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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지난 2월 4일, 5일에 떠난 철원ㆍ화천ㆍ인제ㆍ홍천 여행의 세 번째 이야기입니다.

철원여행은 나름대로 큰 기대를 가지고 떠난 여행이었습니다. 지난해 파주에 갔다가 하늘에서 배회하고 있는 독수리를 보고 차를 세우고 나서 한참이나 올려다봤던 적이 있었습니다. 독수리란 녀석은 그야말로 동물원에서나 볼 수 있는 새인데 그들을 그저 길거리 지나다가 볼 수 있었으니 신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더구나 독수리가 철새란 사실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겨울이 한창 무르익는 2월 초. 동장군이 엄습한 2월의 첫째 주였습니다. 겨울의 매서운 맛을 보기 위해 더불어서 독수리와 두루미 등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새들의 일상을 보기 위해 철원을 택했습니다. 더욱더 가까이 볼 수 있는 탐조투어가 있다고 하니 기대에 찼습니다.

▲ 철원에 도착하자마자 축하비행을 하고 있는 쇠기러기 떼
ⓒ 문일식
43번 국도를 타고 철원에 도착한 직후 작은 소리가 연이어서 들려 뒤를 돌아보니 한 무리의 쇠기러기들이 'V'를 그리며 머리 위를 지나 서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차에서 재빨리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늦었음에 한탄을 하고 있을 즈음 또다시 작은 소리가 들리더니 이번에는 수백 마리나 되는 새들이 하늘을 감싸고 묵직한 날개짓을 그리며 머리 위를 통과하고 있었습니다. 렌즈를 최대한 당겨서 연방 눌러댔습니다.

▲ 마치 비행기 편대와 같은 모습입니다.
ⓒ 문일식
가창오리의 군무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맑은 창공을 고즈넉이 날아가는 쇠기러기의 군무는 철원 땅에 막 도착한 저에게 마치 축하 비행을 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쇠기러기는 몸길이 75cm 정도의 겨울철새로 원래의 명칭은 '흰이마 기러기'라고 합니다.

철새 탐조투어는 버스를 타고 민통선 안으로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철의삼각 전적관에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철의삼각 전적관은 고석정 국민관광지내에 있고, 신고절차는 그리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제2땅굴을 경유하는 안보관광의 경우에는 신분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합니다. 조그만 가방에 카드와 현금을 챙겨오는 바람에 주민등록증이고, 운전면허증이고 깜박 잊고 안 가져 왔는데, 다행히 철새탐조투어는 신분증이 필요없다는 말에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쉬었는지.

축제 때 이외에는 하루에 3차례 민통선내 관광을 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11시에 철새탐조투어를 하고, 오전 7시와 오후 2시에는 제2땅굴을 경유하는 안보관광을 합니다. 버스에 오르니 10명 남짓한 사람만이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고, 철원 땅의 방문을 환영한다는 가이드의 인사와 함께 철새탐조투어는 시작됐습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서 새가 많이 나왔을지 모르겠다는데 그 소리에 괜한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 나왔습니다.

▲ 토교저수지 둑방에 삼삼오오 떼지어 모여있는 독수리떼
ⓒ 문일식
먼저 독수리를 보기 위해 토교저수지로 향했습니다. 토교저수지는 1976년에 인공으로 축조된 저수지로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있고, 넓이만 100만평이 넘는다고 합니다. 민통선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검문소를 통과했고, 가까운 곳에 양지마을을 지나자 바로 토교저수지에 이르렀습니다. 독수리를 탐조하기 위해 낮은 언덕 위에 스코프 등을 설치해 놓았습니다.

독수리는 천연기념물 243호로 지정되어 있는 국제보호조류입니다. 철원에 서식하는 독수리는 추운 겨울을 나기 위해 시베리아로부터 날라온 독수리들로 그 거리만도 2000km라 하는데, 이번 추위에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 같습니다. 더구나 독수리의 습성이 매처럼 산고기를 먹지 않고, 죽은 고기만 먹기 때문에 이곳에서 살아가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아 보입니다.

▲ 독수리떼 보러왔가가 먼저보고 만 까마귀떼의 비상.
ⓒ 문일식
스코프가 설치된 언덕은 그리 높지 않아 토교저수지 풍광은 볼 수 없었고, 저수지의 둑에 몰려있는 독수리들과 독수리들에게 먹이기 위해 던져놓은 소들 주위로 새까맣게 앉아있는 까마귀들만 보였습니다. 그야말로 갈색 반, 검은색 반이었습니다. 갑작스런 사람들의 방문 때문인지 생각지도 않았던 까마귀들이 하늘을 뒤덮으며 날아올랐습니다.

▲ 까마귀 잔치만 멀뚱멀뚱 쳐다보는 독수리떼.
ⓒ 문일식
독수리의 움직임은 거의 없었습니다. 독수리들을 살리기 위해 들판에 환경단체에서 던져놓은 가축들은 까마귀들만이 잔치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하늘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독수리의 모습은 매섭고, 왕성한 활동과 카리스마가 있는 모습이었는데, 그 편견 또한 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제 목숨 부지하기도 어려운 힘겨운 모습들이 무척 안타까웠습니다.

▲ 까마귀의 차지가 되버린 젖소의 갈비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
ⓒ 문일식
한 무리의 독수리 떼들이 둑에서 들판으로 내려와 짓궂은 까마귀들과 한판 힘겨루기를 하는 것 같더니 한곳이 무리지어 있을 뿐 들판에 널린 고기에는 입에도 대지 않았습니다. 또다시 널부러진 고기들은 까마귀의 차지가 되고, 독수리의 희생양이 될 젖소의 앙상한 갈비뼈만 을씨년스럽게 들판에 뒹굴었습니다.

▲ 머리위 상공을 스치며 날아가는 독수리의 위엄어린 모습.
ⓒ 문일식
버스를 타고 내려오던 중 마침 머리 위를 지나는 독수리를 발견하고 셔터를 눌렀습니다. 언덕 위에서 바라보던 독수리와는 새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날개를 펴면 그 크기가 3m 정도나 된다고 하는데, 낮게 날고 있는 독수리의 모습에서 그 웅장하고, 기운찬 모습이 느껴지고도 남았습니다.

▲ 들판에서 먹이를 찾고 있는 재두루미 가족.
ⓒ 문일식
다시 버스를 타고 동송 저수지와 아이스크림 고지 쪽으로 두루미 탐조를 나섰습니다. 역시 날씨가 추운 탓에 둥지를 틀고 있는 DMZ 쪽에서 많이 나오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간간이 가이드 분이 알려주는 지역에 두루미 한 가족이 들판위에서 먹이를 먹는 모습이 발견되었습니다. 도로와 가까운 곳에서 먹이를 먹고 있는 재두루미 가족을 볼 수 있었습니다.

두루미는 우리가 흔히 학이라고 부릅니다. 뚜름 뚜름 운다고 하여 뚜름이라는 의성어에 접미사 '이'가 붙어 두루미가 되었다고 합니다. 두루미는 해, 산, 물, 돌, 구름, 소나무, 불로초, 거북, 학, 사슴 등과 함께 십장생중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회갑 때 두루미 문양을 넣어 오래 사시라는 의미를 담기도 합니다. 한편 조선시대에는 청렴결백을 대표하는 색으로서 두루미의 색이 하얗기 때문에 청렴결백의 상징으로도 쓰였으며, 선비들은 학창의라고 하여 학의 모습과 닮은 옷을 지어 입기도 했습니다.

▲ 재두루미의 아름다운 비상.
ⓒ 문일식
우리나라에 오는 두루미는 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대부분입니다. 두루미와 재두루미는 절대 섞여서 살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만 철원지역에 섞여 살고 있어 연구대상이라고 합니다. 대체로 4마리가 한 가족을 이루는데, 이는 한 배에 두 개의 알을 낳기 때문입니다. 간혹 3마리나 5마리인 경우가 있는데 죽었거나 부모를 잃은 새끼를 거둔 경우라고 합니다. 더구나 한번 짝을 맺은 두루미는 평생토록 짝을 바꾸지 않는다고 하니 요즘처럼 부모가 아이를 버리고, 쉽게 이혼하며, 굶는 아이들이 너무도 많은 요즘 세태에 충분한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경계심을 늦추지 않더니 차량이 가까워짐을 눈치채고 먼 하늘로 비상하는 재두루미 가족.
ⓒ 문일식
아이스크림 고지를 지나자 멀지 않은 곳에 또 한 가족의 두루미를 보았습니다. 버스가 지나가자 경계를 늦추지 않더니 갑자기 하늘을 향해 비상을 했습니다. 네 마리 한가족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은 마치 신선과도 같았습니다. 여유로운 날개짓과 유연한게 뻗은 곡선미, 조급함이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하늘을 나는 모습은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아한 자태에 한참 넋이 빠져 있을 즈음 민통선 검문소에 이르렀습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독수리와 두루미의 모습을 많이 보지는 못해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습니다. 이제 이번 달이면 철새탐조도 끝나고, 아울러 겨울이 물러가면 두루미와 독수리들은 또다시 자신들의 고향을 향해 먼 길을 떠날 겁니다. 그들을 다시 보기 위해서는 또다시 1년을 기다려야 하겠지요. 자연의 법칙이기에 쉽게 보지 못하고, 아사 직전에서도 힘겹게 버티고 살고, 사람들과의 거리를 두어야만 하는 그들입니다. 해가 갈수록 개체가 줄어드는 혹독한 삶이지만 변함없이 내년에도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철새탐조 팁!!

1. 고석정 국민관광단지내 철의삼각 전적관 2층에서 신고하고 버스를 통해 탐조투어를 할 수 있습니다. (대인/7,000원, 중고생/5,000원, 어린이/4,000원)
2. 고석정 국민관광단지 입장료는 대인 1,500원, 군인,학생/1,200원,어린이/800원)
3. 소요시간은 대략 2시간정도이며, 철의삼각지대 전망대와 월정리역을 들릅니다.
4. 안보관광은 오전 7와 오후 2시 2회이며, 11시는 탐조투어를 합니다. 안보관광은 제 2땅굴을 경유하며, 이를 위해 신고시에는 신분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5. 탐조투어에서는 탐조를 위한 망원경을 일부 지급합니다.
6. 독수리는 토교저수지 둑에서 고정탐조를 하고, 두루미는 버스투어를 하면서 주로 차창을 통해 볼 수 있습니다.
7. 탐조투어를 하면 가이드가 새 이야기 뿐 아니라 옛 철원이야기와 민통선내 안보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기 때문에 매우 유익합니다.
8. 철새탐조는 오는 2월 말까지만 운영합니다.
9. 탐조투어 이외에 노동당사,도피안사,고석정 등은 별도로 차량을 이용하여야 합니다.
10. 철원군 문화관광홈페이지(http://www.cwg.go.kr/cheo_tour/tourism/html/index.asp)

덧붙이는 글 | 유포터 뉴스에 송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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