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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의 막가파식 독설이 다시 화제다. 한반도에 신데탕트시대가 도래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김정일의 반민족적 범죄행위를 규탄하고 고발하는 2천만 국민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단다.

사실 앞뒤를 잴 줄 '모르는' 김 전 대통령의 독설은 이번만이 아니다. 정말 논평할 가치조차 없는 발언을 수도 없이 많이 해왔다. 그래서 '만지면 만질수록 커지는' 그를 일단 제끼는 것이 상책이다. 그는 언론과 여론이 자신을 더욱 강렬하게 '만져주기'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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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할 사람은 박종웅 한나라당 의원이다. 그는 의원들 가운데 '언론개혁'을 가장 강력하게 그리고 일관되게 주장해온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와이에스의 그림자가 되어 버렸다. 그에게 '박종웅의 입'은 없고 '와이에스의 입'만 있었다. 그는 왜 아직도 구정치의 표본인 3김정치의 옷자락에 파묻혀 사는가.

박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퇴임한 이후 '상도동 대변인'이 되었다. 말이 좋아 대변인이지 '정신없는' 주인을 무조건 따르는 '시종'에 불과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지난 99년 7월 두 차례에 걸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그 정도 되는 지도자의 가방모찌라도 제대로 한다는 것은 과분한 일"이라고 말한 대목은 이를 극명하게 반증한다.

여의도 의원회관에 가서 그의 방에 한번 들러보라. 김 전 대통령이 써준 '호연지기'라는 휘호와 함께 그의 사진이 태극기와 함께 걸려 있다. 창가쪽에도 조그마한 액자사진을 두고 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받은 은혜에 비하면 사진 걸어 놓은 정도야 약과다."

그는 "그분을 따르는 것과 계파정치는 전혀 다르다"며 또 이렇게 말했다.

"오로지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겠다는 대의 하나뿐이다. 그런 분을 어떻게 계파보스라고 할 수 있겠는가. 역사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해야지."

▲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 ⓒ 이종호

과연 그가 역사를 제대로 읽고나 있는 것일까. 틈만 나면 김대중 대통령을 '독재자'라고 비난하고 삼성재벌의 과욕으로 시작해 실패로 끝난 삼성자동차를 청산하려고 하자 부산시민들을 볼모로 "전적으로 정치보복이며 부산경제죽이기에 다름 아니"라며 지역감정을 선동했던 그를 '역사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런 박 의원을 보고 있노라면 일본 사무라이가 연상된다. 사무라이 정신 가운데 하나가 '잇쇼겐메이'라는 것인데 '주군을 위해서라면 몸 바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뜻이다. 주군도 주군 나름이다. 주군이 정도(正道)가 아닌 길을 가려고 할 때 아랫사람이 진정 해야 할 일은 뻔하지 않는가.

박 의원이 '주군'을 '의리있게' 모시는 것에 대해 계파정치다 보스정치다 해가며 딴지걸 생각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군이 현실의 흐름을 정확하게 내다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는 정도가 아닌 길을 가고 있는 김 전 대통령과 함께 동행하는 것을 '정도'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박 의원은 이제 김 전 대통령의 치마 속에서 나와 '진실에 대한 직언'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그의 개혁성을 믿고 있는 지지자들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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