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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구멍보다 좁은 문>
대우차 300여 노조원들이 4월 26일 오후 1시경 대우차 정문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이 공장으로 돌아가기에는 아직 너무 좁은 문이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26일 오후1시40분-콘테이너로 꽉 막힌 대우차 정문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우자동차 정문은 없었다.
대신 정문에는 높이 3미터, 길이 7미터 콘테이너 박스가 빈틈 없이 채워져 있을 뿐이었다. 정문 양편으로 나 있는 폭 2미터 쪽문을 용역업체 직원들이 검은모자를 눌러쓰고 지키고 서 있었다.

26일 오후1시 10분쯤 300여명의 대우차 노조원들은 부평 대우자동차 정문에 도착했다. 곧이어 양편 쪽문에서는 "으샤,으샤"하는 함성이 시작됐다.

몸싸움이 심해지자 뒤에 서 있던 경찰이 앞으로 나섰다. 경찰이 용역 직원들을 지원해 주기 위해서 쪽문으로 달려가자 현장에 나와 있던 경찰 책임자는 이렇게 지시했다.
"야 뛰지마, 뛰지마. 그냥 가서 붙어만 있어."

이날 경찰의 방침은 조합원들과 최대한 부딪치지 않는 것. 노조원들에게 밀린 경찰이 방패를 사용하려고 하자, 바로 "방패는 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그러나 또 한편에서는 "야, 사진기 가지고 와서 빨리 찍어"라는 경찰의 목소리도 들렸다.

부평경찰서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부평공장에 머물러 있는 1일 경찰 숫자는 500여 명. 초기 6000여 명 가량의 병력이 주둔해 있던 것에 비한다면 대폭 줄어든 숫자다.

그러나 남문 노조 사무실은 여전히 고립된 섬이다. 출입구는 여전히 컨테이너로 굳게 막혀 있고, 노조 사무실 주변은 시멘트 벽으로 둘러싸여 다른 곳으로 이동이 불가능하다.

대우차 노조는 정문 출입 시도 이유에 대해 "자유로운 노조 출입을 법적으로 보장받았지만 현재 노조 사무실은 감옥처럼 막혀 있다"며 "회사측에 컨터이너 등 설치물 해체와 조합원들의 자유로운 출입 보장을 요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다시 정문 출입을 시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노조원들과 대우차 경비원들이 정문 옆에 있는 쪽문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신>26일 오후 3시 - 정문 진입은 실패했지만..

▲정문에서 노조원들의 출입을 막다가, 노조업무방해혐의로 체포된 용역직원들이 콘테이너 앞에 앉아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문 진입에 실패한 대우차 해고 노동자들은 정문 출입을 가로막았던 용역 직원 30여명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노조원들과 함께 정문 진입을 시도했던 금속연맹 법률원 김성진 변호사는 "이들은 노조업무 방해죄를 저지른 만큼 현행범으로 부평경찰서에 넘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용영직원 30여 명을 부평경찰서로 넘기지는 않았다. 오후 3시 '현행범'은 풀려나 공장 안으로 돌아갔고, 350여 명의 노조원들은 산곡성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김성진 변호사는 "해고노조원들에게 노조사무실을 출입해도 된다는 법원 결정에는 특정 시간과 장소를 정해서 그곳에 들어가야 한다고 정해진 바 없다"면서 "해고자도 엄연한 노조원인데 공장에서 근무하는 조합원들과의 만남을 물리적으로 막는 것은 노조활동 방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조 사무실 주변 콘테이너 설치에 대해 노무팀 관계자는 "노조원들이 사무실 출입을 한다는 명분으로 집단적으로 공장을 점거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노조사무실을 컨테이너와 시멘트 벽으로 막아놓았다"며 "공장에 출근하는 조합원 중에서 노조 활동을 하고자 하는 조합원이 있다면 점심시간이나 근무외 시간을 이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차 노조는 대우차 정문 출입 시도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5월부터 GM매각 저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을 벌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랑이를 벌이던 노조원과 용역 직원이 함께 주저앉아 담배를 피고 있다. 이들이 있어야 할 곳은 문이 아니라 공장 안일 것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대우차 해고 노조원 300여 명은 콘테이너로 막힌 정문 앞에서 다시 성당으로 향했다.ⓒ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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