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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면 '격전 지역'이 주목을 받습니다.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누가 당선 될 지 알 수 없는 지역을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가능성만 따지는 건 재미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진 선거구를 '꿀잼지역'으로 골라 생생한 선거 현장을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사무소 일대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사무소 일대에서 시민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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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허벅지 하나는 갑입니다."

경기 남양주 화도읍사무소 인근에서 만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후보(경기 남양주갑)는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자신있다는 듯 허벅지를 내밀었다. 지난달 17일 출마 기자회견에서 "몸으로 때우는 건 자신있다"고 말한 것처럼, 조 후보는 지역구 곳곳을 부지런히 누비고 있다.

이른바 '청와대 십상시 문건' 유출을 이유로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자리에서 쫓겨난 조 후보는 문건에 대한 보도와 이어진 검찰 수사로 각종 매스컴을 장식한 덕분(?)에 얼굴 자체가 무기다. "기호 2번 조응천입니다"라고 명함을 건넬 때까지만 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시민들은 조 후보의 얼굴을 보고선 "아, 그분이세요?"라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화도읍사무소 인근 화장품 가게 직원은 "신랑에게 주겠다"며 조 후보에게 사인을 요청했고, "내가 원래 대구 사람입니다"라고 말한 한 할머니는 "잘 지켜보고 있소. 제발 잘 해주시오"라며 조 후보의 어깨를 두드리기도 했다.

조 후보를 상대하는 심장수 새누리당 후보는 '지역 일꾼'을 강조하고 있다. 중학교까지 남양주에 살았던 심 후보는 21년 동안 검사로 재직한 후 2006년 다시 남양주로 돌아와 지금껏 새누리당 남양주갑 당협위원장을 맡아왔다.

심 후보는 총 두 차례 총선에 출마했으나, 낙선과 낙천을 모두 경험했다. 2008년엔 최재성 더민주 의원에게 불과 712표 차이로 져 떨어졌고, 2012년엔 당이 송영선 전 의원을 전략공천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 선거의 경우 3선 의원인 최재성 의원이 출마하지 않은 점과 그 동안 쌓은 시간을 무기 삼아 당선을 노리고 있다. 지역구 곳곳에서 만난 유권자들은 심 후보를 지지하든, 안 하든 그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조 후보는 '얼굴이 명함', 심 후보는 '이름이 명함'인 셈이다.

조응천 출마로 부각된 남양주갑 "덕분에 심장수 인지도도 올라"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사무소 일대에서 택시기사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 택시기사와 악수하는 조응천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사무소 일대에서 택시기사들을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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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총선 남양주갑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호평동 대형마트 앞에서 유세단과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새누리당 심장수 후보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호평동 대형마트 앞에서 유세단과 함께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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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갑의 키워드는 어쨌든 '조응천'이다. 조 후보는 청와대 문건 폭로부터 더민주 영입까지 연일 깜짝 행보를 보여왔고, 언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청와대와 '맞짱을 떴다(?)'는 후광 때문에 조 후보가 출마한 경기 남양주갑은 자연스레 격전지로 분류되고 있다. 경쟁자인 심 후보 캠프 측에서도 "조 후보 덕분에 전국적으로 우리 심 후보의 인지도도 올랐다"라고 말할 정도다. 

조 후보가 당면한 과제는 현역인 최재성 의원의 표를 그대로 이어받는 것이다. 이곳에서 17, 18, 19대 국회의원을 지낸 최 의원은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뒤, 현재 조 후보를 적극 돕고 있다. 지난 4일 남양주 호평동에서 조 후보와 함께 유세차에 오른 최 의원은 "사람에게, 대통령에게 충성한 것이 아니라 헌법과 국민에게 충성한 조응천을 꼭 국회의원으로 만들어달라"고 호소했다.

조 후보 입장에선, 최 의원에게 향했던 표심이 고스란히 자신에게 이어져야 당선 가능성을 논할 수 있다. 남양주 평내동에서 만난 60대 택시기사는 "남양주갑은 야당 후보가 3선을 지낸 곳이다"라며 "조 후보가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무난히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반면 남양주 화도읍에서 만난 최아무개(남, 65)씨는 "야당에서도 열심히 지역 일을 해왔던 사람이 있는데, 갑자기 새로운 사람이 오면 (야당) 조직이 움직이겠나"라며 "(과거) 최 의원을 지지했지만 이번에 조 후보에게 표를 주기 어려울 거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의견은 '낙하산 공방'이 오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심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4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조 후보의 전략공천은) 낙하산 공천이라는 점에서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반발이 심한 게 사실이다"라며 "우리는 이슈나 이벤트를 벌여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해오던 대로, 진실되게 선거운동에 임할 생각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5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조 후보 캠프 측 관계자는 "조 후보는 낙하산이 아닌 인재 영입 사례"라며 "(심 후보 측에서) 오랫동안 지역 유지로 살았던 것을 내세워 (스스로) 토박이라고 주장한다면, 그건 적절치 않은 비유다"라고 반박했다.

남양주 마석사거리 인근에서 만난 유아무개(여, 34)씨도 "(조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부터 박근혜 대통령까지 4명의 대통령 밑에서 일했다고 하던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나"라며 "정권이나 당 눈치 안 보고 남양주를 위해 일할 거 같아 조 후보를 지지한다. 단순히 낙하산이라고 표현할 인물은 아니다"고 말했다.

선거구 획정결과는 야당에 유리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왼쪽부터) 새누리당 심장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국민의당 유영훈 후보의 유세 모습.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왼쪽부터) 새누리당 심장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국민의당 유영훈 후보의 유세 모습.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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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선거구'는 경기 남양주갑 선거의 또다른 키워드다. 기존 2곳(갑·을)이었던 남양주 선거구는 이번에 3곳(갑, 을, 병)으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남양주갑 지역은 8개 읍면동(화도읍, 수동면, 호평동, 평내동, 와부읍, 조안면, 금곡동, 양정동)에서 4개 읍면동(화도읍, 수동면, 호평동, 평내동)으로 축소됐다.

변수는 떨어져나간 4개 읍면동(와부읍, 조안면, 금곡동, 양정동)의 표심이 여권 성향이라는 것이다. 최근 4개 선거(19대 총선, 18대 대선, 6회 지방선거, 18대 총선)의 결과를 보면, 떨어져 나간 4개 읍면동은 남은 4개 읍면동보다 비교적 여권에 많은 지지를 보냈다. 즉 이번 선거구 획정으로 바뀐 남양주갑의 투표성향은 야당에 유리하다는 것이다.

특히 남아 있는 읍면동 중 호평동·평내동은 야권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그나마 여권 성향의 수동면은 유권자 수가 호평동·평내동의 약 1/9 수준(19대 총선 기준)에 불과하다. 상황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화도읍(호평동·평내동을 합한 것보다 약간 많은 수준, 19대 총선 기준)은 여야 5:5 성향을 보이고 있다. 심 후보 입장에선 조건이 썩 좋지 않다.

하지만 여당에 마냥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일단 야당의 선수가 터줏대감(최재성)에서 신인(조응천)으로 바뀌었다. 심 후보 입장에선, 장점인 지역 기반을 내세워 전선을 유리하게 짤 수 있다.

특히 심 후보는 18대 총선에서 최 의원을 만나 박빙의 승부를 벌인 바 있다. 당시 갑자기 등장한 친박연대 후보(박상대)가 여당표 약 8000표를 갉아먹었고, 심 후보는 최 의원에게 721표 차이로 패했다. 만약 친박연대가 없었다면 심 후보에게 국회의원 배지가 돌아갔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심 후보의 지역 기반이 탄탄하다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지금까지 나온 각종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는 조 후보를 오차범위를 넘어선 차이로 앞서고 있다. 다만 가장 최근 여론조사의 경우, 두 후보는 '적극 투표층' 지지율에서 오차범위 내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기사 하단 참조).

남양주갑도 일여다야, 유영훈 후보 "단일화 불가"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국민의당 유영훈 후보(윗줄 가운데)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시장로터리에서 지원을 나온 비례후보들과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 비례후보들과 유세 나선 유영훈 후보 제20대 총선 남양주갑 국민의당 유영훈 후보(윗줄 가운데)가 5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 마석시장로터리에서 지원을 나온 비례후보들과 함께 유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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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훈 국민의당 후보의 존재도 변수다. 심 후보가 낙선한 18대 총선과 달리, 이번 총선은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다. 현재 유 후보의 경우, 야권단일화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5일 마석사거리 인근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유 후보는 "국민들이 이제는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일대일 구도를 심판하고 청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국민들의 생각은 현실 정치 속에서 일정하게 반영돼야 한다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유 후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맞서 두물머리 일대를 지키기 위해 4대강 팔당유기농 대책위원장을 역임한 바 있다. 이전엔 가톨릭농민회 사무총장을 맡기도 했다. 유 후보는 "제도권 밖에서의 일은 일정 부분 한계가 있더라"라며 "제도권 안에 들어가 정치를 조금이라도 바꿔야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에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경기 남양주갑에는 이기원 민중연합당 후보와 이인희 무소속 후보가 출마했다.

경기 남양주갑 여론조사
전체 : 심장수 40.5%, 조응천 26.6%, 유영훈 13.5%
적극 투표층 : 심장수 39.8%, 조응천 34.2%, 유영훈 14.4%
(CBS·국민일보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5일 발표, 남양주갑 거주 만 19세 이상 남녀 505명, 조사기간 4월 1~3일, RDD를 활용한 ARS 유선전화 및 스마트폰앱, 응답률 3.7%,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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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20대 총선, #경기 남양주갑, #심장수, #조응천, #유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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