 후보 선대본 해단식 없이 해체...이 고문, 전주MBC 토론 참석

이인제 후보는 27일 기자회견 이후 논산과 마산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논산에서 전주로 내려갔다. 이 후보의 보좌관은 "28일 전주 MBC가 주최하는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전주로 향했다"고 전했다. 27일 오후 이 후보의 보좌진들은 휴대폰을 꺼놓은 채 외부와의 연락을 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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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중계] - 이인제 후보, 자택에 칩거하며 '고뇌'하던 날 / 특별취재팀

기자회견 직후 이 후보가 논산으로 출발한 뒤 김기재 선대본부장을 비롯해 원유철·이희규·이용삼·장성원 의원 등은 경선캠프인 여의도 동우빌딩에서 간담회를 갖고, 별다른 해단 절차없이 경선 캠프를 해체하기로 결정했다.

선대본의 한 관계자는 "의원들이 '해단식을 따로 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제안했으나, 김기재 본부장이 '후보가 기자회견에서 캠프를 해체하겠다고 했으면 그 자체가 해단식 아니냐'고 말해 따로 해단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선대본부장, 조직단장, 특보단장, 대변인 등 이 후보 캠프에서 직함을 가지고 있던 의원들은 자동으로 직함이 없어지면서 지지 의원으로만 남아 자원봉사식으로 선거운동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각 지지 의원들이 이 후보 캠프에 지원차 보낸 비서관들도 이미 일부가 철수했고, 다른 직원들도 캠프 사무실 폐쇄 작업을 시작했다.

한편 이인제 후보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캠프를 해체하고 조직 선거운동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은 향후 경선을 거치면서 눈에 띄게 두드러질 조직 이탈 현상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선대본의 한 관계자는 "선대본을 해체하지 않고 그대로 가면 캠프 내에서 동요가 많았을 것"이라며 "이 후보의 사퇴 여부를 두고 불거진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대립이 일정 부분 선을 넘게 되면 세가 급격히 축소되었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선대본을 해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조재환·이훈평 의원이 동교동계와의 연계성이라는 의미로 캠프에 있었는데 특보들 사이에 이들이 사실상 도움은 안되면서 이미지만 나쁘게 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선대본 해체는 이 기회에 동교동계와의 거리를 두고 앞으로 DJ와의 차별화를 표명할 가능성을 담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후보가 선대본 등 조직 선거 운동을 중단한 가장 큰 이유는 '만약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조직보다는 개인이 선거운동을 하다가 패배하는 것이 훨씬 부담이 적을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동교동계의 상당부분이 이미 노무현 후보쪽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무리 조직이 탄탄하다해도 민주당에서 동교동계를 상대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이왕이면 조직이 아닌 개인으로 참패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이 후보는 이제 '거추장스러운' 조직을 거두고, 혈혈단신 혼자 몸으로 '파이팅'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후보의 조직이 표면상으로는 해체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과연 물밑 작업까지 중단했느냐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인제 고문은 오전 기자회견을 마치고 경선 캠프인 여의도 동우빌딩에 잠시 머물렀다. 이 고문은 오늘 충남 논산 선영을 참배한 뒤 논산지구당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 뒤 경남 마산으로 내려가 지구당을 순회 방문하는 등 경선을 대비한 선거운동에 다시 불을 붙일 예정이다.

한편, 이 고문쪽은 27일 오전 창원KBS쪽에 전화를 걸어 "오늘 열릴 예정인 대선주자 토론 생방송에 참여할 수 있겠느냐"고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창원KBS쪽에서는 "이 고문이 불참을 통보해 토론 시간을 75분에서 45분으로 줄인 상태라 어렵다"고 답변했다. 창원KBS의 대선주자 토론회는 27일 오전 11시5분부터 생방송됐다.

오전 10시 기자회견..."경선 계속 참여하겠다"

- 후보 사퇴를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선 참여로 가닥을 결정하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국민경선제로 인한 정치개혁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나가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

- 경선 결과 패배하더라도 승복할 것인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

지난 25일 김중권 고문의 '경선후보 사퇴' 이후 모든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자택에 칩거하며 거취를 고민하던 이인제 고문이 경선에 계속 참여할 것을 선언했다. 이 후보는 방송 3사의 생방송으로 국민들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최선을 다하고 (패배하더라도)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다짐했다.

▲ 27일 오전 이인제 후보 캠프의 모습 ⓒ 오마이뉴스 최경준

이 후보 선거캠프는 지금, "착잡하다"

이인제 후보는 27일 다시 경선에 참여하기로 결정했지만 이 후보 경선대책위 참모들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이 후보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했던 한용상 경선대책위 기획위원장은 "(경선을) 하긴 하는 것인데 이기려고 한다기보다는 조촐하게 하는 것 아니냐"며 힘없이 말했다.

이 후보는 '21C 국가경쟁력 연구회' 사무실만 남겨놓은 채 선거캠프는 폐쇄할 방침이다. 이 후보는 또 자원봉사 활동 외에 모든 지역 조직 가동을 중단하고, 경선 당일의 연설과 TV 토론, 지역 순방 등을 하며 자신이 직접 국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할 방침이다. 97년 대선 때 버스 한 대로 전국을 돌며 500만표를 얻었던 '파이터'로 변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이런 전략변화로 '할 일을 잃은' 선거캠프는 맥 빠진 모습이다. 이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던 오전 10시께면 평소 캠프에서는 가장 바쁠 시간이다. 하지만 이날 사무실에는 빈자리가 여럿 보였고,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직원들마저 일손을 놓은 상태였다.

이 후보의 한 비서관은 "선거인단에게 전화하고, 만나자고 하고, 데리러 간다고 하고...다 쓸모 없는 짓"이라며 "이젠 이 후보를 그런 모든 것에서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지만 여전히 허탈해 하는 모습이다. 이 후보 캠프의 김윤수 공보특보는 캠프 분위기에 대해 "착잡하다"는 말로 일갈했다.
/ 최경준 기자
이 고문은 27일 오전 10시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 진의와는 달리 세를 형성하거나 어떤 세력에 의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진 점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국민과 당원 속에 뛰어들어 비전과 열정을 호소할 것"이라며 '경선 계속 참여'의 뜻을 밝혔다.

이 고문은 "온건한 진보세력과 건강한 보수세력을 포용해 당의 좌경화를 막고 중도개혁노선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며 노무현 고문의 '개혁 성향'을 간접 비판했다. 그는 또한 "흔히 주식시장에서 갑자기 폭등한 주가는 반드시 폭락한다"며 '노풍'을 겨냥했다.

또한 이 고문은 "일시적으로 명멸하는 거품을 거둬내고 국민 앞에서 가혹한 검증 과정을 거친 진정한 대통령감이 누구인가를 판단해 주기 바란다"며 노무현 후보와 정동영 후보에게 TV 토론을 통한 정책 토론회를 제의했다.

기자회견 내용 포인트

이인제 고문의 이 날 기자회견 내용에서 다음과 같은 점이 눈에 띈다.

첫째, 소극적인 경선 계속 참여 선언이라기보다는 공세적인 '국민 상대' 선거운동의 성격이 강했다. 이 후보는 기자회견의 대부분을 노무현 후보의 정체성과 노선을 문제 삼는데 할애했다.

둘째, 대세론이 사실상 소멸되었음을 인정하고 당내 세력(구 동교동계)에 더 이상 의지하지 않고 국민을 상대로 직접 호소하는 선거전략을 표방했다.

이 후보는 모두 연설에서 "그동안 저는 저의 진의와는 달리 어떤 세를 형성하거나 어떤 세력에 의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진 점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오로지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마음속에 뛰어들어 저의 비전과 열정을 직접 호소해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셋째, 이인제 후보는 앞으로 노무현 후보와의 이념적 차이를 부각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 날 회견에서 노무현 후보를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노 후보를 "길거리 급진개혁" 혹은 "좌경"세력으로 규정했다. 이 후보는 "저는 우리 당이 온건한 진보세력과 건강한 보수세력을 광범위하게 포용하여 당의 좌경화를 막고 중도개혁 노선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넷째, 이 후보는 노풍을 "일시적으로 폭등한 주가", "눈 앞에서 일시적으로 명멸하는 거품"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돕기 위한 TV를 통한 몇 차례의 정책 토론회"를 제의했다.

다섯째, 이 후보는 "저는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저의 땀과 눈물이 밴 새천년민주당의 경선을 통해 중도개혁세력의 승리를 기필코 만들어내겠다"고 밝혀 경선에 끝까지 참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렇게 이 후보가 단순한 '경선 계속'을 선언한 것이 아니라 공세적으로 노풍을 차단할 것임을 밝힘에 따라 앞으로 '노무현-이인제' 양쪽 진영 간의 뜨거운 공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인제, '노풍'을 잠재우다? 이 고문은 적어도 최근 며칠 동안 언론보도에서만큼은 '노풍'을 잠재우고 자신을 뉴스메이커로 부각시켰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경선 계속 참여' 발표 이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 후보 사퇴를 진지하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경선 참여로 가닥을 결정하게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국민경선제로 인한 정치개혁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 국민의 열망에 부응해 나가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

이 후보, 크게 지친 기색 없어

지난 25-26일 이틀 동안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이인제 사퇴설'은 방송 3사의 생방송 속에 마무리됐다. 27일 오전 10시가 조금 안된 시각 중앙당 기자실에 들어온 이 고문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고 말했고 이 말은 전국에 생방송으로 나갔다.

이 고문은 입을 굳게 다문 결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크게 피로한 기색은 없었다. 이 자리에는 김기재 경선대책본부장을 비롯해 전용학·원유철·이희규·송석찬·이훈평·조재환 의원 등 측근과 지지자 50여 명이 참석했다.

2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끝낸 이 고문은 곧바로 경선 현장으로 가지 않았다. 3층으로 올라가 한광옥 대표를 찾았다. 이 고문과 마주 앉은 한 대표는 "이 후보의 고뇌에 찬 결정을 당과 나라를 위해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잠시 어색한 침묵. 이 고문은 둘러싼 취재진을 둘러보며 "계속 있을 겁니까"라고 비공개를 요구했고 취재진은 "한 대표의 말에 답변을 해주시죠"라고 주문했다.

의례적인 요구를 받은 이 고문은 "당에 걱정을 끼쳐 미안하다"며 "앞으로 경선이 공정하고 자율적으로 치뤄지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둘은 악수를 해달라는 취재진의 요구에 포즈를 취한 후 비공개 면담에 들어갔다. 면담 시간은 약 5분. 이후 이 고문은 여의도 경선 캠프에 잠시 머물다 선영이 있는 충남 논산으로 차를 돌렸다. / 이병한 기자
- 당의 좌경화를 막겠다고 했는데 그 말은 노무현 후보를 염두에 둔 말인가.
"우리 당은 당명에도 명시된 것처럼 중도개혁정당이다. 온건진보세력과 건강한 보수세력을 광범위하게 묶어내는 중도·통합 세력이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노선은 당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나라의 발전을 위해서도 그 선택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저의 판단이다. 특정 후보 지칭 여부는 여러분의 자유로운 판단에 맡기겠다."

- 어떤 세를 형성하거나 어떤 세력에 의지하려는 모습을 타파하겠다고 했는데.
"나는 지난 대선 이후에 국민의 정부가 한나라당의 끊임없는 도전 앞에 어려움을 느낄 때 우선 국민의 정부에 힘을 실어 국가부도위기를 막아내는 게 옳겠다고 생각해 협력했다. 그리고 사회경제개혁과 남북관계에 관한 비전과 정책이 큰 차이가 없어서 아무 조건 없이 합당했던 사람이다.

그 후 국민회의에서 새천년민주당 창당의 주역으로서 총선에서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과거 단 한 석도 없던 제주·충청·강원 대부분에서 한나라당을 눌러 이기고 전국정당화에 일익을 담당했다.

지난 정풍쇄신 과정에서 제 입장을 분명히 제시했다. 우리 당의 모든 동지들은 김대중 대통령의 개혁을 뒷받침하는 사람으로서 외부에서의 공격은 몰라도 내부에서 동지들을 향해 화살을 날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은 힘든 개혁의 과제를 안고 있는 동지로서 소중하게 생각한다.

언론이나 일부 정치인들에 의해 특정계파의 지원을 받고 있는 것처럼 매도당할 때도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나는 특정 계파나 계보의 존재를 느끼지 못한다. 모두 동지로서 소중하게 생각한다. 대선후보 경선에 나설 때도 특정세력에 의지하지 않았다. 국민의 뜻과 당원들의 자유로운 판단에 따라 순리대로 경선에 임했다.

나는 과거의 모든 오해를 불식하고 정말 단기필마의 자세로 딱딱한 경선 조직도 해산하고 자발적인 지지자들과 뜻 있는 동지들과 함께 가장 가난한 선거운동을 통해 경선을 밀고 나가겠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 음모론이나 박지원 배후설은 어떻게 된 것인가.
"음모론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분명한 입장을 말하겠다. 어느 후보가 자신이 대선 후보가 되더라도 후보직을 내놓고 정계개편을 하겠다, 현재 지역정당 구도를 다 허물고 정책과 노선에 따른 정책정당구도로 질적인 개편을 하겠다고 하는데, 참으로 이것은 힘들게 하고 있는 국민경선을 부정하는 것 아니겠는가.

또 4월 27일이면 새로운 집단지도체제가 출범하는데 일개 후보가 이런 구상을 언론을 통해 어떻게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가. 그 배후에 뭐가 있지 않은가 하는 음모론이 정가에 파다하다. 제가 만들어낸 말이 아니다. 실명을 포함해 파다하게 돌아다녔다.

나는 지금 이 모든 문제를 경선 과정에서 극복해 나가며 모처럼 시작한 국민 경선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살려 반드시 경선을 성공적으로 이끌겠다는 결심을 밝히고 있다. 특정인에 대해 질문했는데 그 문제는 앞으로 여러 과정을 거치며 진위가 확인되고 사실관계가 규명되며 해결될 것이다."

- 경선 결과에 패하더라고 승복할 것인가.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깨끗이 승복하겠다."

- 경선에 끝까지 참여할 것인가.
"분명히 밝혔듯이 중도개혁주의 노선 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경제번영과 남북통일을 위해 극단적이고 급진적인 노선은 위험하다. 나는 이 시대가 요구하고 당의 강령에 명시된 중동개혁 노선의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 정계개편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좋지 않다.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한다. 물론 당과 당의 통합은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면 선거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은 자기 노선이 맞지 않는다고 흐트러뜨리고 새롭게 정당구도를 만드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있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 예전에 자민련과의 합당을 추진하겠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것은 정계개편 아닌가.
"당과 당의 통합은 명분이 있고 국민의 지지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이미 말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기 때문에 양당제로 갈 수밖에 없다. 정당은 중심이 튼튼하면 좌우에 다른 노선의 세력이 있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 차원에서 오래 전부터 그런 주장을 해왔다. 모든 것은 다 흐트러뜨리고 자기 맘대로, 자기 노선에 맞는 정당을 만들겠다는, 그런 주장을 한 적은 없다."

▲ 기자회견을 마치고 당사를 떠나는 이인제 고문. 맨 왼쪽이 이 후보 진영의 김기재 선대본부장. ⓒ 오마이뉴스 권우성

이인제 고문이 '경선 참여'를 선택한 까닭은?

이 고문은 왜 '경선 계속 참여'라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우선 국민참여 경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열기가 매우 높은 시점에서 음모론 등 증거가 뚜렷하지 않은 것을 근거로 사퇴를 할 경우 엄청난 국민적 비난을 면키 어려웠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97년 대선 때의 경선불복에 이어 이번에도 불복할 경우 '민주주의의 파괴자'로 낙인 찍혀 정치적 재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또 끝까지 경선을 치러 패배한다고 하더라도 6월 지방선거 이후의 상황변화 속에서 재기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는 계산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편에서는 이 고문의 이틀 동안의 장고가 '득표 전략'의 일환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즉 이번의 '시위'를 통해 노무현 고문쪽으로 기운듯한 '대세'를 향해 '나 이인제를 이대로 코너로 몰면 판이 다 깨진다'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하면서 오는 주말의 경남과 전북 경선에서 그 효과를 노렸다는 분석이다.

▲ 지난 24일 춘천 호반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강원 경선 선거인단들이 전자투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주말 정치드라마, 국민경선제의 '흥행 대박' 이어질까?

이인제 고문의 27일 장고 끝 '고(GO)' 발표로 민주당은 일단 활기를 찾은 분위기다. 월·화 이틀동안 '국민경선제 자체가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감돌았지만 다시 경선 준비에 탄력이 붙었다.

4월 18일부터 열흘간으로 예정된 세계최초 전국 인터넷 선거를 준비해온 허운나 민주당 의원은 "사실 그동안 어쩌면 인터넷 선거고 뭐고 다 날라가는 것 아닌가 걱정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 다시 인증이나 24시간 모니터 등 인터넷 선거 준비에 탄력이 붙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려의 기운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평균 공중파 시청률 약 7∼8%, 오마이뉴스 동영상 생중계 동시접속자 5500명 등 폭발적인 국민적 관심을 끈 국민경선제였지만 이미 음모론이나 배후론, 색깔론 등으로 얼룩지기 시작해 이제 예전과는 다르지 않겠다는 전망이 그것이다. 여기에는 3주간 6회를 거치면서 식상해지기 시작했다는 시기적인 문제도 겹쳐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본적으로 선거인단의 85%가 남은 상황에서 누구도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한, 국민적 관심은 계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당장 이번 주말과 휴일 치러지는 경남(30일)과 전북(31일) 경선은 하루사이에 영남과 호남의 민심을 체크해보는 묘미가 있다. 여기에 점점 증가하는 선거인단 수도 또하나의 흥행요소다.

임채정 민주당 의원은 "국민참여의 장을 만들어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끌어냈던 국민경선이 만일 배후론·색깔론 등 구태에 의해 얼룩진다면 국민의 지지가 상처를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면 신명나고 흥분되는 축제라기보다 승부에만 집착하는 칙칙하고 어두운 게임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국민경선이 참신한 국민적 축제가 될 것인가, 아니면 구태와 다름없는 칙칙한 게임이 될 것인가. 이는 거의 전적으로 후보들의 선거운동방식에 달려있다. 임 의원은 국민경선제의 '흥행'여부를 묻는 질문에 "전북 경선이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이병한 기자


'음모론'은 사라지고 '색깔론'만 남아

이인제 고문은 25-26일 이틀 동안 고심한 끝에 결국 '경선 참여'를 결정했다. 이 고문을 고민하게 한 것은 '음모론'이었다. 노무현 고문을 띄어주고 자신을 고사시키려는 '배후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고문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세 명의 배후 인사를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뚜렷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이 고문 진영에서 제시한 증거라고는 '노무현-박지원 유착설'과 '유종근 전북지사 사퇴압력설'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충분하지 않았다. 오히려 음모론은 그에게 역풍으로 작용하는 듯했다.

이 고문은 바로 이 점을 고려해서인지 오늘 기자회견에서는 음모론에 대해 강하게 얘기하지 않았다. 고작 "권력이나 외부의 세력에 의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선 분위기가 훼손되는 일이 생긴다면 저는 여러분과 더불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를 단호히 배격해 나갈 것"이라는 '원론'에 그쳤다.

▲ 당사로 들어선 이인제 고문에게, 26일 집 앞에서 '지지 시위'를 벌였던 한 여성이 다가서려하자 측근들이 제지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만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그는 노무현 고문이 제기한 정계개편을 음모론과 연결시키며 은근히 색깔론을 부추겼다. 음모론이 사라진 자리에는 '보·혁 논쟁'이라는 색깔론이 똬리를 튼 것이다. 오늘 기자회견의 핵심도 사실 이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이 고문이 "민주당은 서민, 중산층의 광범위한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지 결코 편향된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 아니다"라고 밝힌 것까지만 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한 얘기였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더 나아가 "우리나라를 살려내고 우리 경제를 살찌우는 것은 바로 우리 당의 강령에 명시된 중도개혁이지, 결코 길거리의 급진개혁이 아니다"고 주장한 것이다.

'길거리의 급진개혁'은 바로 노 고문을 지칭한 것이다. 그는 또한 노 고문을 겨냥해 "인기영합적 급진개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이 온건한 보수세력과 건강한 보수세력을 광범위하게 포용하여 당의 좌경화를 막고 중도개혁노선을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하며, 이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할 것을 다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고문이 이후 경선과정에서 노 고문과의 대립각을 어떻게 세워나갈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중도개혁과 급진개혁의 대립을 부각시키는 일종의 '색깔론 전술'을 펼 전망이다. 그는 노 고문의 이념적 문제를 거론하며 '불안정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내에서조차 이러한 색깔론이 먹히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김원길 의원도 "지난 대선에서 자민련과 손을 잡았을 때 걱정이 많았는데 실상 보니까 차이점은 별로 없었다"며 "당의 정체성은 대선후보 한 사람이 아니라 당과 당원에 의해 확보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후보쪽 "음모론 근거부터 해명하라"

한편 노무현 후보측의 유종필 공보특보는 "이 후보가 제안한 TV정책토론을 하려면 이 후보가 먼저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음모론의 근거를 제시하고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특보는 또 "노 후보가 주장하는 정계개편은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지키면서 민주당을 개혁적 국민정당으로 확대강화하자는 것"이라면서 "당을 깨려고 한다, 당 밖에서 보혁구도로 몰아가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히 왜곡"이라고 말했다.

"근거없는 음모론에 대해 사과부터 하고 (경선에) 참여하는 게 도리이다. 선의의 경쟁을 위한 당당한 참여가 아니라 당을 해칠 의도를 가진 참여라면 당원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공격을 하려거든 노무현 후보를 공격하라. 왜 소중한 당을 깨고 청와대를 흔드는가.

이인제 후보가 정책토론회를 제안했는데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음모론에 대해 먼저 해명하고 토론하는 게 좋다. (음모의) 근거가 있으면 근거를 밝히고 근거가 없으면 사과부터 하고 다시 시작해야 한다. (토론회) 거부가 아니다. 세상이 뒤집어질 것 같은 주장을 해놓고 그것에 대해 아무 해명도 없다면 그 신뢰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당 내외에서 인정할 만한 근거를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TV토론이든 뭐든 받아들일 수 있다. 이인제 고문이 경남지역 TV토론회 참석하지 않음으로서 당에 큰 오점을 남기게 됐다.

오늘 이인제 후보 회견을 보면 온통 나라를 흔들었던 음모론을 슬쩍 걷어들이면서 색깔론을 제기할 의도를 내비쳤다. 정치를 모략과 음해로서 해서는 안된다. 한나라당에서 했던 수법을 민주당에 와서 하면 되겠느냐. 새천년민주당은 과거 신한국당과 다르다. 과거 신한국당에서 했던 정치기법이 새천년 민주당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출신인 이인제 후보를 활용해 민주당을 해치려는 기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정계개편은 노무현 후보의 지론이고 그동안 공개적으로 주장해왔다. 노 후보가 주장하는 정계개편은 민주당의 정강정책을 지키면서 민주당을 개혁적 국민정당으로 확대강화하자는 것이다. 국민회의를 새천년민주당으로 확대한 것과 똑같은 것이다. 당을 깨려고 한다, 당 밖에서 보혁구도로 몰아가려고 한다는 것은 분명히 왜곡이다. "

정동영 후보 "경선을 축제로 성공시킬 공동책임 있다"

"적극 환영한다. 이인제 후보는 이제 끝까지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경선을 성공시키기 바란다. 우리 3인의 후보에게는 경선을 축제로 성공시킬 공동책임이 있다. 이제 국민대상 여론조사 1·2·3위 후보만 남게됐다. 국민들은 보다 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이인제 고문의 기자회견 모두 발언 전문이다.

국민과 당원 동지 여러분께 드리는 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지금 진행중인 우리 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 임하는 저의 새로운 각오를 밝히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여러분께서 잘 아시다시피 다수당인 야당의 험악한 공세에 맞서 새천년 민주당이 국민의 정부를 뒷받침하고 정권재창출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도록 오늘까지 열과 성을 다해왔습니다.

저는 또한 저의 땀과 눈물이 밴 새천년민주당의 대통령 후보가 되고자 우리당 경선에 나선 결과, 우리 당이 국민의 사랑을 되살려내고 있다는 점에 대해 크나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당 경선에서 유력주자가 잇따라 사퇴하고 또한 어떤 경쟁후보의 입에서 후보가 되더라도 기득권을 포기하고 정계개편을 추진하겠다는 상식밖의 주장까지 제기되는 등 경선과정에 외부의 힘이 작용하는 듯한 상황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전개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이번 경서이 진정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지난 2,3일 동안 두문불출 고뇌에 고뇌를 거듭하고 실로 많은 사람들의 말을 경청한 끝에 저는 어떤 문제나 의혹에 연연하기보다 성숙된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의 뜻을 받들고 정권 재창출을 이룩하는 일이 저에게 주어진 더욱 커다란 소명이라는 점을 재착 확인하였습니다.

그러나 권력이나 외부 세력에 의해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선 분위기가 훼손된다면 저는 여러분과 더불어 민주주의의 이름으로 이를 단호히 배격할 것입니다.

오히려 저는 이번 경선을 되돌아보며 국민과 당원이 저에게 베풀어주신 사랑보다 질책이 더 컸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자 합니다.

저는 지난 대선 이후 국민 여러분의 더욱 큰 사랑과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뼈아픈 자기 성찰 위에 저는 단기필마의 자세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그동안 저는 저의 진의와는 달리 어떤 세를 형성하거나 어떤 세력에 의지하려는 모습으로 비쳐진 점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오로지 국민과 당원 여러분의 마음속에 뛰어들어 저의 비전과 열정을 직접 호소해드릴 것입니다.

우리 새천년 민주당은 중산층과 서민의 광범위한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지, 결코 편향된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를 살려내고 우리 경제를 살찌우는 것은 바로 우리 당의 강령에 명시된 중도개혁이지, 결코 길거리의 급진개혁이 아닙니다.

실천적 중도개혁은 힘들더라도 참아가며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살찌위 미래의 희망을 키워가는 개혁이요, 인기영합적 급진 개혁은 내일의 희망을 포기하고 오늘 거위를 잡아먹는 어리석은 개혁입니다.

저는 우리 당이 온건한 진보세력과 건강한 보수세력을 광범위하게 포용하여 당의 좌경화를 막고 중도개혁 노선을 더욱 강화해야 하며 이를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다 바쳐 헌신할 것입니다.

흔히 주식시장에서 갑자기 폭등하는 주가는 반드시 폭락을 겪게되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지금 눈앞에서 일시적으로 명멸하는 거품을 거둬내고 국민 앞에서 가혹한 검증과정을 거치고 내일의 국가비전을 실천해나갈 진정한 대통령감이 누구인가를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이 자라에서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을 돕기 위해 다른 후보들에게 TV를 통한 몇 차례의 정책 토론회를 정중하게 제의합니다.

저는 어떠한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저의 땀과 눈물이 밴 새천년민주당의 경선을 통해 중도개혁세력의 승리를 기필코 만들어내겠습니다. 그리하여 우리당이 한나라당의 수구적인 극우노선의 도전을 물리치고 정권재창출을 이룩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저에게 사랑과 질책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큰 사랑과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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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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