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4일 개막을 앞둔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의 프로그래머 강추 영화들은 줄거리만 읽어도 귀가 솔깃하다. 이미 <몬도비노: 포도주 전쟁>는 매진됐으며 <요괴대전쟁> 또한 매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재미와 독창성을 겸비한 작품들이다. 올 서울환경영화제는 환경옴니버스 <9시 5분>을 개막작으로 28개국 108편의 영화가 상영되며 '국제환경영화경선', '널리보는 세상', '지구의 아이들', '테마전 2006 : 에코스포츠-걷거나 달리거나', '회고전 서울 스펙트럼:1950~2000' 등 총 6개의 섹션으로 구성됐다. 가정의 달 5월에 열리는 서울환경영화제는 10일까지 스타식스 정동, 서울역사박물관, 이화여고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다. 프로그래머 3인의 강추한 리스트 중 8편의 작품을 먼저 맛보도록 하자. <요괴대전쟁> (미이케 다카시/ 일본/ 2005/ 12분/ 35mm/ 극영화)
 요괴대전쟁
ⓒ 서울환경영화제

<오디션> <제브라맨> 등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많은 컬트팬을 양산한 미이케 다카시가 만든 블록버스터이자 가족영화. 엽기와 파격으로 유명한 그가 인터뷰에서 "틀림없이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영화니 안심하고 즐기시라"고 밝힌 바 있다. 이혼한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고향마을에서 살게 된 10살 소년 타다시는 마을 축제에서 산 속 도깨비들이 지키는 전설의 검을 얻고 세계 평화를 지킬 '기린 라이더'로 뽑히게 된다. 이즈음 악한 요괴들의 소행으로 일본 전역에서 아이들이 사라지고 사람들이 습격당한다. 이때 '기린 라이더' 타다시는 착한 요괴들과 힘을 모아 악한 요괴들과의 대전쟁에 나선다. 버려진 쓰레기들을 요괴와 결합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마인(魔人)과 선택된 소년의 한판 승부를 다룬 판타지 액션 모험극으로 CG와 아날로그식 특수 분장으로 수많은 일본 토종 요괴들이 재현됐다. 영웅으로 거듭나는 타다시의 액션이 재미를 주는 동시에 인간을 공격하는 버려진 쓰레기 요괴들을 통해 함부로 물건을 버리는 현대인의 행태에 대해 일침을 놓고 있다 (5일 스타식스 5관 15:30분, 7일 스타식스 5관 18:00). <몬도비노: 포도주 전쟁> (조나단 노씨터/ 미국, 프랑스/ 2005 / 135분/ 35mm / 다큐멘터리)
 몬도비노 포도주 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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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학자이기도 한 감독은 프랑스와 이태리의 전통적이고 소규모인 포도주 농장과 미국의 대규모 포도주 산업 현황을 비교하면서 와인 산업의 세계화에 대해 탐구한다. 특히 억만장자 나파 밸리의 가족사를 통해 지역과 연합, 소작농과 산업 자본가들 사이의 시커먼 속내와 와인 전쟁을 고발한다. 심리스릴러 <징후와 불안>으로 2000년 베를린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바 있는 조나단 노씨터 감독은 외부로부터 단단히 문을 걸어왔던 와인 세계의 이면을 비추기 위해 캘리포니아와 플로랑스의 억만장자들의 집을 방문, 영향력 있는 비평가들과 와인운송 상인 등 와인 업계의 스타들을 직접 만나는 열정 끝에 이 영화를 완성했다. 영화 <사이드웨이>를 통해 미국의 드넓은 포도주 농장을 보고 감탄했다면 <몬도비노: 포도주 전쟁>에 구미가 당길 것이다(6일 스타식스 5관 20:30분, 9일 스타식스 6관 20:30분). <우리 할머니 집> (아단 알리아가/ 스페인/ 2005/ 80분/ 35mm/ 다큐멘터리) 기분 내키는 대로 행동하는 천방지축 6살 손녀 마리나와 고집불통 75세 할머니 마리타의 세대를 초월한 독특한 관계에 대한 다큐멘터리. 2005년 암스테르담다큐멘터리 영화제 대상 수상작으로 70년의 세월과 세대를 뛰어넘은 두 여성의 교감을 건조하면서도 따뜻하게 그린 스페인판 <집으로>라 할 만한 작품이다. 두 사람이 교감을 나누게 되는 50년도 더 된 할머니의 낡은 집은 마리타에게는 단순한 공간적 의미를 넘어 그녀의 삶 자체다. 하지만 자식들은 어서 낡은 집을 헐고 돈이 될 새 집을 지을 생각 뿐이다. 집이 무너져 내리는 순간 부둥켜안고 눈물짓는 마리타와 마리나의 모습은 개발이라는 미명아래 현대인이 잊고 살던 그 무엇가를 깨닫게 한다. 시종일관 티격태격, 좌충우돌하는 와중에 서로를 보듬는 마리나와 마리타의 모습은 70년의 세월을 넘어선 진정한 세대 공감을 보여준다(5일 스타식스 5관 20:30, 9일 스타식스 5관 15:30). <에코 형사와 바이러스> (에베르트 데 베이에/ 네덜란드/ 2003/ 12분 30초/ 35mm/ 단편애니메이션) 환경범죄를 조사하는 한 생태연구학자가 기괴한 차들에게 점령당한 잊혀진 석유도시에서 길을 잃는다. 모텔에 머무르는 잠깐 동안에도 그는 쉴 틈이 없다. 이 차들이 기생 생물체로 진화해 인류를 홀리고 지구로부터 생명액을 흡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 기생 생물체에게 공격당한 그는 임무의 완수를 위해 필사적으로 본부에 연락을 시도하지만 정작 본부에서는 답이 없다. 인류를 파괴하는 자동차에 대한 경고를 담은 본격 환경 애니메이션이라 부를만한 이 작품은 2003년 네덜란드에서 단편 애니메이션 부문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데 베이에 감독은 암스테르담 그래픽 학교와 네덜란드 영화 TV 아카데미를 마친 뒤, 86년작 <캐릭터>와 94년작 <나르시스 호텔>로 각각 시카고 영화제와 오타와 애니메이션 영화제에서 Gold Hugo 상과 최우수 디자인상을 수상한바 있다(6일 스타식스 5관 18:00, 8일 스타식스 5관 20:30). <달라스 지구> (로베르토 아드리안 뻬오/ 헝가리 / 2005/ 93분/ 35mm/ 드라마
 달라스 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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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라두는 오랫동안 소원하게 지내온 아버지의 죽음으로 어릴 적 살던 쓰레기폐기장에 위치한 알루미늄 판자촌 달라스로 돌아온다. 사회에 대한 증오와 저항감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 곳 사람들의 가난에 대해 깊은 책임감과 동질감을 느끼게 되고, 자신이 살아온 세상과 다른 세계와의 간극 때문에 고민하게 된다. 행복고향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도시 외곽의 게토 달라스는 인기 미국 TV 시리즈의 제목에서 딴 이름. 척박한 공간에서 투쟁과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린 <달라스 지구>는 쓰레기폐기장의 충격적인 이미지와 다큐멘터리적 기법, 그리고 주인공의 감정을 섬세하게 다룬 내러티브가 결합된 작품이다(7일 스타식스 5관 10:30, 8일 스타식스 5관 18:00). <먹을거리의 위기> (에르빈 바겐호퍼/ 오스트리아/ 2005/ 96분 35mm/ 다큐멘터리)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인구의 4분의 1이 기아에 시달리지만 비엔나에서 매일 버려지는 빵의 양은 오스트리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인 그라츠의 시민들을 먹여 살릴 정도다. 바겐호퍼 감독은 프랑스, 스페인, 루마니아, 스위스, 브라질, 오스트리아를 넘나들며 우리의 먹거리가 어디서 생산되는지를 UN의 식량권 특별 서기관, 다국적 식량기업 네슬레의 CEO 등 식량산업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추적한다. 바겐호퍼 감독은 충격적인 이미지들을 통해 세계의 식량 생산과 기아가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날카로운 질문과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6일 스타식스 5관 18:00, 8일 스타식스 5관 20:30). <잃어버린 바다> (길 카르니/ 이스라엘/ 2005/ 90분/ 베타/ 다큐멘터리) 1999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어업조합을 시작으로 한 일종의 영상일기이자 가자 지구의 북부 지역 어촌마을 두깃에 정착한 두 가족의 이야기. 팔레스타인 주민이 전부 쫓겨났던 린 엘 아크차 반란 이후에도 양국 간의 어부들은 평화를 유지한다. 영화는 결국 마을의 파괴와 거주민들이 새로운 삶을 찾아 새로운 장소로 떠나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오랜 삶의 터전을 떠나야만 하는 어부들의 슬픔을 응시하려 노력한다. 10여 편의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온 길 카르니 감독이 99년부터 기록한 이 영상일지는 몇몇 가족의 개인적 상황을 통해 정치적 분쟁이 우리의 삶과 환경에 얼마나 커다란 위협으로 다가오는지를 차분하게 설득한다(6일 이대 백주년기념관 15:30, 9일 스타식스 5관 10:30). <마킬라폴리스> (비키 푸나리, 세르지오 델 라 토레/ 미국, 멕시코/ 2006/ 70분/ 디지털베타 / 다큐멘터리)
 마킬라폴리스
ⓒ 서울환경영화제

한때 번창했던 멕시코 타우아나 지역의 대규모 공장지대 마킬라폴리스. 다국적기업들이 싼 노동력을 찾아 동남아시아로 떠나 버린 후 가난과 실업 그리고 공업 폐기물과 환경오염만이 남았다. 세 아이의 어머니이자 부품 공장에서 일주일에 6일을 일하는 카르멘은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과 함께 다국적 기업과 정부를 향한 지루하고 힘겨운 싸움을 시작한다. 생존을 위해 그리고 아이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되돌려 주기 위해 승산 없어 보이는 싸움에 뛰어든 그들을 <마킬라폴리스>는 평범한 여성 노동자로 시작해 대기업과 정부를 상대로 작은 승리를 얻어내기까지의 숭고한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린다. 카르멘과 동료들이 전문 다큐멘터리 감독의 도움을 받아 직접 촬영한 화면은 삶에 대한 절박함과 에너지가 넘쳐난다(8일 스타식스 6관 15:30, 9일 스타식스 6관 18:00).

덧붙이는 글 제3회 서울환경영화제 홈페이지 http://www.gffi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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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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