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투스타'는 항고장을 냈다.

여군 중위를 성추행한 혐의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은 김 아무개 소장은 2월 15일 오후 4시30분 국방부 법무과에 항고장을 제출했다. 군 인사법상 하급징계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불복할 경우 한번에 걸쳐 차상급 부대로 항고할 수 있다.


투스타는 억울하다?

육군 고등검찰부는 지난 1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 이 사건에 대해 조사했다. 육군 측에서 한나라당 이연숙 의원(전국구)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결과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피고소인(김소장)은 부대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초급간부에 대한 관심과 격려의 의미로서 등을 손으로 가볍게 두드렸을 뿐이라며 고소인(이중위)이 주장하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나, 조사 결과 고소인의 주장이 사실인 것으로 판단."

사실 관계를 파악하는 임무를 맡는 육군 고등검찰부는 이렇게 '이중위의 말이 사실'이고 '김소장의 말은 거짓'이라고 결론내리고 있다. 그로부터 약 6주 뒤인 2월 15일 김소장은 상급부대인 국방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무엇이 그렇게 억울하다는 것일까.

항고장을 접수한 국방부 법무과에서는 김소장의 '항고이유'에 대해 규정상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법무과장은 "군 인사법상 징계절차는 비공개이고 비밀을 엄수해야 하므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 현재 김소장은 피해 여중위가 정신병 전력이 있고 사단 부관과 연애를 하기 위해 사단장실에 자주 들렀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알려줄 수 없지만 이제까지 김소장의 주장과 비슷할 것입니다."

아무튼 가해자로 지목받고 있는 김소장이 정식으로 반발하고 나섬으로써 '정직 3개월'로 끝나려던 여군중위 성추행사건은 새 국면으로 들어섰다. 공은 국방부로 넘어갔다.

오마이뉴스 심층연재 <장군과 중위의 진실게임>
첫보도 : 여군 어머니의 편지 "내 딸은 자살을 꿈꿨다"
반론인터뷰 : "성추행한 적 없다, 내가 피해자...항고하겠다"


국방부로 넘어간 공, 입을 연 여군 동기생

한편, "내가 피해자...항고하겠다"는 김소장의 반론 인터뷰가 지난 14일 <오마이뉴스>에 보도되자 피해자인 이중위의 현재와 과거를 잘 알고 있는 한 현역 여군장교가 입을 였었다.

그는 김소장이 주장하는 이중위의 정신병력에 대해 "여군장교 임관시 경쟁률은 30대 1이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또한 이중위가 사단 부관과의 연애 때문에 사단장실에 들렀다는 김소장의 주장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만약 부관이 애인이라고 해도 부임한 지 한달 밖에 안된 소위(당시엔 소위)가 어떻게 애인을 만나러 (사단장)공관에 들락날락하겠는가. 또 퇴근 후 사복 입고 밖에서 데이트할 수 있는데 왜 부대 내 연애금지라는 규정을 어겨가며 만나겠는가."

그는 "소위에게 사단장은 높은 사람이다, 내가 그 상황에 닥쳤어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라며 "여군 입장에서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여군장교와의 일문일답이다.

- 현재 이중위의 상태는 어떤가?

"이 일로 계속 시달렸기 때문에 보직이 바뀌었는데도 정신과 상담치료를 받을 정도로 아직까지는 많이 불안한 상태이다."

- 주위에서 왜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했냐는 반응도 있는데.

"나처럼 일선 부대에 있는 소위에게 사단장은 일 년에 한두번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사람이다. 어쩌다 사단장을 만나서 악수라도 한번 하면 가슴이 떨릴 정도였다. 그만큼 소위에게 사단장은 높은 사람이다. 내가 그 상황에 닥쳤어도 속수무책이었을 것이다."

- 사단장은 이중위가 정신병력이 있다고 주장한다던데.

"그럴 리 없다. 여군장교 임관시 경쟁률은 30대 1이기 때문에 엄격한 심사를 받는다. 그리고 내가 본 이중위는 매우 사리판단이 명확하고 자존심이 강한 사람이다."

- 부대 안이나 주변 주민들에게 이중위의 평판이 좋지 못하다고 들었다. 이중위가 이 일을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소문도 떠돈다던데.

"부대에 나쁜 소문이 나도는 것은 군이 워낙 폐쇄적인 공간이기 때문이다. 군에서는 바깥 소식을 접하기는 힘들지만 입소문은 놀랄 만큼 빠르다. 그래서 이중위 사건도 전말은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그에 대한 나쁜 소문만 무성하다. 김사단장은 평소 여군들에게 잘 대해줬고 실력을 갖춘 장군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부대에서 그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한 것 같다.

부대 주변의 주민들이 사단장 구명운동을 한다고 들었다. 사단장이니까 주민들과 접촉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에 대한 신망과 이 사건은 별개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 김소장은 공관에 이중위를 불러들인 것은 상관으로 지도하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사단장이 일개 소위를 직접 지도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참모장도 있고 다른 상관들도 많은데 이는 명백히 지휘체계를 무시한 행동이다. 한두번 정도 불러서 면담할 수는 있지만. 그리고 소위를 직접 지도한다면 다른 남자 소위들과 함께 지도해야 하지 않는가.

내 생각에는 참모급 이상의 회식 자리에 여소위를 불렀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다. 일개 소위가 참모장급 이상의 회식에 어떻게 참석할 수 있겠는가? 그건 이미 여군이 아니라 여자로 대우한 것이다."

- 김소장은 자신이 부른 것이 아니라 이중위가 애인인 부관을 만나러 공관에 왔다고 주장한다.

"내가 알기로 이중위 애인은 사단전속부관이 아니다. 이는 지난 1월 징계위원회의 조사 과정에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만약 부관이 애인이라고 해도 부임한 지 한달 밖에 안된 소위가 어떻게 애인을 만나러 공관에 들락날락하겠는가? 또 퇴근 후 사복 입고 밖에서 데이트할 수 있는데 왜 부대 내 연애금지라는 규정을 어겨가며 만나겠는가."

- 이중위 외에 다른 피해자가 있다던데.

"이중위는 전출가는 날 회식자리에서 사단장이 새로 전입 온 여중사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회식이 끝나고 그 여중사와 집에 같이 오면서 사단장 흉을 보았다고 한다. 그러나 징계위원회에 회부됐을 때 여중사는 그런 일이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 김소장은 이중위가 현실도피 차원에서 성추행이라는 혐의를 자신에게 씌워 고소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중위는 재수해서 군에 입대했고 몸이 약해서 고된 훈련을 견디기 힘들어하면서도 한번도 열외를 안 할 만큼 열성적이었다. 내가 알기로 이중위는 군인으로서 자부심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 왜 그 당시가 아니라 8개월이나 지난 후에 고소했는지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중위는 떠나면 잊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솔직히 고소하는 것은 그만큼 자기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므로 당시에는 많이 망설여졌다고 한다. 막상 사단장 얼굴을 안 보면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전출가고 나서도 계속 대인 기피증에 시달리는 등 군복무를 계속하기 힘들 정도로 후유증이 커 고소하게 됐다고 한다"

- 이 사건이 어떻게 해결됐으면 하고 바라는가?

"솔직히 사단장이 어떻게 처리돼야 한다는 것보다 이중위가 예전처럼 야무지고 똑똑한 동기로 돌아왔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하다. 그리고 여군 입장에서 더 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군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줬으면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김소장은 <육본 중앙징계위원회>에서 내려진 '정직 3개월, 본봉 1/3 감액'에 대해서 '인정할 수 없다'며 상급부대인 국방부에 호소한 상태다. 육본에 불복하고 국방부로 찾아간 형국이다. 이에따라 곧 <국방부 군인징계항고 심사위원회>가 열릴 것이다. 국방부 법무과 관계자는 국방부 징계절차가 결정나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소장이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서도 받아들이지 못할 경우 군 내부가 아닌 일반법원에 호소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군 내부의 징계절차는 사법적인 처리과정이 아닌 일종의 '행정부 징계절차'이므로 이에 승복하지 못한다면 일반 법원에 행정소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사회적으로 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데다 군의 수뇌부인 장군이 관련돼 있다. 이 문제를 군 내부에서 말끔히 해결하지 못하고 일반법원까지 끌고 간다면 군 전체의 명예에 심각한 훼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인 이중위 쪽과 한차례 징계를 받았던 김소장 쪽 모두 반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각종 여성단체와 국민들이 군의 처리를 주시하고 있다. 이미 이 사건은 군만의 문제가 아니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