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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정구 교수(가운데)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글/박수원 기자
동영상/김정훈 기자
사진/노순택 기자


입국장 출입문을 바라보고 있는 기자들과 환영객들은 오랫동안 기다렸다. '8.15 평양 민족통일 대축전'에 참여한 방북단이 김포공항에 도착한지 1시간 30분만인 오후 3시 50분쯤 그 출입문은 열렸다. 남측대표단 김종수 단장은 입국장 출입문을 빠져나오자 마자 남북공동보도문을 낭독했다.

김종수 단장은 남북 공동보도문을 통해 "내년 8.15통일축전의 서울·평양 동시 개최와 서울 행사의 북측 대표단 참가를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막판까지 공동 보도문에 담고자 했던 ▲생사가 확인된 이산가족의 추석 선물 교환 ▲6.15 남북공동선언에 명시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속한 서울 답방▲백두산 관광을 위한 서울-삼지연간 직항로 개설 등은 관계기구와 합의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불신의 벽을 넘어 앞으로 앞으로 / 김정훈 기자

계란세례 받은 방북대표단 / 김정훈 기자



이어 김종수 단장을 비롯해 유병택 성균관 상임고문, 손장래 민화협 상임의장, 김동완 목사, 명진 스님 등과 함께 김포공항 국제선 3층 귀빈실에서 '2001년 민족통일대축전 남측대표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김종수 단장은 우선 출발 전부터 북쪽 방문 후의 상황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김종수 단장은 "여러 가지로 준비가 미흡해 불미스러운 점도 있었지만 부분별 대화를 통해 나름대로 성과도 있었다"고 입을 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정부가 북쪽 방문단에 대한 조사 방침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자가 몇 명이며, 이번 조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나.
"모두 16명에게 정중하게 조사 요청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16명 명단은 아직 통보 받지 못했다. 300여명이 넘는 방문단이 각기 다른 단체 소속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로 통제하기가 힘들었다. 참석자들이 통일논의에서 무엇을 말해야 하고, 무엇을 말해서는 안 되는지 정확히 몰랐던 것 같다. 크게 문제가 되는 부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해명의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

-통일연대가 공식적으로 개막식 참가를 주장한 것은 아닌가.
"그런 주장은 없었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잡음이 많았던 방북 행사였다. 앞으로 개선점이 있다면.
"부문별 행사 합의를 보면서 북쪽이 남쪽과 대화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불미스러운 문제에 대해서는 정치권과 함께 합의해 나갈 생각이다."

-내부적으로 통제가 되지 않았고, 왜 3대 헌장탑에 가지 말아야 하는지몰랐다면 문제가 아닌가.
"방북결정이 늦어지면서 의사전달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앞으로 새로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경대 정신`과 관련된 입장은.
"당사자에게 확인한 결과 만경대 생가를 방문해 무심코 쓴 글이었다고 말했다. 그 글이 파장을 일으켰다면 죄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종수 단장은 끝으로 "남북 관계 수준이 이 정도 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며 "통일이 단순히 북쪽을 지지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남쪽에 있는 4000만과 함께 하는 과정이 돼야 한다는 사실을 북쪽이 이해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남쪽 추진본부 대표단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후 5시부터 한나라당, 자민련, 민주당을 방문하기 위해 급히 자리를 떠났다.

공항에서 16명 연행

8.15 평양 민족통일대축전 행사에 참가한 남측 대표단이 6박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오늘(8월21일) 오후 2시 12분과 22분 아시아나항공 전세기 2대에 나눠타고 김포공항에 귀환했다.

서울지검 공안1부(천성관 부장검사)는 대표단 가운데 고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 방문시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라고 써 파문의 주인공이 된 동국대 강정구 사회학과 교수(56) 등 16명을 공항에서 임의동행이나 긴급체포 형식으로 연행했다. 이들 가운데 11명은 경찰 보안수사대에서, 5명은 국정원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또 김종수 남측대표단 단장 등 5명은 자진출두 형식으로 국정원 등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연행자 명단은 다음과 같다.

강정구(동국대 교수), 천영세(민주노동당 사무총장), 임동규(범민련 남측본부 부위장), 김규철(범민련 남측본부 부의장), 박종화(범민련 광주전남연합 사무국장), 김영제(민주노총 통일국장), 최규엽(민주노동당 자주통일위원장), 문재룡(범민련 남측본부 서울지역 부의장), 전상봉(한국청년단체협의회 의장), 권낙기(통일광장 공동대표), 권오헌(비전향장기수 송환대책위원회 위원장), 김세창(범민련 조직위원), 이천재(민주주의민족통일전국연합 공동의장), 천승훈(원광대 총학생회장), 최지웅(동아대 학생), 양승희(강원대 교지편집국장)

강정구 교수는 오후 4시경 긴급체포 형식으로 사법당국에 연행되기 직전 입국심사대 앞에서 미리 준비한 메모지를 읽어 내려가면서 방명록에 그런 내용의 글을 남긴 이유를 밝혔다. 강 교수는 "김일성 주석 가문이나 주체사상을 찬양할 의사가 없었다"며 "만경대 정신이라는 개념을 언론이 확인도 없이 멋대로 왜곡과장해 문제삼았다"고 말했다.

다음은 방북공동취재단이 정리한 강교수의 해명.

▲ 동국대 강정구 교수
ⓒ 오마이뉴스 노순택
보통때처럼 어느 장소를 방문하면 그런 생각이 나듯이 만경대와 북의 통일대축전을 하러 왔으니까 통일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를 잠시 고민했다. 만경대혁명열사 유자녀학원이 떠올랐다. 학원의 특징인 민족정기의 수립이 통일과 깊은 연관이 있다고 생각했다.

이 학원은 민족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해온 분들의 자녀를 특별 교육시키는 학교로 1940년에 세워졌다. 민족을 위해 헌신하고 충성한 분들을 기리고 자손에게까지 보상하는 것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이런 제도를 통해 민족정기를 더 많이 높인다면 통일을 위해 일할 사람이 많이 생길 것이고 통일을 앞당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만경대 정신이다.

만경대 정신은 민족을 위해 희생되거나 헌신한 사람을 기리고 자손에게까지 명예와 보상을 내림으로써 민족을 위해 헌신하도록 해 민족정신을 세우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만경대 정신이 없고 평소 나의 학문적 분석속에서 자리잡았고 그 동안 명시하지 않았다가 이번에 했다.

방명록 내용의 진의에 대해서는 김일성 주석 가문이나 주체사상을 찬양할 의사가 없었다. 단지 순간적으로 나타난 단상을 방명록에 가벼운 마음으로 썼다. 순간적 발상은 고난의 행군기간에 극복할 수 있다고 분석한 본인의 학문적 분석이 토대가 돼 가능했다고 본다. 이런 학문적 분석이 순간적이고 직관적인 발상으로 이어져 방명록에 표출됐다.

▲ 만경대에서 방명록을 적고 있는 강정구 교수(사진 오른쪽)
ⓒ 오마이뉴스 노순택
그리고 만경대 정신이라는 개념을 언론이 확인도 없이 멋대로 왜곡과장해 문제삼은 것이다. 언론의 올바른 가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혀 예상치 않았던 이 사건으로 본인의 방명록 기재가 결과적으로 국민 여러분에게 심대한 심려를 끼쳐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통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진통이라는 과정이 필연적이라고 본다. 이 사건도 진통의 과정으로 본다. 방명록 기재라는 사소한 일때문에 진통을 겪는 것은 민족과 통일을 위해 바람직스럽지 않다고 본다. 이런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통일 단체, 평양축전 대표단 사법처리 방침에 반발

애초에 방북단은 오전 11시 평양을 출발할 예정이었으나 남북공동보도문 작성 합의가 늦게 이뤄져 낮 1시10분 평양순안공항을 출발했다. 이 공동보도문은 내년 8.15행사를 서울과 평양에서 동시 개최하고 서울행사에 평양대표단이 참석한다는 것 등 5개항을 담고 있다. 공동보도문은 또 6.15공동선언정신을 더욱 발전시키고 민간단체 교류를 활성화시키며 일본의 교과서왜곡 및 독도영유권 문제에 공동대응한다는 것 등을 밝히고 있다.

재향군인회-통일연대 맞시위

방북단이 귀환한 김포공항의 (옛)국제선 2청사는 낮 12시부터 그들을 기다리는 '서로 다른 사람들'로 북적였다.

우선 청사 밖에는 두 시위대가 점심도 거른채 3시간여 구호를 외쳐댔다.

▲ 남북한공동행사 참가자들을 환영하기 위해 나온 통일연대 소속 300여명
ⓒ 오마이뉴스 노순택
청사를 바라보고 오른쪽에는 통일연대 소속 3백여명이 단일기를 들고 연좌시위를 했다. 대부분 한총련 소속 대학생으로 보이는 이들은 "6.15공동선언 실현하자, 국가보안법 철폐하자"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방북단을 '환영'했다. 그 주위에는 전경 3백여명이 둘러싸고 연좌시위대의 출입을 통제했다.

그로부터 30여미터 떨어진 왼편에는 또 다른 3백여명의 시위대가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구호는 "나가자, 뭉치자 자유수호하자" "김정일이 웬말이냐, 대한민국 살리자" "북한의 꼭두각시 통일연대, 정체를 밝혀라" 등.

대부분 50,60대인 이들은 재향군인회, 6.25참전 수호대 소속 회원들이며, 약 50여명의 재향군인여성회 회원들도 포함돼 있다. 이들도 전경들이 둘러싸고 있으나 통일연대 시위대와는 달리 출입을 자유롭게 해줬다.

▲ 재향군인회 등 우익단체 회원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통일연대는 이 나라 떠나라"고 외쳤다.
ⓒ 오마이뉴스 노순택
재향군인회 회원들은 오후 3시 40분경 미리 준비한 계란을 청사를 빠져나오는 방북단을 향해 던지면서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남측 대표단은 평양 출발 전에 미리 배포한 도착성명을 통해 "평양체류 기간에 발생한 사건들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 모든 일들은 우리 대표단 스스로의 부족함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 "대표단은 당초 예정했던 부문간 대화가 잘 진행된 점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이번 사건이 민간교류의 단절로 이어지는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김포공항 관계자는 "지난 5월 2일 인천공항 개항 이후 폐쇄됐던 김포공항 국제2청사로 승객을 받아보는 것은 1백여일 만에 처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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