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관 감독 국도예술관 GV현장

▲ 김종관 감독 국도예술관 GV현장 ⓒ 무비조이(MOVIEJOY.COM)


<폴라로이드 작동법>이란 단편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감수성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었던 김종관 감독. 독립단편영화 즐기는 영화팬들에게 그의 작품들은 무척 많이 알려져 있다. 분명히 재능 있는 감독이기에 장편이 언제쯤 나올까 기대한 김종관 감독 팬들이 많았을 것이다. 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2010년 옴니버스 장편영화 <조금만 더 가까이>로 관객들을 찾아왔다.

지난 13일 부산국도예술관에서 <조금만 더 가까이> 상영 후 김종관 감독의 GV가 있었다. 실제 GV에서 김종관 감독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진심으로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배우를 사랑하고 아끼는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이 연출한 작품에 대해서도 큰 애정을 가지고 있는 감독이었다. 그가 관객들과 솔직담백하게 나눈 이야기를 지금부터 풀어보겠다.

- [정진아 프로그래머] 제목을 <조금만 더 가까이>로 짓게 된 이유가 있으셨나요?
"역설적인 느낌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모르는 분들이 제목만 보시고 '야한영화 아니야?' 그런 오해를 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다섯 가지 이야기들에 나온 인물들을 보면 이기적이고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간격들 때문에 '조금만 더 가까이'란 제목이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 [정진아 프로그래머] 영화를 보면서 장편도 감독님답단 생각도 들면서 단편의 연장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일단 이런 작업을 하게 된 것은 제가 다른 장편을 원래 준비 중에 있었습니다. 한 남자가 여자를 두 번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이렇게 준비하고 있는데 작년 KT&G에서 1억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물론 1억이란 예산으로 일반적인 영화를 할 수는 없었습니다. '조금만 더 가까이'는 16회 차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일반적인 영화의 회 차에 삼분의 일정도 일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서 예산안에서 할 수 있는 영화 포맷에 대해서 생각을 했습니다.

작업하는 기회가 있을 때 무조건 만들어야 한단 생각이 있기 때문에 이 영화를 하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전에 준비하던 에피소드에서 나온 부분도 있습니다. 여기에다 전에 단편 작업하면서 느꼈던 재미를 확장해서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되는 작품을 만들어보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단편으로 보면 하나의 개별적인 이야기이지만 실제 다섯 가지 에피소드가 모여야 진정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드러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 [정진아 프로그래머] 두 번째 에피소드는 이전 감독님 단편과 비교해 보면 과감한 표현이었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한 에피소드 이야기하시는 거죠(관객 웃음). 이 작품엔 청춘의 연애가 있지만 등장하는 사람들이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입니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성'적인 부분도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보면 생략지점을 만들어서 흥미를 이끌어낸다면,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성'적인 부분에 대해서 생략 없이 관찰을 통해서 다른 어떤 것을 끌어내어보잔 그런 생각이 있었습니다."

"큰 것을 포기하고 출연해준 배우들에게 정말 감사해요."

김종관 감독 국도예술관 GV현장

▲ 김종관 감독 국도예술관 GV현장 ⓒ 무비조이(MOVIEJOY.COM)


- [정진아 프로그래머] 의외의 캐스팅이란 생각도 있지만 감독님다운 캐스팅이란 생각도 듭니다. 이 영화에 좋은 배우들이 많이 나왔고 가수인 요조도 연기를 하고 있는데요.
"제가 처음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이 마지막 공연장면이었습니다. 영화에서 어떤 음악의 힘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뮤지컬 영화는 아니지만 뮤지컬 영화처럼 관객들이 음악을 통해 감정을 전달 받길 원했습니다. 그게 어떻게 보면 이 옴니버스 영화를 처음 만들게 된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제가 요조를 잘 알지를 못했고 요조도 저를 잘 알지 못했습니다. 서로 어떤 면에서는 처지가 비슷한 것도 있고, 그 친구가 시나리오를 보고 재미있단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서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어서 더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요조가 캐스팅 되고, 그 다음에 윤희석씨, 그리고 윤계상씨가 캐스팅 되었습니다.

그리고 정유미씨는 당시 너무 바빠서 캐스팅을 못했고요. 너무 바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조심스러워했습니다. 윤계상씨는 개인적으로 제가 좋아하는 배우였고, 제가 준비하던 단편에 어울리는 배우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한번 캐스팅 제의를 했는데 윤계상씨가 흔쾌히 받아주었고요. 정유미씨는 다른 영화를 찍다가 날짜가 며칠 빈다고 연락이 와서 촬영을 하게 되었습니다(관객 웃음).

김효서씨는 '아저씨'에서 소미 엄마 역으로 나온 배우인데요. 전에 저하고 같이 작업을 했던 것이 인연이 되어서 캐스팅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신인 배우들이 캐스팅 되었고요. 이렇게 해서 캐스팅이 마무리 되었습니다.

영화에 8명의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요. 처음에는 제가 이번 영화 작업이 전에 했던 단편영화 작업과 크게 다르지 않단 생각을 했는데요. 개봉하고 나서 보니까 굉장히 큰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고생한 스태프들도 마찬가지지만 배우들도 아주 큰 것을 하나씩 내어주었습니다. 윤계상, 정유미, 김효서, 윤희석씨 같은 모든 배우들이 노 개런티로 참여하셨습니다.

제가 영화 외적으로 뭔가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유명한 감독도 아니고요. 상업영화처럼 시스템을 갖추어서 완벽한 촬영을 할 수 있는 회 차를 확보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위험을 다 감수하면서 배우들이 참여를 해주었고요. 제가 연출한 작품이 큰 작품이 아니고 저예산 영화이기에 흥행이 잘못되면 배우들 커리어에 상처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순수한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단 생각이 들고요.

요조씨 같은 경우에도 음악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고 영화음악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었고요. 신인 배우들 역시 흠잡을 곳 없는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제가 함부로 이 영화가 작은 영화라고 이야기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배우들 자랑도 꼭 한번 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경험도 영화에 어느 정도 녹아 있어요."

김종관 감독 국도예술관 GV현장

▲ 김종관 감독 국도예술관 GV현장 ⓒ 무비조이(MOVIEJOY.COM)


- [관객] 포스터에도 연애불구야란 글이 있고, 대사 중에도 너덜너덜 같은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이런 감성을 넣은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그리고 여자 심리를 너무 잘 알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전 바람둥이가 아니지만(관객 큰 웃음), 30대 중반이라서 연애를 좀 해봤습니다. 영화란 것이 어떻게 보면 실제가 아닌 거짓말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장소들이 실제 제가 그 장소에서 아팠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공간은 즐거운 장소였을 수도 있고요. 제가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똑 같은 아픔을 느꼈던 것도 아닐 거고요. 하지만 제가 이전에 가봤던 장소 그리고 기억 등을 통해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창조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은희란 캐릭터는 꼭 그렇게 이야기를 할 것 같았어요. 퉁퉁거리면서 밉지 않게 살벌한 이야기를 할 것 같은 인물이란 생각을 했고요.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은 제대로 된 사람들이 없습니다. 영수란 친구는 솔직하지만 치사하고 그런 단점이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물론 제가 했던 여러 가지 경험을 통해서 나온 것 같습니다. 제가 똑 같은 경험을 하지는 않더라도 예전에 했던 연애경험 그리고 다른 경험 등을 통해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온 것 같습니다."

- [관객] 은희가 버스정류장에서 너덜너덜한 청 테이프 너머로 현오 얼굴 보이는 장면이 있는데요. 어떤 상징성을 띠고 있는 장면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여행 에세이를 쓸 때가 많이 있습니다. 버스정류장에 청 테이프 같은 장면도 이런 여행 에세이를 쓰면서 나온 것들입니다. 영화에서 상징이란 것은 정서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야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몇 가지 단어로 설명을 해버리면 그 상징성이 없어지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에피소드별로 이런 상징성에 대한 것들은 하나씩 지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 [정진아 프로그래머] 어떻게 보면 위험한 것일 수도 있지만 그 감독 영화는 그 감독 영화다워야 한단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부분 때문에 혹시나 딜레마나 강박관념 같은 것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스타일이란 것은 이야기하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이나 정서를 보여주기 위해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제 영화는 일반적인 서사를 가진 영화가 아닙니다. 이전까지 제가 해왔던 영화 범위 내에서 확장을 시켜보잔 의미가 더 강했습니다. 그런 것도 재미있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스타일에 대한 한계를 이야기하기에 제가 아직 시작하는 단계라서 뭐라 말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 [관객] 요조 커플이 데이트 하는 곳이 왜 식상한 남산인가요?
"제가 좋아하는 공간이라서 그렇습니다(관객 웃음). 단편 작업을 많이 하다보니까 세팅된 공간에서 찍는 것이 아니라 제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빠른 시간 안에 원하는 장면을 찍어야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제 영화에 제가 좋아하는 공간과 계절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남산에 낙엽 떨어지는 것만 보고 살았는데요. 그래서 빨리 이 장면을 찍고 싶단 생각을 했습니다."

"이전과 다른 방향으로 연출 가능한지 알고 싶었어요."

김종관 감독 GV 관객들과 단체사진

▲ 김종관 감독 GV 관객들과 단체사진 ⓒ 무비조이(MOVIEJOY.COM)


- [관객] 게이 커플에 대한 이야기는 잘 이해가 안 됩니다.
"영수의 욕망은 여자인 세연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커밍아웃하듯이 자신의 남자 애인에게 세연을 사랑한다고 커밍아웃을 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영수란 자체가 욕망과 애정이 뒤 엮여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치사하고 못난 것인데요. 그런 것들이 게이 커플에 대한 기본적인 이야기에서 다루려고 했던 것입니다."

- [관객] 두 번째 에피소드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성적인 것 말고 다른 방향으로 살릴 방법이 없었나요?
"그 모든 과정에 대한 관찰들을 한번 다 보여주고 싶었고요. 성적인 취향에 대한 기호는 하기 전에도 느꼈고 하면서도 느낀 건데. 취향은 저마다 다 다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하려면 꿋꿋하게 보여주는 것이 더 좋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편집하면서 성적인 에피소드에 대한 부분들은 혼자 볼 때는 괜찮은데 극장에서 보면 좀 난감할 수 있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편집을 사람들이 많은 사무실에서 했습니다(관객 큰 웃음). 신음소리도 나고 대사도 심상치 않은데 그런 것들이 좀 난처했습니다."

- [무비조이 제상민] 두 가지 질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옴니버스 영화는 균질하게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위험부담이 크지 않았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너무 자세하게 감독님이 생각하는 '사랑'에 대한 정의를 작품에서 설명하지 않았는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전 나이를 먹고도 계속 영화 할 사람입니다. 제가 주어진 기회에서 재미있게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전에 단편 작업을 많이 하다보니까 그 나름의 장점이 있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봤습니다. 사실 이것을 시작할 때는 제가 단편영화를 많이 하다보니까 주위에서도 오해가 있을 수 있다고 많이 말렸습니다. 처음 지원 받을 때부터 저한테도 나름 큰 용기가 필요 했습니다. 빤히 어떤 이야기가 나올 것인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고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전 먼 궤적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제가 이 영화를 의도할 때부터 사랑에 대해서 자세하게 들여다보고 직설화법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다섯 가지 이야기에 서로 다른 대화패턴이 있습니다. 어떤 커플들이 하는 이야기들은 직설화법인 방면에 또 다른 커플들이 하는 이야기는 직설화법이 아닙니다. 이런 다른 타입의 대화 패턴을 가지고 제가 연출이 가능한지 안한지 시도하고 싶었습니다(이전 작품들은 은유가 많았음). 저 스스로 알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공간과 연기에 대한 여러 가지 형식으로 이전에 제가 가지고 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연출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 [관객] 감독님이 생각하시는 사랑은 무엇입니까?
"전 사랑을 멀리 보는 사람은 못되는 것 같아요. 저도 혼란스러운 시기를 살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사랑에 대해서 정의 내릴 수 없는 마음을 가지고 한 것 같습니다. 영화에 나온 사람들의 이야기가 지난날 제 사랑의 일면이 담겨져 있지만 확실한 심정은 무엇이라고 이야기하기 힘든 것 같습니다."

- [정진아 프로그래머] 다음 장편이 궁금합니다.
"이 작품을 했기 때문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설 것 같습니다. 이 영화를 통해서 피드백 통해 느낀 것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지금 구상중인 이야기는 이별여행가서 남자는 어떻게 해서든 헤어져 보려고 하고 여자는 안 헤어지려고 하는 그런 이야기를 준비 중에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영화리뷰전문사이트 무비조이(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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