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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사단장에게 성추행 당한 여중위 어머니의 가슴절절한 편지가 공개된 뒤 큰 반향이 일고 있다. 13일자 기사의 독자의견란에는 '가해' 사단장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에서부터 이 일을 계기로 군대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올라오고 있다. 또 국방부 홈페이지에도 사단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들이 폭주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첫 보도 "이런 장군을 파면하지 않는 나라...성추행 당한 여군중위의 긴 후유증"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국민들의 이런 비난에 육군에서는 난감해 하는 분위기다. 육군본부 공보과의 한 관계자는 "군의 명예가 실추된 만큼 신속하고 강경하게 이 사건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소장은 지난달 15일 보직해임, 정직 3개월이라는 '낮은 단계의 중징계'를 받았다. 군법상 중징계에는 파면, 강등, 정직이 있으며, 이중 정직은 가장 가벼운 징계다. 애초 군검찰에서 요구한 파면보다 가벼운 징계를 받은 이유에 대해 육본 공보과의 관계자는 "파면에 해당되는 죄는 항명, 상관폭행, 금품수수, 군사기밀누설 등"이라며 "성추행은 군인으로서 품위유지 위반에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에 파면은 규정상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정직 3개월은 규정상 가장 강한 징계를 내린 것이며, 군에서 김소장을 비호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 보도과의 한 중령은 "군이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집단이기 때문에 김소장에 대한 징계가 죄에 비해 과중했다"며 김소장을 비호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에게 "어느 누가 이 정도 수준의 성추행을 했다고 김소장 같은 곤욕을 치르냐"며 "고급장교는 명예로 사는 사람들인데 이미 명예가 땅에 떨어진 김 소장에게 더 이상의 질책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국군징계령에 따라 김소장은 2월 16일까지 항고할 수 있다. 항고를 신청하면 항고심사위원회에서 다시 심사받게 된다.

기자는 14일 늦은밤 가해자 김소장과 두 번에 걸친 전화 인터뷰를 통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한 그의 입장과 항고 여부를 확인했다.

첫번째 인터뷰 : "성추행한 것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억울하다."

- 항고 기한이 오는 16일까지라고 알고 있다. 항고할 생각인가?
"항고하겠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입장에 의해서 일방적으로 처리됐다. 약한 여자, 부하라는 사실만 강조됐지 지휘관의 입장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따라서 법적인 절차를 거쳐 소명받으려 한다."

- "지휘관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았다"는 말은 이중위를 성추행했다는 것을 부인한다는 의미인가?
"그게 아니라 법적인 절차를 통해서 진실이 드러나야 한다는 말이다."

- 성추행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법적인 절차를 통해 진실이 규명돼야 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군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고 군대 내의 다양한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봐야 한다는 말이다. 이제까지는 이 중위의 입장만 드러난 것 아닌가."

- 징계가 너무 가혹하다고 생각하는가?
"나는 33년 동안 군생활을 한 군인이다. 군인은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높은 사람이 이런 말하면 우습겠지만 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 재심에서 정직 혹은 파면이 결정된다면 이에 따르겠는가?
"그건 그 때 가봐야 알겠다. 하지만 항고시 군에서 내 입장에 대해 충분히 배려하리라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니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 현재 이중위가 근무하고 있는 부대에 이중위를 비방하는 문서가 돌아다니고 있다던데 이에 대해 알고 있는가?
"나는 모르는 사실이다. 내 입으로 이 중위가 어떻다는 말을 하면 일방적인 비난이 되니까 거론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중위가 근무했던 부대에 가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첫번째 전화를 끊고 기자는 김소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다면 왜 성추행했는지, 합당한 수준의 징계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기 위해 두 시간 뒤 다시 전화를 걸었다.

두번째 인터뷰 : "성추행하지 않았다. 처음에 기자의 질문을 잘못 들었다."

- 아까는 성추행했다고 인정했는데.
"질문을 잘못 알아들었다. 성추행한 적 없다. 이 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려면 군이라는 특수한 사회를 이해해야 한다. 전방에 젊은 여장교가 처음 부임해 왔을 때 많은 사고의 위험성이 있다. 이러한 여장교의 상황을 알지 못하면 이 사건은 제대로 파악될 수 없다."

- '사고의 위험성'은 예를 들면 어떤 것인가?
"출근을 제대로 했는지, 근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이 중위처럼 임관한 지 얼마 안된 장교들에게는 지도해 줘야 할 것들이 많다. 군대는 전투를 준비하는 곳이 아닌가. 군에서 한 사람의 장교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 그렇다면 이 중위를 공관으로 불러들인 것도 지도를 위한 것이었나?
"내가 불러들인 적 없다. 이 중위가 애인을 만나기 위해 공관으로 왔지 내가 부르지 않았다. 직접 부대에 와서 취재해 보면 알 수 있다. 오히려 내가 피해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김소장이 성추행하지 않았다면 이 중위가 왜 고소를 했다고 생각하느냐?
"내가 어떻게 알겠나. 그러나 당시 이중위의 상황을 직접 취재해 보면 알 것이다. 당시 이중위가 어떤 상황이었는지,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서 그랬는지."

- 성추행하지 않았다면 왜 징계위원회에서 자신의 입장을 제대로 말하지 못했나.
"당시 나는 쇼크로 시력을 잃을 정도였다. 징계위원회에서 소명할 기회는 있었지만 절차가 부족했다고 본다."

두번째의 인터뷰에서 김소장은 첫번째와는 달리 성추행 자체를 부인했으며 항고할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김소장이 항고한다면 이후 사건은 다음과 같은 절차를 거쳐 처리된다.

항고장이 접수된 후 30일 안에 국방부 항고 심사위원회가 개최되고 그 후 30일 이내 심사결과를 의결해야 한다. 항고 심사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은 10일 이내에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되고 장관은 7일 이내에 최종결정을 내려야 한다. 항고후 재심이 결정되기까지 최대 78일이 걸린다. 육군본부 공보과의 관계자는 "김소장이 항고했을 경우 국방부에서 최대한 신속히 사건을 종결지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만약 김소장이 항고하지 않을 경우에는 3개월 정직 후 군 인사법에 따라 현역 복무 부적격 심의를 받게 된다. 본인에게 통보하고 10일 이내에 현역복무 부적격 심의 위원회가 개최되며 결정된 사항은 참모 총장에게 전달된다. 심의위원회에서 현역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되면 3개월 안에 강제 전역 조치된다.

김소장이 항고하지 않고 자진 전역할 수도 있으나 현재 그 가능성은 거의 없다. 김소장은 인터뷰에서 분명히 밝혔다. "나는 항고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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