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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저는 이제 가요. 엄마와 동생들 품으로 갑니다"
" 허망한 한국의 꿈 접고..."
" 가난하지만 따뜻한 베트남 고향으로 가요..."

한 구절 한 구절 추모시에 영결식장이 흐느꼈다. 고개를 길게 바닥에 떨군 채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내세를 믿는 사람이든 믿지 않는 사람이든 이 순간만큼은 '돈도 필요없고 남자도 필요없는 하늘나라가 부디 존재하기를 소원했다. 부디 차별도 미움도 없는 좋은 곳으로 니야를 보내 달라며 두 손을 모았다.

2일 오전 대전시 중구 중촌동 선병원 영안실. 지난 달 26일 같은 회사 한국인 노동자에게 폭행당해 치료도중 숨진 베트남 노동자 니야(23.여) 씨는 이승과의 영원한 이별이 서글픈 듯 산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렇게 오래도록 붙잡았다.

니야 씨와 함께 회사 생활을 함께 하다 지난 9월 퇴사한 염은경(26.여) 씨는 "니야는 얼굴도 마음도 참 이뻤지만 윗 사람들의 부당한 업무지시에는 분명히 자기 의견을 개진하는 당찬 아이였다"고 술회했다.

" 입사초기에 니야가 죽을 지경이 아니면 결근하는 일 없을 거라고 말 한 적이 있어요. 그만큼 열심이었죠. 그런데 이렇게 어이없게 맞아 죽다니요..." 염씨는 끝내 애써 삼키던 서러운 울음을 터트렸다.

니야 씨가 다니던 성당의 한 신도는 "참으로 슬프고 슬픈 일"이라며, "베트남 고향에 있는 홀어머니와 동생들에게 죄송해 어떡하느냐"며 연신 성호를 그었다.

김규복 목사(빈들장로교회)의 추모사는 이어진다.

"니야의 울부짖음 혹 이런 것 아닐까요"

"가난해 한국에 돈벌러 왔고 한 친절한 한국 남자 만나 아름다운 한국의 꿈 꾸었어요. 그 꿈을 왜 이렇게 무참히 짓밟았나요? 야수의 나라 한국은 정말 싫어요. 때리지 말아요. 우리도 사람이예요. 사랑한다면 제발 때리지 말아요. 때리지 말아요. 당신은 남자인데 왜 여자를 때려요...."

이날 망자와의 이별식에는 베트남 동료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와 함께 하는 모임, 대전 여민회 회원과 니야 씨가 다니던 성당 신도 등 1백여명이 자리해 넋을 달랬다. 하지만 베트남에 사는 니야 씨의 홀어머니와 두 동생은 비행기 삯이 없어 참석하지 못했다.

이날 니야 씨의 육신은 화장되어 한국 땅을 떠나기 홀가분한 한줌 재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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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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