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고
ⓒ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상황 1. 작은 카메라로 3년간 철거촌을 찍은 왕빙. 지구상에서 도시가 어떻게 사라져가는가를 담았다. 러닝타임 9시간 30분.

상황 2.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학년 3반이라는 영화를 찍는다. 러닝타임 3시간 50분. 보는 즉시 심사위원의 마음이 움직인다. "감독이 될 거니?" 심사위원의 질문에 고교생 감독은 대답한다. "일기를 잘 쓴다고 좋은 소설가가 되는 건 아니잖습니까" (그렇다. 요즘 고교생은 일기를 영화로 쓴다.)

상황 3. 소설가와 미술가가 영화제에 합류한다. 더 이상 영화는 영화감독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상황 4. 칸 영화제를 보려면 칸에 가야했다. 베를린 영화제를 보려면 베를린에 가야했다. 그러나 이 영화제는 서울과 도쿄, 홍콩, 싱가포르에서 동시 상영된다.


미래 영화제를 향해 발빠르게 나아가고 있는 CinDi 2007(시네마 디지털 서울)이 그리고 있는 디지털 영화제의 상이다.

자유로운 영혼과 영화의 만남, 시네마 디지털 서울

▲ 기자회견
ⓒ 시네마 디지털 서울
전 <키노>의 편집장이자 현 <씨네21> 편집위원으로 활약 중인 영화평론가 정성일씨와 영화감독 박기용씨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은 시네마 디지털 서울(이하 신디)이 올해 7월 20일부터 27일까지 8일간 CGV압구정 2개관에서 개최된다.

프로그램은 경쟁부문 20여편과 초청부문 20여편으로 나뉜다. 경쟁부문은 감독상, 비평가상, 젊은 비평가상, 관객상 4부문에 걸쳐 시상이 있다. 한국문화예술진흥원과 CJ 문화재단이 후원한다.

신디는 기존의 아날로그 영화에 가해졌던 중요한 제약 중 하나인 '지역성'을 없앴다.지역 안배를 떠나 아시아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는 게 목표다. 젊은 감독들, 독립 영화계의 감독들에게 국적과 지역을 불문하고 기회를 준다는 의미다.

기존 국제 영화제의 경우 국내 프로그래머가 외부 지역을 잘 모르는 상태에서 직접 발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신디에서는 해당 지역 프로그래머를 프로그래밍 컨설턴트로 선임한다. 그 해 만들어진 수작을 가장 잘 아는 현지 전문가들이다. 올해는 필립 치아, 이치야마 쇼조, 리척토가 함께 한다.

필립 치아(Philp Cheah)는 싱가포르 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동남아시아와 중동아시아 지역 작품 선정을 담당한다. 최근 그 자신의 관심사가 중동으로 확장되고 있다면서 이렇게 소개했다.

"디지털 영화는 저렴한 비용으로 제작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중동지역의 아랍 영화들도 최근 디지털 영화 산업으로 이동해가고 있습니다."

지아장커의 <플랫폼>, <임소요>, <세계>의 프로듀서를 맡았으며 현재 기타노 다케시 감독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이치야마 쇼조가 일본 영화 담당이다. 일본 역시 디지털이 대세다.

"일본 영화계에서는 젊은 감독들이 공영 방송이 아닌 타 방송에서 활동합니다. 더이상 35mm로는 수요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HD veta를 사용하는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독립 영화계에서도 저예산 디지털 영화가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영화들이 모두 일본 국내에서 극장 개봉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신디 영화제가 고맙습니다."

올해 31회째인 홍콩 국제영화제의 프로그래머 리척토(Li Cheuk-do)가 중국어권 영화를 담당한다. 리척토는 말한다.

"작년 베를린 영화제에서 지아장커가 상을 탔습니다. HD 방식의 영화였는데, 디지털 영화로서는 최초로 큰 규모 국제 영화제 수상을 한 셈이었죠. 칸 영화제에서도 4년 전부터 디지털 섹션을 두어 디지털 영화에 경쟁부문 참가를 허락하고 있습니다. 다루기 쉽고, 싸고, 제작에서부터 배급에 이르기까지 HD가 가장 효율적입니다. 디지털 영화는 미래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영화제 지금 보다 더 많아져야 한다"

▲ 정성일 공동집행위원장
ⓒ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국내에는 이미 국제 영화제가 여럿 있다. 또 하나의 디지털 영화제를 만들 필요가 있을까. 정성일 공동집행위원장은 "디지털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기회를 주었다"고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8년 전 전주국제영화제 때 똑같은 질문을 들었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답은 똑같습니다. 영화제는 더 많아져야 합니다. 하나의 영화제가 1000편을 상영하지는 못합니다. 각 영화제의 선택이 있고 한 곳에서 선택받지 못했다고 다른 영화제에서도 선택받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재능에 더 많은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에 따르면, 인상주의가 캔버스를 통해 가능했던 것처럼 영화계는 디지털을 통해 새로운 역사를 목격하고 있다. 서울의 시네마 디지털이 베이징, 홍콩, 마닐라 세계 곳곳의 친구 영화제를 만들어갈 앞날을 기대한다는 정성일 집행위원장은 "디지털 형식으로는 동시 상영도 가능하지 않느냐"며 세계 속의 신디를 키워갈 포부를 밝혔다.
2007-05-08 08:55 ⓒ 2007 OhmyNews
정성일 시네마 디지털 서울 박기용 HD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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