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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20일.
의약분업과 관련 의사들의 폐업이 예고된 시한이다. 지루한 의사와 정부간의 다툼은 극을 치닫고 결국 의사들은 '진료 포기'라는 초강수를 던졌다. 이 '싸움'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환자와 시민들의 모습이 궁금해 대구 경북대병원을 찾았다.

오전 9시 병원 입구.
병원을 들어설 때 기자를 맞이한 것은 건물 곳곳에 붙어 있는 의약분업과 관련한 포스터였다. 하지만 그 내용은 달랐다. 결국 '의약분업'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전국의료산업노동조합』명의 선전물은 "7월 1일 의약분업을 국민건강권 확보를 위한 출발점"으로 규정하고 "의료계의 99년 의약분업 실시합의 사항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의약분업의 원만한 시행을 위해 정부와 의료계가 적극 대화"할 것을 주장했다.

이에 반해 경북대병원 『전공의협의회』는 "올바른 의약분업은 시행되어야 한다"고 동의하면서도 "현재의 졸속적인 의약분업은 재조명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현재 병원은 모든 진료창구가 폐쇄된 상황이다. 병원 관계자는 다행히 응급실은 평상시 진료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응급실 창구 앞엔 아직 많은 환자들이 밀려있진 않았다.

"『예고된 대란』은 '약발'이 먹히지 않는가?"
문득 뇌리 스친 생각을 병원 관계자가 바로잡아 준다.
"아침 9시는 아직 이른 시간이다. 보통 병원을 찾는 사람은 한두어 시간 후에나 밀려들지 않겠나?"

오전 9시 10분 응급실 창구 앞.
좀 전보다는 다소 많은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다. 환자들의 불편에 대해 대책을 세우는 병원직원들의 움직임과 진료를 어떻게 받아야 할지 대답을 찾는 환자들의 모습이 빈번히 보인다.
'이제 시작인가?'

창구 앞 의자에 걸터앉아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의 얘기를 들어봤다.
"한달 전에 분명히 예약하고 왔는데... 못 미더워서 여러 번 전화 해봤는데 오라 그카더라구. 그래서 이렇게 왔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면서 "내가 당뇨가 있어갔고 매번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오늘 못 받으면 안 된다 아이가..."

하지만, 의사들에 폐업이라는 집단행동에 대해선 너그러운 모습이다.
"그케도 의사선생님들이 할 말이 있으니까 안 카겠나. 김영삼 정부 때부터 약사들 편을 하도 들어줬으니까. 그라고 의료분업이란 게 불편해서 싫더라"

'의사선생님'이란 호칭을 잊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은 우리 국민들 모두 모습이고, 바람이다. 여하튼 시민들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대체적으로 용납하고 있을까?

오전 9시 24분 병원 밖 주차장.
앞선 질문의 대답은 '아니올시다'.
병원 주차장엔 한 줄은 나란히 선 채 각종 피켓, 현수막을 들고 있는 십 여명의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경산시민모임, 대구 참여연대, 녹색소비자연대 등 대구 각 시민단체가 참여했다는 이들의 손에는 "환자의 생명을 볼모로 한 불법폐업을 즉각 철회하라"는 내용의 선전물이 쥐어져 있었다.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정현수 씨는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 "의약분업 실시에 대한 여론화 등을 통해 조절했는데 또 다시 유보시키라는 것은 집단이기주의 발상"이라고 지적했고 의약분업에 대해서도 "한국은 약 남용 세계 1위 국가다. 국민들에게 노출된 약 남용의 위험을 제거해야 한다"며 의약분업의 조속한 시행을 강조했다.

아침 9시 44분 약 창구.
수 십명의 환자들이 한 창구에 매달려 무언가를 요구하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다가선 기자 앞엔 약봉지를 한아름씩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무슨 약인가? 어제 미리 진료를 마치고 약을 찾지 못한 환자들이 오늘에야 약을 탈 수 있었던 것.

병원 관계자 말인 즉, "어제 평소보다 엄청나게 많은 환자들이 밀렸다. 아마 오늘 폐업 때문인 것 같다. 어제 약을 타지 못하고 그냥 집으로 가야했던 환자들이 한 1,000명 정도 될거다"

오전 10시 10분 병원 내 홍보실.
의사들의 폐업에 대해 병원의 대처방안이 궁금했다. 병원 내 홍보실을 찾은 기자에게 한 관계자가 그 궁금증을 풀어준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외래진료는 어떻게 하고 있나?
"일체 외래진료를 받을 수 없는 실정이다. 전공의들이 모두 출근하지 않은 상태다."

▲응급실에선 진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현재 응급실엔 평소보다 많은 인력이 배치되어 있나?
"응급실의 진료는 전공의가 없어서 교수님들이 직접 환자를 보고 있다. 하지만 평소 60명 수준에서 32명 정도로 다른 날 보다는 훨씬 적은 숫자가 진료를 하고 있다"

▲오늘은 다행히 대체로 조용한 것 같은데...
"다행이다. 아무래도 방송에서 예고를 많이 했으니깐. 하지만 오늘이 지나고 23일 정도에 교수님들까지 손놓으며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다"

오전 10시 22분 응급실 앞 창구.
의사 폐업에도 불구하고 미리 병원에서 예약환자를 받은 모양이다. 응급실 앞에는 며칠 전부터 예약을 하고 왔다는 환자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병원 직원은 "오늘 예약환자는 약 700명 선 인 것으로 확인된다. 응급실에서 다소 진료를 하고 있지만, 모두 (진료)할 순 없고 투약환자만 받고 있다"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의 눈은 모두 응급실 대기실에 비치된 텔레비전을 향하고 있었다. "결국 의사들은 폐업을 하고 말았습니다. 각 병원을 찾은 환자들의 불편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TV 수상기를 보고 있는 시민들의 바램은 무얼까?

오전 10시 30분.
다른 병원의 상황이 궁금했다. 특히 동네 병원을 지키고 있었던 개업의사 들은 어떤 모습일까?
대구 의사회에 전화를 걸어봤다.

"지금 종합병원은 진료가 불가능한데 일반병원은 어떤가요?"
대답은 간단했다.
"모두 진료를 보지 않습니다."
"그럼 지금 의사들은 어디에서 뭐합니까? 특별히 집회나 행사가 있나요?"
"특별히 잡혀있는 일정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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