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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강금실 법무장관.
ⓒ 정민규
지난해 2월 27일 참여정부의 대표적인 파격인사로 취임한 강금실 법무장관이 1년 5개월만에 물러났다. 청와대는 지난 22일 '인사추천회의'를 통해 강 장관과 조영길 국방장관의 교체와 후임장관에 대해 논의를 했고, 28일 오후 이를 공식발표했다.

청와대의 강 장관 경질 발표는 전격적인 것이었지만, 그의 퇴진은 지난 4·15총선 이후 수면아래서 계속 논의돼 온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열린우리당, 강 장관 검찰장악 실패에 불만"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강 장관 경질과 관련해 "그 동안 청와대와 여권은 강금실 장관이 검찰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불만이 많았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4·15총선이 끝난 뒤 강 장관 교체의사를 밝히기도 했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강 장관이 검찰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었고, 개혁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모두 인정하는 것"이라면서도 "청와대에 줄서라는 의미의 장악이 아니라 검찰개혁을 이끌어 갈 동력을 확보하기에는 미흡다는 불만"이라고 덧붙였다.

4·15총선 직후 검찰과 정치권에는 열린우리당 천정배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온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퍼졌다.

여권의 이 같은 불만에는 지난해 불법 대선자금 수사에서 '노 캠프'측이 저지른 잘못보다 검찰에 가혹하게 당했다는 시각도 깔려있다. 이 때문에 여권인사들이 "압력은 고사하고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 불만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2월 27일 강 장관 임명 이후 검찰 인사나 감찰권 이양문제 등 현안이 등장할 때마다 마찰음이 나왔다. 강 장관 취임초기 검찰간부들의 집단퇴진과 '검사와의 대화' 등의 반발은 한번은 겪어야 할 과정으로 여겨졌으나 촛불집회 체포영장사전보고 누락·검사감찰권 법무부 이관문제·강 장관 측근 인사 징계문제 등 마찰은 계속됐다. 급기야 지난 6월 14일에는 송광수 검찰총장이 '대검 중수부 수사기능 폐지'문제를 둘러싸고 청와대에 직격탄을 날리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송 총장은 이날 오전 수도권 지역 중간간부 200여명의 전입신고식에서 "검찰수사에서 피해를 본 사람들이 검찰권 행사에 불만을 품고 검찰을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만일 중수부가 수사를 잘못해서 국민의 지탄을 받는다면 제가 먼저 제 목을 치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검찰총장의 임기제라는 것은 수사권의 독립을 위해서 있는 것이지 정부의 정책에 관해 일방적으로 강한 발언권을 행사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총장임기제를 언급하며 강하게 질책했다. 노 대통령은 강 장관에게도 "관계부처의 책임자로서 검찰을 포함한 법무부 전체의 기강이 바로 서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질책'했다.

강 장관에 대한 청와대의 이 같은 불만은 신임 법무장관으로 김승규 변호사를 선택한 것에서도 읽힌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김 변호사 발탁이유를 "오랫동안 검찰간부를 지냈고, 검찰내부에 정통한 인물이기 때문에 검찰개혁을 마찰 없이 추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임 김 장관은 강 장관을 발탁할 때 밝혔던 '법무부를 검찰로부터 독립시키고, 서열주의에 구속되지 않기 위해 비검찰출신의 여성을 발탁했다'는 것과는 다른 맥락이다. 전남 광양출신인 김 변호사는 사시 12회로 사시 13회인 송광수 검찰총장의 1회 선배다. 또, 약 30년간의 검사생활 동안 대검 감찰부장, 수원지검장, 광주고검장, 법무차관, 대검차장 등 검찰 요직을 거쳤다.

결국, 노 대통령이 가능한 검찰과의 마찰을 최대한 줄이면서 성과를 얻어내기 위해 '검찰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리형 인사'를 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강 장관 최근까지도 업무에 의욕보여"

일각에서는 강 장관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과 친밀한 한 변호사는 "최근까지 강 장관은 자신의 업무에 강한 의욕을 표시했었다"고 전했으며, 열린우리당 한 의원은"얼마 전 사석에서도 제도개혁과 검찰개혁에 관해 정열적으로 자신의 계획을 설명했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또 어제(27일)까지도 경질 사실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강 장관과 어젯밤 통화를 했다는 한 지인은 "전혀 그런(경질 관련) 얘기를 꺼내지도 않았다"며 "오늘(28일) 오전에 청와대로부터 통보받았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후임 법무장관으로 김승규 변호사가 선택된 것은 조영길 국방장관의 퇴진이후 '대표성'있는 호남 출신 각료가 거의 없어지는 상황도 크게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각료 중에 호남출신이 소수인데다, 신일순 전 한미연합사령관의 구속사건 등으로 호남민심이 현 정권에 등을 돌리고 있는 점을 청와대가 고려했다는 것.

김 변호사는 지난해 3월 강 장관이 단행한 검찰인사과정에서 김각영 당시 검찰총장과 사시 12회 동기인 한부환 법무연수원장, 이종찬 서울고검장과 함께 물러났다.

1년 4개월만에 검찰로 복귀하는 그는 강 장관이 초석을 놓은 검찰개혁작업을 무리없이 추진하면서, 검찰조직도 안정시켜야 하는 책임을 지게 됐다.

검찰의 한 간부는 "김 신임장관은 검찰내부신망도 높고, 검찰행정에 밝아 내부사정에 정통한 분"이라며 "검찰 전체적으로는 장관과 검찰이 겉돌았던 상황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간부검사는 "강 장관의 개혁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강 장관을 교체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후임으로 같은 성향의 인물을 앉힌 것도 아니고, 청와대가 갈팡질팡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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