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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사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시작된 8일 저녁. 중앙일간지의 9일자 초판들은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에게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6일 노장관의 '언론과의 전쟁선포를 불사할 때가 됐다'는 발언에 대해 <한겨레>를 제외한 <조선> <중앙> <동아> <한국> <경향>이 일제히 사설 등을 통해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노무현씨의 언론전쟁' (조선일보)
'언론이 적인가' (중앙일보)
'권력의 길, 언론의 길' (동아일보)
'언론과의 전쟁불사라니' (한국일보)
'노무현 장관의 반언론적 망발' (경향신문)


2월9일자 일간지 가판들은 사설을 통해 '노장관의 언론과의 전쟁불사' 발언에 대해 강도높게 비난했다. 사설에서는 '망언이다' '협박이다'라는 식의 극단적인 표현과 인신공격성 발언은 물론,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한국일보)는 주장까지 담겨 있다.

언론사에 대한 한 장관의 발언을 두고, 5개 신문사 사설이 보여준 연대의식과 사설바탕에 흐르는 공통된 기조는 놀라울 정도다.

<조선>은 "과거 어느 독재 정권시절에도 들어보지 못했던 놀라운 발언이다"라며 "한마디로 이는 언론이라는 것이 당장 압살해 버리지 않으면 안되는 무슨 악마같은 존재라는 망상에서나 가능한 발상이며, 극단적 흑백론에 사로잡히지 않는 한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발언이다"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또 "그(노무현)의 발언은 언론 전체를 사악시하고 언론인을 범죄인시하며 언론현실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며 현정권과 노장관 발언의 관계를 밝히라고 요구했다.

<중앙>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는 "그(노무현)의 표현을 보면 마치 언론을 적이며 맞싸워 이겨야 할 상대로 간주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런 언론관이 그의 개인적 소신인지, 아니면 현재 집권층의 분위기를 표현한 것인지를 알고 싶다"고 밝혔다.

중앙은 이어 "노장관의 발언을 보면 이 정부가 그런 위험스런 언론관을 공유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고 전했다.

<한국>은 노장관의 발언에 대해 "심히 불쾌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도저히 국무위원 신분으로서는 할 수 없는 얘기"라며 "문제는 그의 이런 말의 품위가 아니라 언론을 타도대상으로 여긴 그의 사고방식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노씨는 하루빨리 장관직에서 물러나야 한다. 그리고 나서 품격높은 정치인으로서 소양을 닦기를 바란다"는 충고도 뒤따랐다.

<동아>는 "전쟁선포를 해야 한다니, 언론과 정권이 적대적 싸움의 상대란 말인가"라고 물었다. "언론의 역할을 적대시하고 전쟁의 상대로 여긴다면 그것은 언론자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의 '정부의 언론사 세무조사에 언론길들이기 의도가 숨어 있다'는 발언을 인용해 세무조사에 대한 심기불편함도 내보였다.

<경향> 또한 "노무현 장관의 반언론적 망발은 자유언론에 대한 어처구니 없는 협박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렇게 노무현 장관을 비난한 신문들은 왜 그가 '언론과의 전쟁불사'발언을 할 지경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차분한 분석은 하지 않았다. 그 어디에도 정연주 한겨레 논설위원이 '조폭적 수준'이라고 지적했던 대목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노 장관이 만약 "조폭적 언론과의 전쟁을 불사해야 한다"고 말했다면 어떠했을까. 노장관의 죄라면 그가 문제의 발언을 할때 '조폭적'이라는 말을 생략한데에 있지 않을까?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한 중앙일간지의 '보도'는 어떨까. 신문들은 1면 또는 주요면에 '세무조사가 시작됐다'는 내용의 짧은 기사를 실었다. 조선-중앙-동아는 정치면에서 재경위에서 오갔던 '언론 재갈물리기냐'라는 야당의원들의 세무조사 비난 발언을 자세히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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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23년차 직원. 시민기자들과 일 벌이는 걸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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