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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30일 오후 4시부터 롯데호텔 앞에서 진행된 민주노총 '호텔롯데 폭력진압 김대중 정권 규탄대회' 과정에서 경찰과의 충돌로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이수희 본부장을 비롯한 다수의 노조원들이 부상을 입었다.

오후 4시 30분부터 진행된 이날 항의집회에는 500여명의 민노총 노조원들과 29일 연행되지 않은 호텔롯데 노조원 100여명이 참여해 평화적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집회를 강제로 해산했다. 오후 5시 16분 경 단병호 위원장이 '비리 부정 임금 착취, 성희롱 재벌 신격호'라고 쓰여 있는 허수아비 화형식을 거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경찰병력이 대거 투입돼 집회를 해산시켰다.

경찰과 민주노총간의 충돌은 경찰이 민주노총 대표부를 강제로 연행하는 과정에서 더욱 더 치열했다. 그러나 수적으로 열세에 놓여 있던 노조원들은 얼마 버티지 못하고 경찰의 폭력을 피해 여기 저기으로 흩어졌으며, 이 과정에서 미처 피하지 못한 노조원들은 경찰들에게 둘러싸여 곤봉과 방패에 맞아 피를 흘리기도 했다.

또한 경찰은 기자들의 사진 촬영을 방해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일부 사진기자들을 구타하기도 했다. 매일노동뉴스의 김봉수 기자는 취재과정에서 경찰들에게 방패와 곤봉으로 맞아 한동안 오른손을 쓰지 못하기도 했다.

한편 단병호 위원장은 이날 집회 연설에서 30일자 일간지에 실린 롯데호텔 측의 사과문에 대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사실을 왜곡하고 이런 비인간적인 글을 실은 롯데를 반드시 노동자의 힘으로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단 위원장은 "민주노총은 정부의 탄압을 더이상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역량을 동원에 김대중 정부를 응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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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호텔롯데 대표이사 장성원 외 임직원 일동 이름으로 중앙일간지에 실린 '사과의 말씀'

지난 6월 9일부터 시작된 저희 호텔롯데 노동조합의 불법파업으로 국내외 고객 여러분께 큰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국민 여러분과 관계당국에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저희 호텔롯데 노사는 그동안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십수차례에 걸쳐 협상을 진행하는 등 노력했으나 몇가지 쟁점으로 인하여 타협점을 찾지 못했습니다. 

저희 노동조합은 단 두 번밖에 교섭을 진행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노동쟁의 조종신청을 내고 또한 파업이 금지되어 있는 중재기간에 불법적으로 파업을 강행했습니다. 

더욱이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마저 노사협상의 도구로 이용했으며, 협상에서도 임금인상, 복지향상 등의 현안문제는 뒤로 한 채 단체협상의 대상이 아닌 일부 경영권에 대한 참여 등 무리한 요구를 계속 앞세움으로써 협상의 진전을 막으며 파업을 위한 파업을 강행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파업이 장기간 이어지고, 폭력행위와 기물파손, 시설점거 등의 안타까운 상황들이 벌어져 고객 여러분들에게 큰 심려를 끼쳐 드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많은 외국손님이 쇼핑 중인 면세점을 점거한 채 매장에 참을 뱉고, 고성을 지르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였으며, 호텔현장경험을 쌓기 위해 나온 산업실습생들의 출입조차 강제로 저지시켰습니다. 심지어 그동안 함께 동고동락한 임직원을 강제로 납치, 무릎을 꿇어앉힌 상태에서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 관광산업의 선두주자로서 손님의 안전한 투숙을 보장해야 하는 저희 호텔은 최대한 인내심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대처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만 결국 공권력 투입이라는 불행한 사태를 맞이하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호텔은 이번 사태가 원만하게 수습될 수 있도록 법적 테두리 내에서 화합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처리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저희 호텔롯데는 이번 파업을 성숙된 노사관계를 정착시키는 계기로 삼아 노사화합과 건전한 기업경영 실현을 통해 국가와 사회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이번 파업사태로 고객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 관계당국에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새로운 모습, 보다 나은 서비스로 고객 여러분을 모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00. 6. 30
호텔롯데 대표이사 장성원 외 임직원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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