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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말이야 바른 말이 아니었던가. '국민의 정부'가 기로에 서 있는 지금의 시기에 굳이 5-6공을 거친 인물이 집권당의 대표가 된 사실을 거북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어찌 그만의 생각일까.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노무현 장관이 평범한 정치인이 아니라 이미 대권도전 의사까지 밝혀놓은 정치인인 이상, 그에게는 좀더 넓고 깊은 시야가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필자는 유창선 기자의 '노무현 장관 대권정치는 무죄인가'기사에 대해서 반론을 펴고자 한다. 이 기사의 제목을 보면 마치 '노무현 장관의 대권행보는 유죄다'라는 등식을 갖고 출발하는 것 같다. 유 기자가 말하는 '좀더 넓고 깊은 시야'는 무엇인가? 먼저 묻고 싶다. 대권도전을 포기하고 장관직만 충실히(?) 수행하는 일. 정치가 어찌되든간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권여당의 운명이 어찌되든간에 관심 끊고 사는 일, 그것이 유 기자가 말하는 '좀더 넓고 깊은 시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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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 장관 대권정치는 무죄인가(유창선 기자)


말 없이 사는 것, 그것이 넓고 깊은 시야인가?

필자는 유 기자가 말하듯이, 노무현 장관이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맡은 이후로 해양수산 행정이 후퇴했다든지, 대권에 눈이 멀어 행정업무를 회피하고 있다든지 하는 보도를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노 장관은 장관직을 맡은 이후로 몸소 실국을 찾아다니면서 업무보고를 받고 있으며, 열린 해양수산 행정을 펴기 위해 몸을 낮추고 뛰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아울러 경제사정 악화와 민생고 악화의 책임이 노 장관에게 있는가? 그렇지 않다. 정치가 잘못되고 있기에 경제가 악화되고, 민생고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이러한 '정도를 가지 않고 있는 정치에 대한, 정도를 걷지 않았다고 생각한 김중권 민주당 대표에 대한 노 장관의 평소 소신'을 밝힌 것이 매도당할 이유가 없다. 보스 중심의 닫힌 정당구조에서 신념을 지닌 정치인의 발언이 '염불보다는 잿밥에만 관심이 가 있는 모습'으로 파악하는 유 기자의 시각이 근본적으로 더 큰 문제가 아닐까?

더군다나 노 장관의 발언은 '오프더레코드(비보도)'를 전제로 기자들과 허물 없는 속내를 나눈 대화였다. 취재원과 기자간의 약속을 어기고 이를 특종경쟁에서 보도한 해당 언론사의 기자의 신의를 저 버린 행위는 비판받지 않는다. 만약 노 장관이 자신이 한 발언이 기사화된다고 했을 때, 노 장관의 발언은 더 신중했을 것이다. 언론자유라 칭할 때 '취재의 자유'가 있다면 '취재당하지 않을 사생활의 자유'도 보장받아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룰을 먼저 깨뜨린 기자의 보도행위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아도 좋은 것인가? 노 장관이 비보도를 전제로 자신의 사상과 신념을 부담감 없이 표현했다고 해서 그것이 '대권행보를 향한 정치적 계산'으로 여론의 매도를 받는다면, 노 장관이 앞으로 정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부담 없이 말할 수 있을까?

노 장관 대권행보 = 해양수산행정 잘못됐다는 등식 성립하지 않아

"저렇게 대권도전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야 어떻게 제대로 국정을 챙기겠는가라는 일각의 우려도 이유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이곳저곳 기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대권도전 의사를 밝히는 일 이전에, 자신이 몸담고 있는 '김대중 정부의 위기'를 걱정하는 일이 우선이어야 했다."

'저렇게 대권도전에 정신이 팔려 있어서야 어떻게 제대로 국정을 챙기겠는가라는 일각의 우려'는 과연 누구의 우려인가? 유 기자는 이러한 우려야말로 노 장관을 견제하려는 세력의 조직적이며 의도된 우려가 아닌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앞서 말했지만 현재까지 노 장관이 대권에 눈이 멀어 해양수산행정의 최고책임자로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팩트(근거)는 확인된 바가 없다. 오히려 노 장관은 대권에 꿈을 지닌 정치인으로서 현재의 해양수산부 장관직을 무리없이, 최고의 성과를 나타내면서 마무리짓고 싶을 것이다. 또한 그의 의지가 반영된 행정업무가 잘 이뤄지지 않을 거라는 확증도 없다.

또한 김 민주당 대표에 대한 그의 사심 없는 생각에 많은 사람이 동의하고 있으며 유 기자 스스로 '말이야 바른 말'이라 한 것처럼 노 장관의 김 대표에 대한 발언이 문제될 까닭이 없다. 오히려 참다운 정치인이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나라의 정치와 현 김대중 정부의 위기를 걱정하는 발언'을 해야 할 것이다. 김 대표에 대한 발언이 정치와 전혀 무관한 얘기라고 유 기자는 생각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그는 혹시 장관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을 오가는 이중적 역할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혹여라도 장관의 자리를 단지 대권경쟁의 발판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이라면 그것은 전혀 노무현답지 않은 모습이다."

정치와 행정을 따로 분리시키는 견해는 명백히 잘못

'장관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을 오가는 이중적 역할'은 또 무엇인가? 장관 노무현과 정치인 노무현은 동명이인인가? 행정과 정치를 분리해서 사고하는 것이 가능한가? 행정과 정치는 결코 양분된 것이 아니다. 단언하건대, 노 장관이 '장관일만 열심히 할 거라는 생각'을 하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국민의 초점은 '정치인 노무현이 장관직을 훌륭히 수행해 낼 행정마인드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정치인인가'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장관 노무현 따로, 정치인 노무현 따로'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유 기자는 자신의 기사를 수정해야 할 것이다. "정치인 노무현은 장관직을 수행할 행정마인드와 전문성을 갖추고 있으며, 과연 그것을 검증받을 수 있는가?"로 말이다.

계속되는 유 기자의 실언에 감탄을 금할 수 없다. '노 장관은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 옳다. 장관으로 일하는 동안은 대권행보를 자제하든지, 아니면 장관직을 내놓고 대권정치에 나서든지 하는 선택'. 유 기자는 '정치인 노무현이 자신의 정치적 의사를 표명하는 것과 장관직 수행 불가' 라는 등식을 성립시키고 싶은 걸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니. 노 장관을 견제하는 이들의 발언을 베낀 것 같아 참으로 유감이다.

'보다 책임있는 처신은 침묵인가?'

최근의 대권행보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이말저말' 많은 말들이 오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장관일을 하고 있는 노무현은 장관일만 열심히 하라. 대권은 그후의 일이다'라고 주장한다면 이런 등식도 성립할 것이다. "학생은 공부만 하라, 노동자는 일만 하라, 행정가는 행정만 하라, 정치가는 정치만 하라...."

유 기자의 주장을 보면서 유 기자가 양비론에 빠져 있어 보여 안타깝다. 차라리 유 기자가 '노무현 장관 마음에 안 든다. 대권행보 그만두라'고 주장하길 바란다. 앞 뒤 논리도 제대로 맞지 않는 문장을 이어가면서 '노 장관의 보다 책임있는 처신을 바라는' 그의 속내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유 기자가 정말 자신이 말하고픈 주장을 양비론을 걷어내고 명확히 얘기해 주길 바란다.

필자는 끝으로 노 장관에게 한마디 하고자 한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에 대해, 정치인에 대해, 자신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하라"고.

그렇게 해야 사람들이 '대권야욕을 가진 노무현'의 사람됨과 신념, 정치관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가 대권후보가 되어 선거에 나왔을 때 그의 말들은 그를 평가하는 한 잣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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