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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8도까지 떨어진 지난 2월 4,5일의 철원, 화천, 인제, 홍천 여행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고석정은 국민관광단지내에 있고, 민통선을 들어가기 전까지는 통행이 자유롭기 때문에 개인차량으로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탐조투어나 안보관광은 노동당사나 도피안사를 들르지 않기 때문에 여행사나 단체여행을 하는 동호회가 아니면 천상 개인차량으로 둘러보아야 합니다. 도피안사와 노동당사를 둘러보기 앞서 국민관광단지에 있는 여러 곳을 먼저 보기로 했습니다.

▲ 철의삼각 전적관내 6.25때 사용된 폐전투기
ⓒ 문일식
철의 삼각 전시관 야외전시장에는 지난 두루미 축제 때 만들어 놓은 소원나무가 서있고, 좌우로는 6.25때 사용되던 전차, 장갑차, 포 등의 무기와 항공기 4대가 놓여져 있습니다.

▲ 고석정입구에 세워진 민초의 힘이 느껴지는 임꺽정 동상
ⓒ 문일식
고석정으로 가는 길에는 왠일인지 의적 임꺽정의 동상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 철원은 임꺽정이 활동하던 근거지로 여겨지는 곳으로 그와 관련된 여러 전설들이 있습니다. 임꺽정이 숨었다던 고석정의 뻥 뚫린 구멍이나 관군을 막기 위해 쌓았다고 하는 석성, 그리고, 관군을 피해 달아날 때에는 꺽지로 변해 한탄강 깊은 물속에 숨었다고도 합니다.

이렇듯 임꺽정은 백성들을 위한 의적으로서 활약을 했기에 조선왕조실록에는 도적으로 기록한 반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는 전설에는 백성들의 우상이며, 변화무쌍한 재주를 발휘하는 전설적인 인물로서 남아있는게 아닌가 합니다.

▲ 고석정의 풍경
ⓒ 문일식
고석정은 철원 제일의 명승지로 정자와 주변 경관을 통틀어 말합니다. 가파른 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순담계곡 쪽으로 흐르는 계곡수가 수려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얼어붙은 계곡 쪽으로는 접근하지 못하게 줄을 쳐 놓았는데, 아무런 제지없이 들어갈 수 있어서 추위가 풀려 얼음이 녹으면 자칫하다가 사고로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 고석정의 얼어붙은 빙벽과 순담계곡으로 가는 물길
ⓒ 문일식
구불구불 이어진 계곡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져 있으니 작은 목소리도 계곡을 타고 울릴만큼 적막함이 느껴졌습니다. 여기저기 얼어붙어 하얀 치아를 드러내놓 듯이 빙벽이 자리잡고, 계곡의 수면 위는 서슬 퍼렇게 얼어붙어 있었고, 멀리서 얼음이 갈라지는 소리만이 고요함을 깨치고 있었습니다.

신철원과 구철원은 한탄강을 사이에 두고 갈립니다. 신철원에서 구철원으로 가기위해서는 한탄강을 건너야하고, 여러 다리가 오가는 길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고석정으로 바로 가는 한탄대교와 이제는 남북분단의 상징물이 되어버린 승일교, 이 다리를 기준으로 북쪽으로는 태봉대교가, 남쪽으로는 레프팅의 종착지이기도한 군탄교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 한국의 나이아가라폭포인 직탕폭포의 전경
ⓒ 문일식
삼부연 폭포와 함께 유명세를 떨치는 직탕폭포는 태봉대교의 북단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직탕폭포는 한국의 나이아가라 폭포로 불리는데, 역시 추운 날씨에 폭포 전체가 꽁꽁 얼어 있었습니다 . 강 전체가 폭포로 이루어진 우리나라 유일의 폭포로 물이 떨이지는 높이는 약 3m정도이고, 폭은 무려 80여m에 이릅니다. 지금처럼 얼지않고 수량이 많은 장마직후의 모습이라면 나이아가라 폭포와는 비교가 되진 않지만 그 웅장함이 충분히 느껴질 것 같았습니다.

▲ 직탕폭포의 한 음식점에서 사는 낯을 안가리는 백구
ⓒ 문일식
직탕폭포 인근에는 식당만 몇 군데 있는데, 이곳에서 기르는 개 한마리가 호기심에서인지 반가워서인지 계속 쫓아다녔습니다. 마치 신기한 듯 쳐다보는 것 같기도 하고, 무엇을 달라는 듯하기도 했는데 줄 것이 아무것도 없어서 손사래 치며 비키라고 했는데, 계속 차문 옆에서 바라보는 바람에 빠져나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탐조투어를 마치고 나왔던 길을 그대로 거슬러 올라가면 도피안사에 이릅니다. 처음 이 사찰의 이름을 접하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도피 안사... 이렇게 하다보니 마치 '도피처'라는 생각에 웃음이 났던 것입니다. 하지만 도피안사는 피안 즉, 진리를 깨달고 도달할 수 있는 이상적인 경지이자 불교에서는 해탈을 의미하는 하기 때문에 해탈에 이르는 곳을 의미한다 할 수 있습니다.

▲ 도피안사 삼층석탑과 철조 비로자나불이 안치된 대적광전
ⓒ 문일식
도피안사는 구산선문이 개창되던 무렵인 신라말기 865년에 도선국사와 철원을 근거지로 하는 호족세력이 규합하여 세워진 사찰입니다. '왕즉불' 왕만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사상과 반대의 개념인 불교에 귀의하여 수행하면 누가나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선사상이 널리 퍼지던 때이기도 합니다. 원래는 철원의 안양사에 모시려던 불상이었는데 문득 없어져서 찾아보니 지금의 도피안사 자리에 자리하고 있었다하여 이곳에 안치하고 사찰을 지었다고 합니다.

▲ 늠름한 모습을 하고 있는 철조 비로자나불의 모습
ⓒ 문일식
재밌는 것은 대웅전에 안치된 철불이 꿈에 나타나 다시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도피안사는 한국전쟁 때 불타 소실되었는데 한국전쟁 직후 당시 인근 사단장의 꿈에 '땅속에 묻혀있어 답답하다' 철불의 꿈을 꾸었고, 지역을 순시하던 중 현재의 도피안사 자리를 뒤지다가 꿈에 나타난 철불을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 도피안사는 재건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도피안사에는 대웅전에 안치된 국보 63호 철조 비로자나불과 보물 223호인 3층 석탑이 있습니다. 비로자나불은 문화재 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철로 만든 불상인데, 근래 금분을 입혀 마치 금동불처럼 보입니다.

옛 철원이었던 곳은 현재 논으로 변해있고, 다만 그 때의 흔적만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습니다. 민통선 내에 철원역이나 건물터는 설명으로만 들을 수 있지만, 민통선 들어가기 전에 만날 수 있는 노동당사나 철원 감리교회 터는 직접 가볼 수 있습니다.

▲ 수탈과 학살의 상징인 노동당사의 을씨년스런 모습
ⓒ 문일식
노동당사는 해방직후 건립되어 한국전쟁 때까지 사용된 철원군의 조선노동당사입니다. 해방직후 38선이 그어지면서 철원은 북한땅이 되었고, 1개 리에서 200가마의 쌀을 거둬 노동당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지어진 당사는 고문과 학살의 장소로 사용되었고,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총탄과 포탄을 맞아 현재의 을씨년스런 모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냥 오래된 시멘트 건물일 수도 있지만, 한국전쟁을 전후하여 벌어진 수탈과 학살로 얼룩진 곳이어서 느낌이 과히 좋지는 않았습니다. 노동당사와 100여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옛 철원제일감리교회 터가 있습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의 막사로도 사용되었다고 하는 이 건물은 노동당사와는 달리 아무도 찾지 않아 쓸쓸함과 적막함이 여지없이 느껴지는 곳이었습니다.

▲ 6.25의 상흔을 그대로 간직한 노동당사
ⓒ 문일식
동장군이 기세를 떨친 날씨까지 한몫한 철원땅의 여행은 천혜의 자연을 그대로 느끼면서도 조국의 분단된 현실과 멀지 않은 과거의 잔상들을 느껴볼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워낙에 들러볼 곳이 많은 곳이어서 추운 날씨를 많이 접했던 철원여행은 그야말로 동장군과 제대로 맞짱을 뜬 그런 여행이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여행은 떠나는 자의 몫 블로그(http://blog.empas.com/foreverhappy4u/)에 올렸습니다. 

철원여행일정 :
삼부연폭포 ▶철의삼각 전적관 ▶고석정 ▶철새탐조투어 ▶철의삼각 전망대 ▶월정리역 ▶직탕폭포 ▶도피안사 ▶ 노동당사 ▶철원제일 감리교회터 ▶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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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를 느낄 수 있는 글과 사진을 남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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