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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최고의 책>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패널들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기본 자료로 삼아,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 그리고 누리꾼 투표 등을 거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최종 결과를 5월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 기사를 공모해 좋은 기사로 선정된 경우 소정의 특별원고료(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편집자말>

장하준, <나쁜 사마리아인들>(Bad Smaaritans)

 

<사다리 걷어차기> <쾌도난마 한국경제> <국가의 역할> 등을 통해 경제학과 경제현실에 대한 진지한 접근을 시도한 저자가 처음으로 보통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집필한 책이 '나쁜 사마리아인들'이다.

 

우리 시대 각종 현안에 관한 여러 문제의 의문에 대해 답변을 제시한 이 책은 현실로서의 경제학 전반에 대해 시원한 답변을 들을 수 있는 부담없는 교양서다. 저자는 나쁜 사마리아인들이 가난한 나라에 해를 끼칠 수 있는 일을 그만 두게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얘기한다. 그렇기에 세계화와 개방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적 조류에 대한 반박논리를 제공한다.

 

세계화의 신화나 진실, 부자나라의 부(富)를 생성하는 과정을 살펴보며 그게 '역사적 사실'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론 잘못되었거나 부분적인 진실임을 밝힌다. 그 다음엔 경제발전과 관련해 정통적 지혜로 일컬어지는 것들을 뒤집기 위한 작업을 한다.

 

경제이론이나 역사, 당대의 증거들을 혼합해 외국인 투자는 왜 규제해야 하는지, 민간기업이 좋고 공기업은 왜 나쁜 것인지 또는 아이디어 차용은 잘못인지, 부패하고 비민주적인 나라는 외면해야 하는지 경제발전에 유리한 민족성이 있는지 등을 살펴본다. 마지막엔 개발도상국들의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게 하기 위해 원조자들의 행동방침을 정할 때 고려해야할 원칙들을 제시했다.

 

이 책은 저자가 이제까지 발표한 책과는 달리 문체나 구성방식이 다르다. '미국의 양심'이란 노엄 촘스키에 의하면, '이 책은 독자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생생하며 풍부하고 명료하다'고 했고 또 영국에서 발간되는 <가디언>의 경제부장 레리 엘리엇은 '탄탄한 연구를 기반으로 아름답게 서술된 경제학의 파노라마'로 격찬한다.

 

저자가 출연시킨 조연들은 최초의 경제인이란 평을 받는 <로빈손 크루소>를 쓴 디포에, 자의식이 강한 핀란드 사람들의 철저한 외국인 배척, 홍콩의 짝퉁산업, <미션임파셔블>에서 IMF의 역할 부패했던 자이레와 인도네시아의 명암, 게으른 일본인과 도둑질 잘하는 독일인 등이 잇달아 무대에 올라 이야기판을 벌인다.

 

미국판 편집자는 이 책의 목적이 '자유주의 경제학지들의 교리 속에 도사린 함정을 폭로'하는 데 있으며 그러기 위해 저자가 사용한 무기는 '십자포처럼 쏘아대는 풍부한 사례, 야유에 가까운 위트, 그리고 매력적인 문체'라고 평가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저자의 전작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며 매력적인 문체야 각자의 판단으로 넘기면 된다. 저자의 야유에 가까운 위트엔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게 압권이다.

 

강명관, <조선의 뒷골목 풍경>

 

우리가 배운 고대사로부터 현대사까지 그 당시 정권 중심으로 쓰인 정사(正史)를 읽었기에 조선시대의 기층 민중에 대해 의문점을 가지면서 이 책에 손이 가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책을 읽고 나서 전체적인 느낌은 아쉽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각 장마다 주제는 그럴싸하게 썼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아서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이 책이 역사를 가정하고 쓴 것인지 아니면 고서의 해석을 하는 건지 몰라도) 이야기 구성은 제대로 펼쳐지지 못한 채 해묵은 한문 투의 얘기만 나열하고 있어 더욱 그렇다.

 

중간부분 놀이문화에 대해 나오면서 작가의 서술이 놀이문화에 대해 여러 종류를 정의한 게 아니고 도박과 기방생활에 대한 내용을 서술 형태로 쓰지 않았음에 실망감을 지울 길 없다. 조선시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는 어느 정도 귀동냥으로 알고 있었지만 조선의 민중들은 무엇을 하고 놀았는지 듣지 못한지라 그 내용을 듣고 싶었는데 내용이 없어 아쉽다.

 

놀이라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되지만 유교의 그늘 밑에서 천하게 여겨진 탓에 놀이에 대해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를 하는 사람이 있을까 할 정도의 생각이 든다. 저자는 한문학자다. 그는 한문학 연구를 위해 선인들의 문헌을 읽는 과정에서 '계륵(鷄肋)'이라고 말한다. 애써 챙겨주자니 별 소용이 없고 그냥 버리자니 아깝다는 뜻이다. 그게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다.

 

저자와 함께 하는 '조선의 유쾌한 풍속 기행'이란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조선이 조용한 아침의 나라임을 부정한다. 조선의 뒷골목엔 '유흥계를 호령하는 무뢰배들, 투전 노름에 골몰한 도박꾼들, 술과 풍악으로 일생을 보낸 탕자들, 반양반의 기치를 높이든 비밀 폭력조직, 족집게 대리시험 전문가, 벼락출세의 떠돌이 약장수, 설렁탕 한 그릇에 조직을 배신한 도적 들 등 역사의 그늘에 가려진 인물들을 통해 저자가 몸을 푸는 특별한 역사관이 <조선의 뒷골목 풍경>이다.

 

김경일, <갑골문 이야기>

 

<갑골문 이야기>는 갑골의 발견에 얽힌 재밌는 후일담에서부터 갑골해독을 위한 기초지식과 갑골을 실제로 해독해 봄으로써 고대 동양사회의 정치, 경제, 사회 등의 여러 모습을 살펴 볼 수 있게 한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갑골학 발견 100주년 기념사업회나 학술 모임이 있다. 갑골문은 은(殷)나라의 문자다. 주나라의 청동기 문화 이전에 존재했으리라 생각되는 고대의 문자다. 갑골이 발견된 시야오톤(小屯) 촌은 전설의 은나라가 도읍을 정했던 곳이다. 은나라는 그곳에서 기원전 1384년부터 기원전 1111년까지 273년간 지속된 왕조로 공식기록을 갑골문에 새겨 놓았다.

 

갑골의 '갑'은 거북뼈를 말하고 '골'은 짐승의 뼈다. 짐승의 뼈 중에서 보통은 어깨뼈를 사용했고 일부 사슴뼈나 호랑이뼈를 사용했다. 그러니까 갑골문은 은나라 왕실의 공식문서인 셈이다. 현재 발견된 갑골의 문자 수는 중복된 걸 제외하고 대략 4600자지만 해독된 문자는 1000자로 나름대로 해석논리를 갖춘 자가 900자다.

 

이러한 갑골문을 이용하고 점을 치던 관리를 '정인(貞人)'이라 하고 은나라의 273년 동안 120명의 정인이 활약한 것으로 추산한다. <갑골문 이야기>엔 갑골에 쓰인 한 문장의 글자수는 많게는 백여자에서 적게는 서너자로 나타낸다.

 

거북뼈를 이용할 경우 부드러운 배 부분을 주로 사용했는데 갑골판을 갈라지게 한 후 형성된 복(卜)에 써놓았다. 복은 갑골판의 갈라진 모양이 복(卜) 자와 비슷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갑골문 문장은 아무렇게 써 넣는 게 아니라 일정한 형식이 있었으며 날짜와 정인의 이름을 쓰는 부분이 전사(前辭)이고 묻는 내용을 기록한 게 명사(命辭), 내용을 풀어내는 게 점사(占辭), 나중에 그 점괘가 맞았는지를 확인하는 게 험사(驗辭)다.

 

갑골문은 우리들의 삶과 죽음에 대해 원형을 알게 하는 주문으로 <갑골문 이야기>는 우리를 1300년 전으로 인도하는 암호풀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2007)


태그:#10년 최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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