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인천, 부산을 포함해 전국 6개 관에서 개봉한 성지혜 감독의 신작 <여름이 가기 전에>가 관객 스코어 4000명을 간신히 넘긴 채 개봉 4주차를 맞았다.

현재 <여름이 가기 전에>는 서울 필름포럼에서 연장 상영 중이며, 2월 20일 대전아트시네마를 시작으로 22일 광주극장, 23일 대구 동성아트홀에서 추가 개봉한다.

평단의 호평, 그러나 관객의 외면...누구 탓일까?

▲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 공식 포스터
ⓒ (주)엠엔에프씨
프랑스 유학파인 성지혜 감독의 숨결이 묻어 있는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는 29살 파리 유학생 소연이 방학을 맞아 한국에 잠시 머물며 겪게 되는 두 남자와의 엇갈리는 연애담이다.

그러나 이 영화는 영화평론가 김지미의 말처럼 "뻔한 푸념과 핑크빛 환상으로부터 자유로운 영화"로써 한국식 멜로 영화의 루트를 훌쩍 비켜간다.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의 외로움과 사랑받는 사람의 쓸쓸함을 건조한 시선으로 그저 관찰할 뿐이다. 영화 그 어디에도 복잡하게 얽히는 사건과 당장이라도 터져버릴 듯한 극의 절정, 농도 짙은 애정 신을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일까.

<여름이 가기 전에>는 '누구나 겪었을 아픈 추억을 부르다'(영화평론가 오동진), '섬세한 떨림을 갖고 있는 감각적인 연출과 진정성 있는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영화평론가 하재봉), '달콤한 판타지로 관객을 유인하는 대신 사랑의 진실을 직면케 해서 관객과 공명하는 영화'(<중앙일보> 양성희 기자) 등 쏟아지는 평단의 호평에도 관객들에게 이렇다할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어떤 영화든 개봉 시기는 으레 기획단계부터 논의하게 마련이지만 <여름이 가기 전에>는 특정 시기가 개봉의 적기라고 생각할 수 없었을 만큼 여건이 될 때 발 빠르게 개봉해야만 하는 운명에 놓여 있었다.

개봉이 결정된 당시에는 20여편에 달하던 동시개봉작들의 메이저급 배급망에 밀려 난관에 부딪혔고, 결국 예상했던 10개 스크린보다 적은 6개의 스크린에서 상영이 결정되었다.

(참고로 전국 6개라는 스크린 수를 실제 메이저급 배급망을 가진 영화들과 비교해보면 얼마만큼 적은 수인지 확연히 느낄 수 있다. 2006년 11월 초 개봉되었던 영화 <타짜>가 236개, <잔혹한 출근> 310개, <마음이>가 258개, <악마는 프리다를 입는다>가 222개이다.)

영화 홍보 역시 진행시킬 수 있는 매체가 다양하지 않을뿐더러 홍보의 생명인 잦은 노출을 위해서는 그만큼의 광고비를 지불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아무리 영화의 내용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공감을 자아낸다고 해도 넉넉지 않게 책정된 예산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의 방향 설정과 진행에 있어 여러 가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더구나 스타가 존재하지않는 저예산 예술영화는 방송사의 영화 전문 프로그램이나 연애정보 프로그램의 홍보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이다.

1천만 관객 시대에 4천 관객의 의미

그러나 작은 영화 <여름이 가기 전에>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작고 알찬 영화들이 많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제작사와, 상업적인 요소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았음에도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로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굳은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리고 여기에는 선택과 믿음을 보여준 전국의 4000명 이상의 관객이 존재한다.

독립영화는 1만명만 관객을 동원해도 성공했다는 말이 있다. 관객 1천만명이 한 영화에 몰리는 시대에 문화의 다양성에 관한 담론들이 쏟아지고 있는 지금, 관객 1만명을 꿈꾸는 소중한 웰메이드 영화들이 여전히 소리 없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 한혜미 기자는 <여름이 가기 전에>의 홍보사인 독립영화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2007-02-19 18:32 ⓒ 2007 OhmyNews
덧붙이는 글 한혜미 기자는 <여름이 가기 전에>의 홍보사인 독립영화 배급사인 인디스토리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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