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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겉그림 송성영의 〈모두가 기적 같은 일〉
▲ 책겉그림 송성영의 〈모두가 기적 같은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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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숨 쉬고 산다는 건 꿈같은 일이겠죠. 밭에서 심은 야채를 반찬으로, 바다에서 캐낸 미역을 국물로 끓여 먹는다면 금상첨화겠죠? 욕심 없는 시골 사람들과 오순도순 산다는 것만 생각해도 별천지 세상이겠죠?

누군들 그런 소망을 한 번 쯤 품어보지 않을까요? 도심 속 공해 때문에, 살벌한 경쟁때문에, 다들 그런 숨통을 트이고 싶어할 것입니다. 다만 먹고 살아갈 경제 문제 때문에, 자식들 교육 걱정 때문에, 그 꿈을 꾼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겠죠. 이토록 살벌한 세계화 시대에 시골의 반어반촌 생활은 짐짓 패배자로 낙인찍힐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용기 있는 자만이 꿈을 성취한다고 했나요? 송성영은 과감히 그 일을 추진했습니다. 전남 고흥에 바닷가를 낀 논밭 근처에 새 집을 짓고, 새로운 시골 삶을 꾸린 게 그거였습니다. 10여 년 넘게 정을 붙이고 살았던 공주의 집 근처가 개발된다고 하니, 그곳을 찾아 새 둥지를 틀었던 것입니다.

전 재산 3000만 원으로 그곳의 땅을 사고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불가사의한 일이겠지요. 그것은 정말로 '기적'같은 일일 것입니다. 서울에서는 웬만한 땅 한 평에 2000만 원이 넘기 때문이죠. 전라남도 섬마을 땅도 평당 10만원 이상 한다는 걸 생각한다면 그곳에 새 집을 짓는다는 건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었을 것입니다.

"그는 모를 겁니다. 먹고 입고 자는 규모를 줄일 수만 있다면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이야말로 대자연을 누리며 살아갈 수 있다는 걸 말입니다. 또 가진 게 별로 없는 사람이야말로 정말 좋은 땅을 구할 수 있다는 것도 모를 겁니다. 그는 좋은 땅의 개념을 투자 가치가 있느냐로 보기 때문입니다. 투자 가치가 있는 땅은 개발과 관련돼 있기 마련입니다. 결국 그 땅은 좋은 땅이 아닙니다. 언젠가는 망가지는 땅입니다."- 63쪽

송성영의 <모두가 기적 같은 일>에 나오는 한 대목 글이에요. 개발업자들과 부동산 투기꾼들이 우리나라 전 국토의 땅 값을 부풀릴 대로 부풀려 놨다는 뜻이지요. 사람이 살기 위한 땅이 아니라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가 되게 하는 땅으로 바꿔버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 땅들은 언젠가는 망가지기가 쉽다는 뜻이지요.

그 일을 생각하자니 내 고향 땅 '증도'가 생각납니다. 그곳에 유명한 모텔이 들어서고, 해변에 파라솔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그곳의 물맛은 아주 좋았고, 사람들 인심도 넉넉했죠. 차를 타고 들어가던 지금과는 달리 뱃길로만 들어가던 그 때는 정말로 신비로운 바닷길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이 유명세를 타면서 그곳 물맛과 사람들 인심이 많이 흉흉해졌다고 하죠. 상업화된 그 맛을 마을 주민들이 맛본 까닭일 것입니다.

그 적은 돈으로도 그가 고흥 땅을 장만하고 새 집을 지을 수 있었던 '진정한 기적'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요? 이 책에도 나온 바 있듯이 그는, 엉뚱한 생각을 하던 사람들과는 달리, 진정으로 그 땅의 사람이 되고픈 소박한 마음이 간절했던 까닭입니다. 그런 마음으로 그곳 주변을 살펴봤을 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듯이, 그곳 마을 사람들과 그 땅 주인이 후덕한 인심을 선물했던 것이지요. 더욱이 그 집의 기초를 놓을 때부터 완성하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도움도 컸고요.

"자식 교육 문제를 묻는 이들이 있지만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시골 마을의 작은 학교에서는 선생님에게 고루 사랑받으며 지낼 수 있고, 친구들과 죽어라 경쟁하지 않아도 됩니다. 바닷길을 따라 삼삼한 등굣길이 늘 열려 있습니다. 게다가 바다는 거대한 도화지를 돈 한 푼 받지 않고 제공합니다. 어느 때건 물이 빠지면 해변으로 달려가 맘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영구 재생 도화지입니다. 그림에 소질이 있는 작은 아이, 글 쓰는 데 관심이 많은 큰아이에게 이만한 교육환경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 67쪽

솔직히 지금도 도심을 벗어나 시골 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선뜻 엄두가 나지 않는 것은 아이들 교육 문제가 크겠지요. 교육을 잘 받아야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또 여러 개의 스펙을 쌓아야만 좋은 직장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는 이 끔찍한 세계화시대에 역주행이라도 하듯이, 글을 쓰고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두 자녀를 데리고, 아내와 함께 그 땅을 고집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만큼은 상업화로 물든 글과 그림의 세계로부터 자유를 주고자 했던 것이겠죠.

"아이들과 반딧불이만큼이나 기분 좋은 어른들도 심심찮게 찾아왔습니다. 아는 사람들도 찾아오고 낯선 사람들도 찾아왔습니다. 〈오마이뉴스〉 연재 기사를 본 도시인들도 찾아왔고, 이미 귀농한 사람들뿐 아니라 장차 귀농을 꿈꾸는 사람들도 불쑥 찾아왔습니다. 뒤죽박죽 복잡해진 머리를 안고 찾아와 생각을 비우고 돌아가기도 했고, 아무 생각 없이 찾아와 산과 바다를 담아가기도 했습니다. 멀고 먼 대도시에서 찾아 온, 그저 반갑고 고마운 손님들이었습니다." - 227쪽

집을 짓고, 처음엔 어떻게 살아갈까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가 농사를 짓고 바닷가에서 미역을 따고, 또 아내도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일을 통해, 그 가족이 살기에는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다고 하죠. 하늘과 자연이 살 길을 열어 준 것이겠죠. 더 놀라운 것은 집 근처에 작은 도서관을 지었는데, 그곳이 입소문을 타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들러 쉼을 얻고 재충전을 하고 간다고 합니다.

꿈이 있으면 길은 있다고 했던가요? 참된 비전이 있으면 그 해법도 풀린다고 했던가요? 송성영 씨의 새 집과 작은 도서관 이야기도 참으로 기적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진실되고 소박한 마음으로부터 비롯된 기적이었습니다. 혹시라도 송성영 씨처럼 바른 취지를 갖고 시골 삶을 꿈꾸는 이들이 있다면, 비단 시골 생활이 아니더라도 다른 올곧은 뜻을 품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용기를 낼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가 나누고픈 기적 같은 일이란, 그와 같은 작은 소망에 용기를 북돋는 일일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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