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설명이 없다면 할리우드 괴물들은 남성으로 여성을 몰아붙인다. 관객은? 그걸 훔쳐보는 입장.
ⓒ 20C Fox
대체로 할리우드 영화 속 괴물들은 성별이 분명하지 않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남성으로 여겨진다.

원래 괴물들이 서식하는 공포물이라는 것들은 남성이 들이대며 쫓으면 여성들은 비명 지르며 도망가고 관객들은 훔쳐보기로 동참하는 대략 불순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괴물이 먹어 치우는 대상에 남녀를 가리는 것은 아니겠고 통계를 내 보면 괴물을 잡으러 갔다가 밥상에 오르는 이들도 있어서 숫자로는 남성이 더 많이 잡아먹히고 있다.

 할리우드 괴물의 디자인이란 어딘가 성적으로 거시하기 마련이다. <에일리언>(왼쪽)과 <불가사리3>.
ⓒ 20C Fox
하지만 비키니 차림의 아가씨를 카메라가 끈적끈적한 눈길로 지켜보다가 덥석 삼켜 버리는 장면이란 이런 영화에서 꼭 나오는 것이어서 느낌이랄까 비중에 있어서는 여성으로 기운다.

괴물 디자인도 좀 거시기한 면이 있다. 대체로 괴물들은 전체 형상은 앞뒤로 길쭉한 형태를 띠어 남성 성기를 연상시키면서도 정작 사람을 집어 삼키는 입은 어딘가 여성 성기를 참고한 경우가 많다.

어떤 사람들은 프로이드 운운하며 근원적 공포를 형상화한 것이라 애써 의미를 부여하기도 하지만 할리우드 하고도 공포물에 흐르는 남성 중심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리라.

때로 암컷 괴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에일리언> 시리즈에 등장하는 퀸 에일리언이나 <스피시즈>에 나오는 이브가 대표적이고 일본에서는 수컷이었던 고질라가 할리우드에 와서는 암컷으로 변신했다.

 여성형 외계 괴물의 탄생으로 에로와 호러를 한 번에? <원초적 본능>과 <에일리언>을 섞은 듯한 <스피시즈 2>.
ⓒ MGM
하지만 괴물이 암컷인 경우에는 오직 새끼 낳기에만 몰두하는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에 이것 역시 여성에 대한 불순한 시선이라 하겠다.

<스피시즈>의 경우 임신하기 위해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남자를 물색하는 외계 괴물이 등장하는데 할리우드 관용구 중 하나인 남자 이용만 해먹고 보내 버리는 흑거미(black widow) 캐릭터의 괴물 버전이다.

우기자면 능동적인 여성형 괴물의 등장이라고 추겨 세울 수도 있겠지만 <에일리언>과 <원초적 본능>을 섞은 식으로 호러와 에로를 한 번에 보여 주려는 얕은 뜻은 아니었을까나.

 남자들은 무기력하게 쓰러지고 여전사와 여왕 괴물이 마지막 대결을 벌이지만 그렇다고 여권 신장은 아니다. <에일리언 2>.
ⓒ 20C Fox
전통적으로 괴물을 물리치는 것은 남성 몫이고 여성들은 잘해봐야 지식을 제공하는 조력자에 그치고 심하면 괴물을 탄생시키거나 풀어준 책임을 지게 된다.

<에일리언> 시리즈에는 괴물을 물리치는 주인공으로 강인한 여성이 등장하기 때문에 여성에 대해 좀 더 발전된 입장이라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근육질을 자랑하는 남성화된 여성 캐릭터라는 점에서는 여전하다고 생각된다.

<에일리언> 2편에서 퀸 에일리언과 주인공이 한 판 붙는 장면은 액션으로만 본다면 영화사에 남을 명장면이겠지만 이 년 저 년 욕을 주고받으며("Get away from her, bitch!") 여자들끼리 머리끄덩이 잡고 싸우는 장면을 연상시키니, 정치적으로 그리 올바른 장면은 아니라고 할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