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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두바이 계곡의 모습. 드러난 지층사이에서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와 호모 하빌리스의 화석이 발굴되었다.
ⓒ 조수영
세렝게티 국립공원과 응고롱고로 자연보호구역 사이에 위치하는 고원지대에는 인류의 과거를 밝혀주는 올두바이(Olduvai) 계곡이 있다. 지진으로 갈라진 듯한 100m의 깊이의 계곡에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인 지층이 드러나 있다. 이 지층 사이사이에서 각기 다른 시대를 대표하는 초기 인류의 화석이 발굴되었다.

계곡 위에 세워진 조그만 박물관에는 이곳에서 발굴된 인류의 흔적과 올두바이 문화라고 불리는 각종 초기 석기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무엇보다 사라지고 없는 라에톨리 발자국을 본 뜬 것을 볼 수 있다.

화석이 되기까지

▲ 계곡 위에 세워진 작은 박물관에는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아파란시스의 발자국 흔적을 볼 수 있다.
ⓒ 조수영
과거 많은 종류의 생물이 살았지만 이들의 유해나 흔적이 모두 화석으로 남는 것은 아니다. 우선 생물체의 수가 많고, 뼈나 껍질과 같은 단단한 부분이 있을수록 화석으로 남아 있기가 쉽다. 또한 생물의 유해가 공기 중에 노출되어 있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썩어 없어지기 때문에 가능하면 빠른 시간 내에 퇴적물에 의해 묻혀야 한다.

그리고 생물의 유해나 흔적이 지층 속에 묻힌 후 위쪽에서 쌓이는 지층에 의해 단단하게 굳어지면 화석으로 보존될 수 있다.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뼈가 있던 공간에 지하광물질이 스며들어가 화석으로 만들어진다.

그러한 곳은 동아프리카 일부 지역에 국한해 있다. 서아프리카의 토양은 산성이어서 뼈가 쉽게 썩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렇게 어려운 조건을 충족한다 해도 대부분의 화석이 묻힌 땅은 수백 만 년이 흐르는 사이 새로운 지층에 덮여 지표면으로부터 수백 미터 아래에 자리 잡게 된다. 화석을 찾기 위해서는 확률이 거의 제로인 상태에서 수백 미터 땅속을 파내려 가야 한다. 실제 화석의 발굴 작업은 끝없는 모래밭에서 바늘 하나를 찾는 일처럼 어려운 일이다.

인류의 조상을 발견한 리키 부부

▲ 박물관 한편에는 리키 부부의 발굴업적과 현장의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시하고 있다.
ⓒ 조수영
1911년 나비채집을 하려고 이 계곡에 이른 독일의 빌헬름 카트빙글 교수는 화석이 된 뼈들을 발견했다. 2년 뒤 한스 렉 교수를 단장으로 하는 독일 조사단이 파견되어 3개월간 계곡에 머물면서 각종 화석을 찾아냈다.

1933년에 렉 교수가 다시 계곡을 찾았을 때 루이스 리키와 그의 부인 메리 리키(Louis & Mary Leakey)도 발굴에 참여했다. 얼마 전 우리나라를 방문했던 동물학자 제인 구달 또한 리키 부부와 함께 아프리카에서 침팬지에 대해 연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지역에서 조사를 시작한 지 27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1959년, 메리 리키는 골짜기 맨 아래층에서 원시인류의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을 발견하였다. 이것은 기원전 175만 년 전 이 계곡에 살았다고 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Australopithecus)의 화석이었다.

우리는 그들을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 또는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Zinjanthropus boisei)라 부르고 있다. 여기서 'Zinj'는 아프리카 동쪽 지역을 일컫는 말이고 'anthropus'는 유인원, 'boisei'는 발굴팀의 초기 팀장인 'Charles Boise'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약 400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한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무릎을 곧게 펼 수 있어 어기적거리며 걷는 유인원과 달리 무릎을 곧게 펴고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었다. 그들은 1~1.5m 정도의 몸집에 사람과 비슷하게 작은 앞니와 송곳니, 턱 등이 있었으며 그들의 두개골은 현대인의 3분의 1정도인 500cc정도였다.

또 하나의 발견... 호모 하빌리스

몇 년 후 리키의 탐사팀은 또 다른 종류의 두개골 일부와 손뼈, 1개의 아래턱, 몇 개의 이빨을 발굴하였다. 이것들은 인류의 화석으로 대표되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손을 쓰는 사람, 또는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하빌리스의 것이었다. 이름에서 보여주듯이 그들은 손을 자유롭게 이용하고, 비록 현대인의 절반 밖에 되지 않지만 두개골의 용량도 600cc로 늘어났다.

또한 올두바이 협곡에서는 동물의 화석과 함께 많은 도구들이 발견되었다. 다른 동물들에 비해 작고 육체적 힘이 약한 인간의 조상들은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이루었고, 효율적인 사냥과 생존을 위해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곳 올두바이 협곡이 호모 하빌리스의 본거지였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다.

▲ 다른 동물들에 비해 작고 힘이 약한 인간의 조상들은 살아남기 위해 집단을 이루었고, 효율적인 사냥과 생존을 위해 도구를 만들어 쓰기 시작했다,
ⓒ 조수영
360만 년 전 세 명의 초기 인류들은 올두바이에서 45km떨어진 라에톨리 평원을 지나갔다. 남자와 여자, 어린이의 발자국은 같은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당시 이 주변은 화산활동이 활발하게 일어났다. 화산폭발에 의한 화산재는 내리는 비에 섞여 진흙처럼 되었고 시멘트와 같은 역할을 했다. 두발로 걷는 그들의 발자국은 진흙 속에 진하게 남게 되었다. 연이은 화산폭발은 그들의 발자국을 덮어버려 화석으로 남게 되었다.

이후 계곡을 흐르는 물에 의해 지층은 단면을 드러내게 되었고, 1976년 메리 리키와 그녀의 팀은 이 발자국의 화석을 발견했다. 사람들은 이 발자국 화석을 라에톨리의 발자국(Laetoli footprints)이라 불렀다.

▲ 아담과 이브의 발자국이 어떻게 생겼을까? 올두바이 박물관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라에톨리 발자국을 본 뜬 것을 볼 수 있다.
ⓒ 조수영
이 발자국은 360만 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인류의 것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Australopithecus afarensis)라 불리는 이들의 발자국은 인류가 이미 그때부터 걸어 다녔다는 것을 증명해 주는 중요한 증거물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발견된 '루시'도 아파렌시스에 속한다.

아담이 걸음을 멈춘 까닭은?

▲ 아파렌시스가 남긴 발자국. 실제 화석은 나무뿌리에 의해 파손되었고 리키박사가 본을 뜬 것만 올두바이 박물관에 남아있다
ⓒ 조수영
라에톨리의 발자국은 힘의 분배 정도와 파인 부분이 인간의 것과 거의 일치한다. 남자와 여자, 아이의 발자국은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걷다가 잠깐 멈추어 서서 왼쪽을 돌아보았던 것도 알 수 있다.

어디론가 향하는 발자국은 아마도 사과를 먹고 천국에서 쫓겨난 아담과 이브의 발자국이 아닐까? 그가 바라본 왼쪽에는 응고롱고로 분화구가 있으니 그곳이 바로 그들의 천국이 아니었을까….

리키 박사는 발자국 화석의 사진을 찍고, 본을 뜨긴 했지만 박물관으로 옮기기에는 파손의 위험이 있었기에 화석을 보호하기 위해 다시 땅 속에 묻었다. 그러나 몇 년이 지난 후 주변의 나무가 자라면서 그 뿌리들에 의해 발자국 화석은 파손되었다.

1993년 탄자니아와 미국의 유물 발굴팀이 이 나무를 제거하고 발자국 화석을 재발견하고자 했지만 실패했다고 한다. 아담과 이브의 발자국이라 여겨지는 발자국의 흔적은 지금 이곳 올두바이 박물관에서 본을 뜬 것만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사회시간에 배운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 피테쿠스를 열심히도 외웠었다. 그리고 이 이름은 얼굴의 생김새가 원숭이와 비슷하거나 팔이 좀 긴 친구들의 별명으로도 쓰였다. 그러나 이 학명은 잘못된 것이라고 한다.

오스트랄로는 '남쪽', 피테쿠스는 '유인원'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사실상 화석은 동쪽에서 더 많이 발견되었고, 유인원이 아니라 원인(猿人)이므로 '동쪽의 원인'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는 학명은 1925년 남아프리카에서 두개골을 발굴한 다트박사에 의해 지어졌다. 그는 처음에 이것을 유인원의 화석인 줄 알고 학명을 붙였으나 수십 년을 지나는 동안에 인류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학명은 그런 의미를 떠나서 최초의 명명을 존중하게 되어 있어 그냥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올두바이에서 발굴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보이세이는 '진잔트로푸스 보이세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다.

인류의 역사는 이제 시작인 셈

ⓒ 조수영
ⓒ 조수영
예전 이곳에 살았던 조상들로부터 편지가 왔다면 어떤 내용일까?

이곳 올두바이의 화석은 200만 년 전 까지만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전에 살았고, 라에톨리 계곡을 지나갔던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빠뜨릴 수 없다.

ⓒ 조수영
이후 약 20만 년 전,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등장했다. 네안데르탈인에서 시작하는 호모 사피엔스는 문화 감각을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조각을 하고, 장신구를 만들고,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인류는 진화 단계가 진행됨에 따라 차츰 턱은 퇴행하여 작아졌고, 반대로 뇌의 용량은 커졌다.

천문학자들은 지금부터 60억 년 후에는 태양이 수소를 모두 연소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때가 오면 태양은 팽창하여 거대한 붉은 별이 되어 지구를 삼켜버릴 것이다. 그전에 인간은 다른 행성으로 이주하지 못한다면 인류는 멸망할 것이다. 수십억 년이라는 세월에 비추어 보면 인류의 역사는 이제 시작인 셈이다.

심바 캠프장으로 돌아왔다. 캠프장 입구에는 집채 만한 코끼리가 버티고 있었다. 운전수는 개의치 않고 차를 몰았다. 다가오는 차를 본 코끼리가 슬슬 길 가장자리로 물러선다. 코끼리가 캠프장 근처에 온 이유는 힘들게 초원을 헤매지 않아도 쉽게 먹이를 구할 수 있는 방법으로 캠프장의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는 것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런 코끼리의 모습이 측은하다.

저녁준비를 마친 요리사는 공동식당에 자리를 잡아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식당 옆 큰 건물에는 각 팀의 요리사들이 벽을 따라서 뺑 둘러 숯불을 피우고 각자 음식을 만든다. 오전과 다르게 캠프장에는 다른 텐트와 캠프차들로 초만원이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으로 피난민 수용소를 방불케 한다.

몇 개 되지 않는 샤워실이 문제였다. 기다리는 사람도 많고 차가운 냉수만 나오지만 하루종일 세렝게티의 먼지를 뒤집어써서 샤워를 포기할 수도 없다. 밤 12시가 되서야 내 순서가 돌아왔다.

하수구에 빠지다

▲ 심바캠프장. 수용소 같이 생긴 공동의 식당에선 늦은 밤까지 세계 각국에서 온 여행자들로 북적인다.
ⓒ 조수영
가까스로 샤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는 조명이 하나도 없다. 조심스레 한걸음씩 움직이는데 어이쿠 오른쪽 발이 쑤욱 빠진다. 하수구에 빠진 것이다. 냄새가 얼마나 독한지 한 시간을 씻었는데도 없어지지 않는다.

심바 캠프장은 고도가 높은 덕분에 밤하늘의 별들은 쏟아질 듯 가깝고 선명하다. 캠프장 여기저기엔 각국의 여행자들이 모여 모닥불을 피우고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나는 혼자서 하수구에 빠진 발을 씻고 있다. 눈물이 난다. 캠프장의 물은 또 왜이리 차가운지 발이 시리다. 지금도 심바 캠프장만 생각하면 코끝에서 하수구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텐트로 돌아와 오리털 파카를 입고 겨울용 침낭을 덮었는데도 추워서 잠이 오지 않는다. 게다가 텐트가 약간 경사진 곳에 자리 잡은 탓에 몸이 아래로 쏠리는 것이 느낌에 응고롱고로 분화구로 쓸려 내려갈 것만 같다.

최초의 원인(猿人)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아니다?
440만년 전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의 발견

지금까지 발견된 화석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인류의 두개골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알려졌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오래된 원인으로 약 440만년 전에 살았던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Ardipithecus ramidus)가 있다.

1993년 미국의 티모시 화이트 교수는 1974년 요한슨이 '루시'를 발굴한 곳에서 남쪽으로 72㎞ 떨어진 에티오피아 아라미스에서 머리뼈 일부와 아래턱, 이, 왼쪽 팔뼈 등 열일곱 조각을 찾아냈다.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결과 이 화석은 440만년 전의 것으로 밝혀졌다. 이것은 루시보다 백만년 가량 앞서는 것이었다.

화석의 주인공은 어금니가 완전한 것으로 보아 다 자란 어른이었고 키는 120㎝였다. 송곳니는 루시보다 진화가 덜 되었지만, 앞다리 구조로 보아 유인원과는 분명히 다르게 서서 걸으면서 두 팔로 새끼를 안고 다닌 것으로 보인다.

화이트는 이 화석이 인류의 조상과 유인원 사이에 존재하는 '잃어버린 사슬'이라고 했다. 그리로 속명을 선행인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라고 하지 않고, 나무 위가 아니라 땅 위에서 사는 유인원이라는 뜻의 아르디피테쿠스라고 했다. 또 종명은 에티오피아 말로 '뿌리'라는 뜻을 가진 라미두스를 부여했다.

그러나 라미두스가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 조상이라는 설과 라미두스와 인류, 유인원의 공통 조상 사이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또 다른 원인(猿人)이 있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설이 팽팽하다.

덧붙이는 글 |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는 30일간 동남부 아프리카를 여행한 기록이다. 케냐- 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를 거쳐 6개국을 2006년 1월 2일부터 1월 31일까지 여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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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 -  1974년 인류학자 도널드 요한슨에 의해 에티오피아 사막에서 발굴된 화석. 직립 보행을 하는 인류 초기 조상 중의 하나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이다. 비틀즈의 노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영향으로 이름 붙여진 '루시'로 더 유명하다.


태그:#올두바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응고롱고로, #라에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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