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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28일 오후 3시50분]

"물흐르듯 사는게 좋다... 내 역할 다했기 때문에 간다"
강금실 전 장관, 기자간담회 통해 소회 밝혀


"물처럼 흐르듯이 사는 게 좋다.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사람에게는 역할이 있는데 올 때는 역할이 있어 왔고, 갈 때는 역할을 다했기에 간다.”

강금실 법무장관은 28일 오후 3시부터 과천 법무부 2층 대회의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개혁의 물꼬를 텄지만 마무리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강 장관은 10여분 동안 이어진 기자간담회가 시작되자 “작년 2월 27일 부임한 후 1년 5개월이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가장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사퇴 배경에 대해서는 극도로 말을 아꼈다.

강 장관은 "대통령을 만나고 왔다"면서도 '대통령이 먼저 불렀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또 “인사 담당자가 인사 원인을 설명하는 것은 맞지 않다”면서 다소 겸연쩍게 웃으며 “(이같은 표현은) 국회에서 하는 말 같나”라고 말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그동안의 소회에 대해 “검찰개혁이 제일 큰 과제였다”며 “적극적으로 도와준 검사님과 법무부 개혁을 같이했던 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저한테 직책을 맡겨준 대통령께도 감사한다"면서 “개혁은 어느정도 자리를 잡고 틀이 잡혀가고 있는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강 장관은 재임 기간 중 가장 뜻깊었던 점으로는 “여러가지 인사와 조직을 검사님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었다”면서도 “교정기관에서 교도관이 맞아 죽은 것은 마음이 많이 아팠다”며 아쉬워했다.

강 장관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쉬어야죠”라고 말하고는 “외국 여행을 갈 것이다, 스페인도 가고 파리도 가고 법무법인 지평으로 복귀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강 장관은 성원해준 국민들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지지가 없었다면 역할을 수행할 수 없었다.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뜻을 전한 뒤 “앞으로 열심히 잘 살겠다”는 말을 남기고 장관실로 들어갔다.


[1신 : 28일 낮 12시 10분]

"너무 즐거워서 죄송, 떠날 때는 말없이"


▲ 28일 사의를 표명한 강금실 법무장관과 조영길 국방장관. 사진은 전날인 27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조영길 국방장관 앞을 강금실 법무장관이 찻잔을 들고 지나가는 모습.
ⓒ 연합뉴스 김동진
노무현 대통령은 28일 사의를 표명한 강금실 법무장관과 조영길 국방장관의 사표를 수리하고 오후중으로 후임장관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 장관의 경우 최근 잇단 군 관련 사건으로 물의를 빚어 일찍이 교체가 거론돼 왔으나 강 장관의 돌연한 사의표명은 상당히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여당과의 알력설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신기남 의장은 오늘 충청지역 당원과의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자리에서 이같은 추측을 일축한 바 있다.

강 장관의 사의표명 소식이 전해지자 과천 법무부 청사는 어리둥절한 가운데 강 장관 퇴임식과 신임장관 취임식 준비로 혼란스런 표정이다.

청와대의 교체방침이 알려진 직후인 낮 12시20분경 과천 법무부 청사에 도착한 강 장관은 말을 아낀 채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강 장관은 취재진을 보고 "올 때도 요란했는데 갈때도 요란하다"며 승용차에서 내렸다.

강 장관은 현재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너무 즐거워서 죄송하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또 강 장관은 "그동안 언론이 도와줘서 고마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먼저 사의를 표명했느냐는 질문에는 "떠날 때는 말없이"라며 "3시나 4시쯤에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그동안의 개혁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글쎄요"라며 즉답을 피했다.

강 장관은 향후 거처를 묻는 질문에는 이전에 몸 담았던 법무법인 "지평으로 돌아가겠다"고 짧게 답했다. 하지만 다시 '대표 변호사를 맡을 것인지' '민변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했다.

신기남 "강 장관 교체, '당 갈등설' 사실 아니다"

한편 강 장관의 돌연한 사임과 관련 열린우리당과의 갈등설이 제기된 것에 대해 신기남 열린우리당 의장은 28일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신 의장은 이날 충청지역 당원과의 간담회 직전 기자들과 만나 "강 장관의 교체가 '당과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 아닌가, 우리당이 바랐거나 요구한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보도가 났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이어 "우리는 최초의 여성 법무부 장관인 강금실 장관이 우리 기대대로 개혁을 아주 훌륭하게 수행했다고 평가한다"며 "강 장관이 국민들 사이에서도 얼마나 인기도 좋았고 명성도 높았느냐, 우리당은 강 장관을 높이 평가한다"고 강조했다.

신 의장은 또 강 장관의 교체 배경과 관련 "평소에 '자유인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 강 장관의 개인적인 희망도 반영된 것으로 생각한다"며 "통일부, 문광부, 복지부 개각 당시부터 2∼3개 정도는 추가로 개각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었는데, 국방부 장관과 법무부 장관의 교체도 그런 수순에 따른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한명숙 상임중앙위원도 "강 장관의 교체와 관련 당과 갈등이 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강 장관은 자기 소신대로 자기 입장을 분명히 밝혀 왔고, 당에서도 그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은 이어 "이번 교체는 본인 개인의 일신상의 이유이고, '자유롭게 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강 장관이 여성 법무부 장관으로서 굉장히 개혁적이었고, 검찰 개혁에 기여한 것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장관 후임으로 법무차관과 부산고검장을 지낸 김승규(60) 변호사를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왜 바뀌지?" 강 법무 전격교체에 법무-검찰 `의아'

(서울=연합뉴스) 정주호.조준형기자= 강금실 법무부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교체방침이 알려진 28일 오전 법무부와 검찰은 한결같이 의아해 하는 표정이다.

강 장관이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부임해 인사문제 등을 놓고 검찰 조직과 일부 갈등을 겪었지만 경질설이 수면위로 떠오른 적이 없었고 최근 장관이 바뀔만한 이슈가 없었다는 점에서 일부 법무부 관계자들은 기자에게 전화를 걸어 언론보도의 진위를 확인할 정도였다.

휴가로 중국에 체류중인 김상희 법무차관은 `신속한 귀국' 통보를 받고 귀국채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장관 교체가 예상치 못한 일이었음을 실감케 했다.

이날 강 장관은 총리 공관에서의 일정으로 오전 과천 법무부 청사로 출근하지 않았으며 오후 중으로 청사에 복귀할 예정이라고 공보관실을 통해 밝혔다.

길태기 법무부 공보관 등 법무부 실무 간부들은 갑작스런 장관 교체 소식을 확인하고는 퇴임식 준비와 함께 신임 장관을 맞을 채비에 분주했고 일부 검사장급 간부들은 모여서 회의를 갖고 대처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길 공보관은 "장관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은 아니며 청와대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에 우리도 청와대를 통해 공식적으로 교체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며 "일단 오늘 오후로 예정된 모 언론사의 장관 인터뷰 일정은 취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격적인 장관 교체에 대해 법무부의 한 검사는 "한마디로 뒤숭숭한 분위기다"며 "강 장관이 재임 초기 검찰조직에 적응하는데 어려움과 갈등도 겪었지만 이제는 안정기에 접어 들어 조직을 장악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교체된 배경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다른 간부는 "힘들다는 차원에서 그만하고 싶다는 말은 가끔 나왔지만 심각하게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보인 적은 없었다"며 "상당히 의외의 일"이라고 말했다.

또 교정국의 한 직원은 "강 장관이 수용자 인권옹호 조치를 적극 도입하는 등 교정분야에 큰 관심을 보인 터라 교체가 아쉽기만 하다"며 "강 장관이 추진하려던 교정보호청 신설 문제가 장관 교체로 중단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처음 우려속에 출발했던 강 장관이 훌륭하게 일을 마무리했다"며 "강 장관이 그간 진행해온 개혁업무가 상당한 추진력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떠나게 돼 아쉬움이 적지않다"고 말했다.

대검의 한 간부는 "별달리 교체할 만한 사유가 없었을 것 같은데 구체적인 교체사유가 뭔지 궁금하다"며 `의외'라는 반응과 함께 "강 장관이 온 뒤로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검찰에 많은 긍정적 변화를 몰고 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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