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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강금실 장관이 눈물을 글썽이며 퇴임사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전국에 있는 검사 여러분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다."

강금실 장관이 1년 5개월여 만에 법무부를 떠났다. 강 장관은 29일 오전 11시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퇴임식을 가졌다. 강 장관은 준비된 원고 없이 말한 퇴임사에서 “기쁘게 떠날 수 있게 해준 여러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취임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이어 “개혁이라는 것은 서로 믿고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렇게 해서 인간다워지는 것입니다. 그것을 가로막는 오해와 불신을 녹여내는 것”이라며 “여러분과 한 길을 가면서 그 결절점을 찾아내고 떠나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10분 정도의 퇴임사 말미에 “한 분, 한 분 손잡고 얘기를 나누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다”고 말하는 순간에는 잠시 목소리가 잠기기도 했다.

법무부와 대검의 고위간부 등 160여명이 강 장관 퇴임식에 참석했으며, 송광수 검찰총장은 퇴임식에 앞서 장관실을 찾아 인사를 나눈 뒤 대검청사로 떠났다.

검사들을 순백의 ‘눈사람’으로 호칭하는 이메일을 보내고, 검사들과 MT를 함께 가고, 지검장 회의에서 클래식 음악 감상자리를 만드는 감성적이면서도 솔직한 언행을 보였던 모습 그대로의 퇴임사였다.

강 장관은 퇴임식 뒤 각 부서 순방을 마친 후 법무부 청사앞 계단에서 기념촬영을 한 뒤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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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무부 청사앞 현관에서 기념촬영을 마친 강금실 전 장관과 직원들이 '안녕히 가십시요'라는 사진사의 우렁찬 인사말에 웃음을 터뜨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다음은 퇴임사 요지.

“참 감회가 깊습니다. 여러분도 저와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해 주기 위해 참석한 여러분과 전국의 법무·검찰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 지금은 마음이 착잡하기도 하지만 가볍고 평화로운 느낌입니다. 이렇게 떠나게 해 준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처음 법무부에 온 날이 생각납니다. 우리 서로 낯설고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낯설게 만났지만 마음 열고, 하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여러분도 그런 마음일 것이라 믿습니다.

제가 개혁의 상징처럼 됐고, 수없이 개혁을 말해왔지만 떠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개혁이 무엇인지, 개혁은 왜 하는 것인지, 바꾸자고 하는데 무엇을 바꾸자고 하는 것인지.

제가 살아오면서 갈등하고, 고민했던 것들, 답을 찾기 어려웠던 것들을 여러분과 갈등하고 싸우고 사랑을 나누기도 하면서 얻어냈습니다. 사람은 마음으로 말하면서 자기가 원하는 마음을 알기 위해 타인을 들여다보고 겸허해지는 것이 답입니다.

개혁이라는 것은 서로 믿고, 사랑하고 존경하고 그렇게 해서 인간다워지는 것입니다. 그것을 가로막는 오해와 불신을 녹여내는 것입니다. 그것은 제도·문화 개혁으로 표현되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정신적으로 같이 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제 말에 동의한다면 개혁을 말하지 않아도 개혁되고 있는 것입니다.

▲ 꽃다발을 든 강금실 전 장관이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법무부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에게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기쁩니다.

두서없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임사에서 무슨 말을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떠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전국의 검사 여러분 한분, 한분의 이름을 부르고 싶습니다. 고생이 많았습니다. 오해와 갈등도 있었지만 한 길을 가면서 그 결절점을 찾아내고 떠나게 돼 기쁩니다.

어느 순간 장관직에 회의가 든 때도 있었습니다. 권력관계나 정치적 네트워킹 사이에서 본연의 임무보다는 정치의 중심에서 움직여야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 직원들이 일깨워 주신 것이 있습니다. 법무부 직원 한 분, 한 분을 소중히 느끼고 서로 소통하는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헌신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1년 5개월이라는 기간이 짧은 시간은 아니었지만 한 분, 한 분 손잡고 얘기를 나누기에는 부족한 시간이었습니다. 두서없는 말씀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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