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지난해 나는 아내와 함께 슈퍼마켓에 있는 유기농산물 코너를 둘러보았다. 그러나 아내는 유기농산물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지 않아 혼돈하고 있었다.

나는 "전환기 유기농산물은 무엇이고, 저 농약농산물은 또 무엇이냐"라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답변이 쉽지 않았다. 내 아내도 그렇고 소비자는 '유기농산물'이란 단순히 농약, 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생산한 무공해 농산물 정도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BRI@올바른 '유기농산물'이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용어의 정리부터 했으면 좋겠다.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 농약, 생장조절제, 제초제 가축사료첨가제 등 일체의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 미생물 등 자연적인 자재만을 사용하는 방법에 의해 생산된 농산물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도대체 이런 농산물을 우리나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하고 소비자는 반문할지 모른다. 이러한 과정과 방법을 거치려면 생산비가 증가하고 생산자의 노력과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 하므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생산자의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생산된 안전농산물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를 좁히는 일이 가장 큰 문제일 것이다.

▲ 2004년에 방문한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유기농산물 생산 농가. 태양열을 이용한 제초와 토양소독을 하고 있는 유기농업 현장.
ⓒ 윤병두
미국이나 일본 등 선진 국가들은 유기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높이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직접 연결하는 공급 체제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몇 년 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유기농산물 생산 농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이 농가는 인터넷을 통해 회원모집을 하고 있으며, 소비자가 원하는 농산물을 주 1-2회 가정으로 직접 배달해 주는 체제로 운영하고 있었다.

소비자를 현장으로 초청하여 생산과정을 보여주기도 하고 안전농산물임을 확인하는 각종 연시도 병행하고 있었다. 제초제 대신 비닐을 땅에 깔고 태양열을 이용한 토양소독과 제초를 동시에 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고, 소비자의 신뢰를 받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 정교하게 가꾸어준 토마토 농장과 자동 물주기 시스템.
ⓒ 윤병두
▲ 유기농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농장주.
ⓒ 윤병두
또 LA에 있는 농산물 도매시장의 경우 대부분 대형 상회가 품목별 생산농가와 계약재배를 통해 농산물이 도매시장에 들어오고 있었다. 상회의 검사관이 농장에 주재하면서 출하 전 당도, 농약잔류, 안전성 등을 검사한 후 합격한 상품만 들어올 수 있도록 하고 있었다.

한편 상회는 철저한 점검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것을 소비자에게 알림으로 자기상회의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고 있었다.

얼마 전 필리핀에서 자연농업을 고수하고 있는 바타드 마을을 방문했다. 세계 8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불리 우는 '계단식 논(Rice Terrace)' 또는 '다락논'이 장관을 이루고 있는 이곳은 대대로 전통농업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이다.

▲ 다락논에는 어린 모가 한창 자라고 있다.
ⓒ 윤병두
▲ 벼 이삭채 모판에 담구는 이색 못자리.
ⓒ 윤병두
유기농업이 무엇인지 알고 싶으면 바타드 마을을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마을 농민들은 농약과 비료가 무엇인지 구경도 못해본 사람들이다. 오래전부터 일구어 온 다락논을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농사를 짓고 있다.

논에는 반딧불이의 중간숙주인 우렁이가 새까맣게 깔려있다. 이삭이 팬 후 벼 줄기에도 빨간 우렁이 알을 싶게 발견할 수 있다. 풀을 베어 넣어둔 무논에는 검붉은 색깔로 변한 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차량이 닿지 않는 첩첩산중이다 보니 기계화는 물론 소를 이용한 농사도 허락하지 않는다.

다락논의 높이가 2m 이상 되니 소가 오르내릴 수도 없다. 논을 갈고 모를 내는 것조차 사람의 힘으로 재래농기구를 이용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쌀이 유기농 쌀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앙증 맞은 못자리와 허수아비의 조화.
ⓒ 윤병두
▲ 벼줄기에 메달린 빨간 우렁이 알(유기농의 상징).
ⓒ 윤병두
바타드 마을 쌀은 시중에 판매되는 쌀값의 3배가 넘어도 살 수가 없었다. 생산이 한정되다 보니 공급이 모자랄 수밖에 없다. 이곳을 방문한 많은 소비자들은 생산현장을 직접 보면 소비자의 감동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최근 웰빙 바람이 불면서 안전농산물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품질이 좋고 안전하다면 가격이 비싸더라도 사먹겠다는 것이 소비자의 마음이다. 이제 수입농산물이 무차별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어떤 농산물이 안전한지 소비자는 헷갈리고 있다. 안전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줄 수 있는 묘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위의 사례를 보면서 아무리 좋은 농산물이라 해도 소비자가 신뢰하지 않으면 친환경 농산물의 확대는 어렵다는 것을 확인했다. 소비자는 생산자가 제공한 농산물이 안전하고 신선농산물이라는 확신이 있을 때 정당한 가격에 소비하게 될 것이다.

한편 소비자는 우리 식탁의 안전성을 보장해주는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하고 친환경농업이 곧 국민건강을 보장해주고 우리 후손에 물려줄 지속 가능한 농업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윤병두 기자는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현재 지금 필리핀대학교(UPLB)에 방문교수 자격으로 6개월간 체류하고 있습니다.


태그:#안전농산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