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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때면 '격전 지역'이 주목을 받습니다. 후보들 간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누가 당선 될 지 알 수 없는 지역을 그렇게 부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당선 가능성만 따지는 건 재미가 없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경쟁이 치열할 뿐 아니라 다양한 스토리가 숨겨진 선거구를 '꿀잼지역'으로 골라 생생한 선거 현장을 전달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한 윤상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후보로 나서,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인천 남구 학익사거리에서 거리유세 도중 큰절을 하고 있다.
▲ '막말파문' 윤상현, 유세도중 '큰절'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한 윤상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후보로 나서,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인천 남구 학익사거리에서 거리유세 도중 큰절을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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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윤상현 무소속 후보의 유세차량에 박근혜 대통령과 윤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이 내걸려 있다.
▲ 무소속 윤상현 후보 차량에 박근혜 대통령 사진이...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윤상현 무소속 후보의 유세차량에 박근혜 대통령과 윤 후보가 함께 찍은 사진이 내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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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지 하나 부러졌다고  (주민의 힘으로) 자라난 윤상현 나무를 잘라 버리시겠습니까! 지나가는 뜨내기들이 윤상현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윤상현 후보의 지지자가 울부짖듯 외치기 전엔 서글픈 곡조의 배경음이 깔렸다. 그 옆에 선 윤 후보는 차량 난간에 팔을 괴고 다소 처연한 표정으로 지지자들을 응시했다. 후보도, 지지자도, 무소속 후보임을 상징하는 흰색 점퍼 차림이었다. 사석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누나로 부른다는 여권 실세의 위풍당당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차량 오른쪽 벽에 걸린 사진에는 빨간 점퍼를 입은 윤상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서 있었다.

지난달 31일 윤상현 무소속 후보의 총선 출정식이 열린 인천시 남구 학익시장 사거리. 100여 명의 선거 운동원과 지지자들이 동서남북 곳곳 빽빽이 섰다. 고엽제 전우회 회원 등 군복을 입은 노인들이 원활한 진행을 돕기 위해 교통 정리에 나서기도 했다.

무소속으로 총선에 나선 윤 후보의 선거 운동 콘셉트는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마라'로 보였다. 마이크를 넘겨 받은 윤 후보는 "심려를 끼쳤지만, 저를 일으켜 세워주시고 변함 없이 성원해주시는 주민 여러분께 감사하다"면서 "3선 의원이 되면 새누리당에 바로 입당해서 원내 대표, 당 대표로 (나아가) 반드시 우리 지역 발전이 되도록 하겠다"고 호언장담했다(관련 기사 : 윤상현 "당선되면 입당해 당 대표하겠다").

"어디서 왔어요?"

윤 의원이 차량에 오르기 전 취재진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막장 발언' 언론 보도로 낙마까지 경험한 윤 후보 측은 취재진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한 관계자는 유세 첫날 일정을 확인하는 기자에게 "보안 사항이라 함부로 말해 줄 수 없다"며 답을 피하기도 했다.

선거 사무실도 마찬가지였다. 한 사무소 직원은 취재 차 사무소에 들른 사진·방송 취재진에게 내부 촬영을 금하며 "최근 이런저런 뉴스로 말이 많았다"면서 "이해해 달라"고 전했다.유세 일정 공유는 물론 선거 사무실 방문을 꺼리지 않는 다른 경쟁 후보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막장 발언 : 지역구에서는 태산명동서일필?

"김무성 죽여버려, 이 XX. (비박계) 다 죽여. 그래서 전화했어... 내가 당 공천에서 그런 XX부터 솎아내라고, 솎아내서 공천에서 떨어뜨리려 한거여." (윤상현)

인천 남구을의 현재 선거구도는 위 발언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겨냥한 윤 후보의 막말은 당내 계파 갈등을 부추겼다는 여론의 질타에 이어 공천 탈락(인천 남구을)으로 이어졌다. 덩달아 인천 남구을 총선 판세도 요동쳤다. 대통령 최측근이자 집권 여당 실세 의원이 불명예로 '1번' 자리를 비웠고, 김성진 정의당 후보,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 등 야권 주자 둘도 속속 '막장 정치 심판'을 내걸고 선거 운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총선 정국을 뒤흔든 막말 논란에도 윤상현 후보의 독주는 깨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지지율 조사에서도 윤 후보의 우세가 점쳐지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TNS가 SBS의 의뢰로 진행한 여론조사(3월 29일 보도)에 따르면, 윤 후보가 43.4%의 압도적 지지율로 경쟁 후보를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난달 22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김정심 인천시당 여성위원장을 해당 지역구에 공천했지만, 현격히 낮은 인지도 때문에 "윤상현 복당을 위한 땜빵 공천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는 상황. 2일 인천 전역을 공략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지원유세 일정에도 이 지역은 빠졌다. 김정심 후보는 위 조사에서 12.8%의 지지율을 얻었다. 나머지 야권 후보들은 각각 13.9%(국민의당 안귀옥), 8.8%(정의당 김성진)의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지난달 30일부터 1일까지 인천 남구을 지역을 찾아 민심을 쫓았다. 여러 장면을 비춰 봤을 때 '윤상현 심판론'은 되려 '돌아온 탕자' 분위기로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올 법 했다. 물론 반전을 꾀할 만한 가능성도 엿보였다.

[흰 옷을 입은 빨간색] "땀으로 승부 걸고 그 결과로 심판 받겠다" 자신감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한 윤상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후보로 나서,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인천 남구 학익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막말 파문'으로 새누리당 공천을 받지 못한 윤상현 의원이 탈당 후 무소속 후보로 나서, 20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31일 인천 남구 학익사거리에서 거리유세를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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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발전된 거 다 그 양반 덕분이야. KTX서부터 그 사람이 손 안 댄 데가 없어. 딴 사람은 택도 없어."

학익시장 길머리에서 견과류를 파는 안명희(54)씨의 말이다. 40년 동안 학익동 주민으로 살았다는 그는 윤 후보를 적극 지지한다고 했다. 막말 논란에 대해서도 "술 한 잔 먹고 욕한 건데 뭘"이라면서 "계획적으로 녹취한 사람의 잘못"이라고 두둔했다.

인천 남구을(숭의동·용현동·학익동·관교동·문학동) 지역은 최근 4년간의 큰 선거에서 새누리당이 확실한 우세를 보인 지역이다. 이 지역 대표 전통 시장인 용현시장과 학익시장의 상인들은 안씨처럼 대체로 윤 후보를 향한 기대감을 놓지 않았다. 인천보훈병원 유치와 제물포역 급행 열차 정차, KTX 인천발 국비 확정 등 지역구 사업에 힘써왔다는 것이 이유였다. 용현시장에서 등산복 전문점을 운영하는 송두철(57)씨도 "말실수 한 번 한 것 뿐인데, 지금까지 해온 걸 마무리하기 위해서라도 뽑아줘야 한다"고 말했다.

"무조건 윤상현"을 외치는 유권자도 있었다. 용현시장 입구에서 청과상을 하는 김삼순(80)씨는 "무조건 5번이다, 김무성 욕한 건 모함을 당했다고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현시장에서 20년 넘게 건어물을 팔아왔다는 한 60대 남성은 "윤상현이 일을 많이 했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인정하지 않았나"라고 치켜 세웠다.

윤 후보도 출정식 연설에서 "주민이 명령한 건 반드시 해냈다"며 지역구에 기여한 자신의 업적들을 나열했다. 지역구 발전 이력을 전면 배치해 윤리성 결여 논란을 잠재우려는 모습이었다. 그는 "오직 남구 발전 그것만 본다, 윤상현의 땀으로 승부 걸고 그 결과로 심판 받겠다"고 외쳤다.

[일단 2번+4번=4번 결합 성공] "전국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밀착 작전

"전국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막말정치 심판, 희망의 정치 부활"

하지만 야권 후보들은 윤 후보의 벽이 견고해 보여도 실상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막말 정치 심판'을 총선 슬로건으로 내세운 김성진 정의당 후보(더민주와 단일화)는 지난달 30일 선거사무소에서 기자와 만나 "(윤 후보가) 실제로 일을 했냐는 것은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면서 "굉장히 보수적이긴 하지만 전국이 모두 여길 쳐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리 보수적이라도 자기 당 대표에게 욕설을 퍼붓고 공천을 칼질하는 사람을 용서해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젊은 유권자들 사이에선 윤 후보를 향한 반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1일 아침 인하대 인근 카페에서 만난 박아무개(27)씨는 "그런 사람이 우리 지역구 의원이라는 게 창피하다"고 말했다. 학익사거리에서 유세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인천대 대학생 장아무개(22)씨도 "좀 보수적인 동네긴 한데, 아무리 그래도 걸러서 뽑지 않겠나"라고 예상했다.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김성진 정의당 후보가 31일 학익사거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됐다.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김성진 정의당 후보가 31일 학익사거리에서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야권단일후보로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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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아세요? 거기랑 정의당이 이번에 합쳐서 후보를 하나만 내기로 했어요."

학익시장 사거리, 봄나물을 다듬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김성진 후보가 자신이 정의당-더민주 단일화 후보임을 찬찬히 설명했다. 실제로 인천 남구을에는 아직 양당이 한 후보를 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유권자가 더러 있었다. 김 후보의 명함을 받아든 한 40대 학익동 인근 아파트 주민은 "2번이 없나"라고 기자에게 물으며 "(김성진 후보가) 더 뛰어야겠네"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단일화 후보가 된 김성진 후보는 자전거를 활용한 '골목 유세'를 기획했다. '밀착 유세'로 구민들에게 직접 후보를 소개하겠다는 전략이다.

지지율이 열세인 상황에서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와도 단일화를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김 의원은 "애당초 이곳을 전략 지역으로 (야권 단일화를) 논의한 것이고, 거기서 국민의당이 빠져 나간 것"이라면서 안귀옥 후보와 야권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이유를 설명했다(관련 기사 : 여당 실세 윤상현 떠난 자리, 철새 날아드나).

[아직 3번이 있다] "구도가 나쁘지 않다" 밑바닥 정서에 기대감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가 31일 학익사거리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안귀옥 국민의당 후보가 31일 학익사거리에서 유세차량에 올라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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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귀옥 후보는 "야권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가 당 대 당 야권단일화를 안 하겠다고 선포하면서 그런 이미지들이 강한데, 문병호(국민의당 인천시당위원장)와 통화해 최대한 (야권단일화에) 노력해 보라는 답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31일 학익사거리 유세 현장에서 만난 안 후보는 새누리당 후보까지 나온 만큼, 여야 표 균형이 이뤄져 해볼 만한 선거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안 후보는 지난 19대 총선에서 민주통합당 후보로 나서 윤상현 후보에게 패한 바 있다. 그는 "구도가 좋은 게 1번 (김정심 후보)이 나와 여론 조사에서 12%를 얻었더라"면서 "거기서 (김 후보가) 더 움직여 (윤 후보의 표를) 10%를 가져 가면 균형이 맞춰질 거다, 불리한 그림은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윤상현 후보를 향한 밑바닥 정서 또한 왜곡됐다고 봤다. 그는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률이 2.6%밖에 안 된다, 대표성이 없는 조사"라면서 "윤 후보의 열성팬이 아닌 분들에게선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진짜 빨간색은 나] 선거 사무소에는 김무성 대표의 당선 기원 화환 우뚝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가 31일 용현시장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20대 총선에서 인천 남구을에 출마한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가 31일 용현시장을 방문해 지역 주민들에게 지지를 당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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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현 후보의 낙마로 공천을 받은 김정심 새누리당 후보는 스스로 "하늘이 (공천을) 내려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낙마 이후 지역 당원 3500명이 동반 탈당했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로 윤 후보의 영향력은 김 후보에게도 전해졌다.

지난달 30일 기자와 만난 그는 "그래도 악수를 해보면 느낌이 온다"면서 "아무래도 (이 지역구는) 1번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고 말했다. 윤 후보에 대해서도 "일을 많이 했다고 해도, 막말 논란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재개발 약속을 많이 했는데 추진이 안되고 있는 게 많더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김 후보의 선거사무소 입구에는 김무성 대표가 보낸 당선 기원 화환이 우뚝 서 있었다.

인천남구을 지역의 변수는 앞서 언급했듯 야권 후보 간 단일화를 꼽을 수 있다. 물론 조건부 변수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단일화는 일단 해봐야 아는 것"이라면서 "(단일화가) 성공하려면 후보들이 우선 합의를 해야 하고, 거기서도 시너지 효과를 낳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 상황에선) 단순히 두 사람이 합한 결과보다는 (영향력이) 더 커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심판론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됐던 윤상현 후보가 예상 밖 선전을 하고 있는 이유로는 윤 후보 개인과 지역적 분위기를 뽑았다. 이 교수는 "윤 의원은 지역구 활동에 교과서적인 인물이다, 지역구 활동을 꾸준히 잘 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인천 남구을의 소득 수준이 그다지 높은 지역이 아니다, 역대 선거 결과를 보면 소득 수준이 낮은 곳에선 보수 정당 지지 현상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또한 "막말 논란이 있긴 하지만, (윤 후보를) 대체할 주자가 없다면 (유권자) 흡입은 힘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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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윤상현, #인천, #새누리당,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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