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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에게 선전포고를 하라

나는 174cm 키에 몸무게 84kg으로 과체중이다. 신체질량지수(BMI)로 따졌을 때 27.74니까 비만 직전이다(지수 30이상 비만). 더 큰 문제는 복부비만인데 키와 상관없이 위험 수위를 넘었기 때문이다. 허리둘레가 남자 36인치(90cm) 이상, 여자 34인치(85cm) 이상인 경우 뱃살이 각종 성인병의 보고라 할 수 있다. 내 허리둘레? 차마 맨 정신으로는 못 밝히겠다.

서른셋에 장가들고 나서부터 내 몸은 대책 없이 불기 시작했다. 얄밉게도 아랫배만 자꾸 불룩해지더니 소변기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볼 때마다 허망함을 느껴야 했다. 마흔이 넘어서면서 급기야 94kg까지 나간 적도 있다.

그때(2001년) 독한 맘먹고 멋지게 체중감량에 성공하기는 했다. 석 달 동안 무려 30kg이나 뺀 것이다. 미련하게도, 빠진 상태를 여섯 달 이상 유지하지 못하면 체시계가 가차 없이 원상복구 시킨다는 사실을 그때는 몰랐다.

요요현상에 무너져 허탈한 마음보다 문제는 몸 상태였다. 출산한 여인네처럼 온몸 구석구석 튼 살 자국 천지에 근육이 빠져 물컹물컹, 비곗덩어리만 남은 몸은 대중목욕탕에 가기 부끄러울 정도였다. 오죽하면 아내가 농담으로 가끔 등 뒤에서 '아줌마!'하고 놀린다. 강의할 때 내가 한복을 즐겨 입는 이유는 다, 흘러내리는 뱃살을 학생들 앞에서 마음 놓고 감추기 위해서다.

내 나이 벌써 마흔일곱, 이 뱃살을 놔두고 노후준비는 없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은 장기적인 투병이 필요한 질병이다"라고 선언했다. 체질량지수보다 뱃살이 사실은 더 문제다. 뱃살은, 인슐린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거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여러 성인병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이른바 대사증후군의 직접 원인이다. 특히 내 경우, 팔다리는 날씬한데 아랫배만 상상초월이라는 사실이 큰 문제다. 옷 갈아입을 때마다 아들 녀석이 심각한 표정 짓는 데도 다 이유가 있다.

"아빠 만날…, 제가 사회인이 될 때까지는 꼭 지켜주신다면서요? 그 뱃살로는 아무래도 힘들겠어요. 아빠 믿고 있다가…."

저는 아직 어린데 아빠 연세가 벌써 오십 바라보느냐고, 복부비만 심각한 아저씨들 사오십 대가 고비라는데, 아빠가 너무 일찍 아프면 못 견딜 것 같다면서 울먹울먹하는데…, 가슴이 뭉개져 도저히 답할 말이 없다. 새해 들어 다시 학원 업무가 바빠지면서 사실 운동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아들 녀석 간절한 눈망울을 보니 이대로는 안 될 듯싶었다. 눈시울을 적시며 던진 한 마디가 결국 내 명치를 팠다.

"아빠가 늘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셨잖아요. 아무리 바빠도 운동하실 시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제가 이렇게 원하는데…, 그깟 제 소원 하나도 못 들어주세요? 네? 아빠!"

그래 다시 하자! 나는 큰맘 먹고 동네 피트니스클럽에 등록했다. 올해가 가기 전에 허리둘레를 무조건 34인치로 줄이자고 목표를 세웠다. 이번에는 절대 굶지 않기로 했다. 꼬박꼬박 챙겨 먹고 운동만으로 체중감량하기로, 한 달에 1.5kg씩만 줄이기로 작정했다. 술은 아무래도 좀 줄여야지.

1단계 윗배 근육운동 : 윗배를 자극하는 이 자세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문제는 건성건성 빠르게 해치우는 데 있다. 하루에 단 열 번만 하더라도 매회 2초 이상 멈춰 뱃살에 힘이 들어가야 한다. 뱃살을 빼기 위해 체중감량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근육을 얼마나 보존하고 강화하느냐다. 근육을 다지고 새로 만들지 않으면 요요현상을 이길 수 없다.
ⓒ BestAbs.com
2단계 아랫배 근육운동 : 다리를 머리 쪽으로 들어올린 상태에서 2초 이상 멈춰야 한다. 아무리 좋은 선생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더라도 결국 성공은, 스스로를 이길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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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단계 옆구리 근육운동 : 허리디스크에도 좋은 운동이다. 허리근육까지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역시 매회 2초 이상 멈출 수 있어야 한다. 절대 머리 쪽에 힘주면 안 된다. 잘못하면 목 근육을 다칠 수 있고 목 디스크까지 유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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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절없이 퍼더버리는 친구들을 보면서...

재작년에는 한 친구가 심장 이상으로 쓰러져 대수술을 연거푸 받고 간신히 살아났다. 작년에는 다른 친구가 급성 간경변으로 죽다 살았다. 또 한 친구는 당뇨합병증으로 그예 치아를 몽땅 들어내고 말았다. 이제 정말 건강을 추스를 때다. 돈 벌면 뭐하고 명예 얻으면 뭐하리? 건강 잃으면 다 잃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어마어마한 타이어튜브를 허리에 매달고 다니는 것은 아무래도 가족에게 저지르는 범죄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인생 최대 가치가 가족이라고 단정한다. 가장이란, 가족을 지켜야 하는 신성한 업을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 경우 가족은 자식뻘 제자들까지 포함한다. 그들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하여, 피 나눈 내 새끼 사람대접 받을 때까지 훈육하기 위하여, 나 하나 믿고 시집온 눈 먼 여자(아내)를 지키기 위하여 내 남은 삶은 존재한다. 물론 관건은 건강이다.

"뱃살아 너, 두고 보자! 올 연말 다시 한 번 재보자. 반드시 없애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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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커서 '얼큰샘'으로 통하는 이동환은 논술강사로, 현재 안양시 평촌 <씨알논술학당> 대표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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