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인터불고 호텔 컨벤션 홀에서 열린 '소규모 참가 국가 환영 만찬'
ⓒ 특별취재 김진석
"우리는 돈이 많지 않은 나라다. 이런 대우 한 두 번 받는 것도 아닌데 괜찮다. 북한에만 관심 보이는 것도 서운하지 않다."

투르크메니스탄의 구반치 코치는 위와 같이 말하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형편 때문에 국제대회에서 항상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번 대구 U대회에 유도종목에 구반치 코치와 3명의 선수(남2, 여1)를 파견했다.

이처럼 이번 대회에 5명 이하 선수단을 파견한 96개국을 위한 만찬회가 U대회 본부호텔인 인터불고호텔 2층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만찬회는 개막식 때 'We love you'란 글귀를 관중석에 새겨넣고 활발한 각국 서포터스 활동을 한 것으로 잘 알려진 하나님의 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오라서포터스' 추진본부(아래 추진본부)가 U대회 조직위원회의 협조 요청에 따라 개최한 것으로 소규모 출전국 이외 환영 만찬을 하지 못한 20여개국이 함께 해, 총 110여개국 400여명의 선수와 임원이 참가했다.

오라 서포터스는...

대구U대회 개막식에서 관중석에 'We love you'라는 대형 카드섹션을 연출하여 관심을 모았던 '오라 서포터스'는 경기장에서 외국선수를 만날 때마다 'We love U'란 동작을 선보이며 선수들로부터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들은 하나남의 교회 '오라서포터스' 추진본부에 의해 조직됐으며 대회 기간 중 팔공산, 봉무공원, 동대구 초등학교 등에서 2천여명이 야영을 하며 서포터스 활동을 해 언론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들은 부산 아시아 경기대회와 아태 장애인경기대회에서도 이와 같은 활동을 벌였던 이들은 주류 기독교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교파라고 해서 그들의 노력과 상관없이 비난을 받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날 만찬회에는 조직위에서 박상하 집행위원장만이 참석, 최소참가국에 대한 조직위의 관심도가 어느 정도 희박한지 잘 보여줬다. 킬리안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도 참가할 예정이었지만 다른 일정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저녁 6시부터 열릴 예정이었던 이날 행사는 선수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는지 7시가 돼서야 시작했다.

어린이들의 만화가 합창, 창 등 공연으로 구성된 1부 행사에서 참가자들은 연신 밝은 표정으로 박수로 화답했다. 특히 '오라 서포터스'에서 활동중인 가수 김제훈씨의 '언체인멜로디(Unchaned melody, 영화 '사랑과 영혼'의 주제가)를 부르자 참가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꽃다발과 모자 등을 김씨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이어 다같이 '아리랑'을 부를 땐 어깨동무를 하며 대부분 감격스러워했다. 특히 자메이카의 제니(Daley Jenie)선수는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처럼 참석자들은 이날 행사에 대단히 만족스러워 했고 조직위의 알찬 준비와 대구 시민들의 따뜻함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또한 언론에서 경기보다 북측에 지나치게 관심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그럴 수 있다고 밝혔다.

부룬디에서 온 부징고(Busingo Donatien, 25) 선수는 "대구는 매우 좋은 도시다. 대회 준비도 잘 됐고 모든 것이 조직적으로 잘 돌아가는 것 같다"며 "도움이 필요할 때도 매우 빠르게 필요한 것을 해결해준다"고 극찬했다. 부징고 선수는 또 "대구는 매우 더운데 아프리카의 더위와는 많이 다르다. 이렇게까지 후텁지근하지 않다"며 손으로 부채질을 하면서도 활짝 웃었다.

▲ 자메이카의 제니(Daley Jenie)선수가 두 손을 꼭 잡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특별취재 김진석
그는 이어 "지난해 월드컵을 치렀던 대구경기장에서 개막식을 했는데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를 만 하다"고 칭찬한 뒤, "월드컵에 이어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성공적으로 열어 축하한다"고 부연했다.

1명의 임원과 2명의 유도선수를 파견한 아프가니스탄 아지지 오마윤(26) 선수는 "한국은 아름다운 산과 도시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까지 있어 매우 좋은 나라"라며 "오늘 만찬회 이후 계획은 없지만 다음달 3일 모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것"이라고 기뻐했다.

대학에서 이슬람 역사와 문화를 전공한다는 방글라데시 라피 압둘라헬(23)선수는 "대구 시민들의 높은 시민의식에 감탄했다"며 많은 언론에서 북한에 관심을 쏟는 것과 관련, "괜찮다. 개막식 때 남북이 함께 입장하는 것을 보고 감동했다"라고 답했다.

임원 1명과 선수 1명이 출전한 수리남의 미구엘(23, 수영) 선수는 "빌딩과 거리의 아름다움에 놀랐다"며 "이번 대회를 통해 남북이 하나되는 것 같아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참석자들이 이번 대회에 대해 칭찬이 자자한 가운데 진행된 이날 만찬회는 밤 9시 30분에 모든 순서를 마쳤다.

이번 만찬을 준비한 추진본부 김정욱 목사는 이 행사를 마련한 이유에 대해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온 국가 선수들 중 일정을 빨리 마친 뒤, 시간은 많은데 선수촌에서 비디오만 보는 친구도 봤다. 이런 선수들을 위해 이 자리가 준비됐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 환영연설을 통해 "귀국의 인구수에 비교해 대규모 선수단을 파견한 국가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의 참가가 더 소중하다"고 해 박수갈채를 받았던 박상하 조직위 집행위원장은 "올림픽에서도 최소 출전국 등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회원국 44개국 중 25개 나라 이상이 출전비를 지원해야 할 정도"라며 "그런 의미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작은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 나라의 선수단을 도와줘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또 하나님의 교회를 일컬으며 "교세가 큰 교회에서 하지 못하는 일을 조금 작은 오히려 교회에서 앞장 선 것이 무척 고맙다. 이런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추진본부는 이날 행사 외에도 대구시내 '시티투어' 행사를 통해 소규모 출전국가들에 대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다.

▲ '하나가 되는 꿈'처럼 인종, 국가와 상관없이 하나되는 시간을 가졌다
ⓒ 특별취재팀 김진석
2003-08-29 00:17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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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동안 한국과 미국서 기자생활을 한 뒤 지금은 제주에서 새 삶을 펼치고 있습니다. 어두움이 아닌 밝음이 세상을 살리는 유일한 길임을 실천하고 나누기 위해 하루 하루를 지내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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