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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는 너무나 화려한 색깔의 대륙이다. 다양한 색깔의 꽃들과 터질 것 같이 화창한 날씨, 푸른 하늘과 손에 잡힐 듯한 구름, 사바나의 야생 동물들, 그리고 그들의 흑색 피부는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정수리에 만년설을 쓰고 사바나 한가운데 솟아있는 킬리만자로가 있고, <말아톤>의 초원이가 달리고 싶어 하던 세렝게티에는 톰슨가젤이 꼬리를 흔들고, 응고롱고로 분화구 안에는 얼룩말을 쫓는 사자가 있다. 잠비아와 짐바브웨의 국경에는 세계 3대 폭포 중 하나인 빅토리아 폭포가 떨어지고, 사진작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한다는 붉은 나미비아 사막이 있다. 그리고 인류가 탄생한 원초의 땅, 아프리카에 나를 찾으러 간다.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아프리카 여행>는 30일간 동남부 아프리카를 여행한 기록이다. 케냐- 탄자니아-잠비아-짐바브웨-남아프리카공화국-나미비아를 거쳐 6개국을 2006년 1월 2일부터 1월 31일까지 여행했다. <기자주>


Into Africa, 여행의 시작은 나이로비에서...

▲ 케냐 나이로비 조모 케냐타 공항 내부. 나이로비는 동부 아프리카의 관문이다.
ⓒ 조수영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까지는 직항이 없어 홍콩이나 유럽의 나라들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일정의 첫 시작인 킬리만자로가 탄자니아에 있긴 하지만 국제공항이 있는 수도 다르에르살람에서 멀다. 그러한 이유로 많은 여행객들이 그 기점이 되는 아루샤와 가까운 케냐의 나이로비 공항을 이용한다.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꼬박 20시간이 걸려서야 케냐의 나이로비에 도착했다.

아프리카의 관문 나이로비의 조모 케냐타 공항은 케냐의 독립에 큰 공헌을 한 초대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이다. 공항의 기념품 가게의 간판에는 'Out of Africa'라 쓰여 있다. 나는 지금 아프리카에 들어왔으니 'Into Africa'라 바꿔 불러야겠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30분 남짓 걸리는 길의 왼편으로는 초원이 펼쳐져 있다. 나이로비 시내의 남쪽으로 있는 나이로비 국립공원이다.

무릎높이의 풀들이 가지런히 자라 초원을 이루고 있다. 앗, <동물의 왕국>에서 본 가젤들이다. 옆구리에 검은 줄이 있는 것으로 보아 톰슨가젤이다. 동물의 왕국 아프리카에서 보는 첫 번째 야생 동물이다. 초원 한가운데에는 동물원 우리 안에서만 보았던 기린이 서 있다. 나는 드디어 아프리카에 왔다.

열대 기후대의 고원도시 '나이로비'

보통 아프리카라 하면 폭염과 가뭄을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고정관념이다. 물론 아직도 많은 지역이 가난과 질병으로 힘들고, 기아와 내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서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있지만, 또 다른 많은 이들은 인간이 살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열대기후대의 고원지역'에 살고 있다. 아프리카엔 이러한 열대 고원도시가 많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 탄자니아의 아루샤, 잠비아의 루사카 등은 모두 해발 1500m가 넘는다.

케냐의 나이로비도 해발 1820m다. 남쪽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가, 북쪽엔 두 번째로 높은 케냐산이 우뚝 솟은 그 사이에 자리 잡은 케냐 고원에 나이로비가 있다.

그래서 나이로비는 적도에 걸쳐 있지만 일년 내내 기온의 큰 변화 없이 섭씨 12~25도로 쾌적하다. 나이로비의 여름은 한국의 봄, 초여름, 가을 날씨가 섞여 있다고 보면 적당할 것 같다.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하고 낮에 햇볕 아래에서는 적도의 자외선 때문에 따갑다. 그늘진 곳의 풍경은 꼭 늦가을 같고 해가 있는 곳은 봄, 초여름 같다. 하루에도, 같은 시간에도 여러 계절이 동시에 펼쳐진다.

우기인 4월엔 200mm가 넘는 비가 내리고 건기인 7~9월도 100mm쯤 비가 내려서 초원은 언제나 푸르다. 나이로비는 마사이족 말로 '찬물이 흐르는 곳'이란 뜻이다.

100년 전, 사자를 물리치면서 만든 나이로비

▲ 나이로비 시내
ⓒ 조수영
나이로비는 오래된 도시가 아니다. 100여년 전만 해도 이곳은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동떨어진 고원 습지였다. 19세기 말, 아프리카 대륙은 서구 열강이 힘을 겨루는 장소였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대륙을 선점하기 위해 아프리카를 가로지르는 철도 만들기 경쟁을 시작했다. 철도를 가설할 때 많은 사람들이 사자의 밥으로 희생이 되었는데 이를 다룬 영화가 마이클 더글러스가 나오는 <고스트 앤 다크니스>이다.

당시 동부 아프리카를 지배하던 영국은 1896년 그들이 깐 동아프리카철도(인도양 연안의 몸바사에서 우간다의 빅토리아호 연안을 연결하는 철도)가 이곳을 지나면서 조그만 역을 세웠다. 나이로비는 철도건설의 베이스캠프가 되면서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이후 바닷가 몸바사에서 더위에 허덕이던 영국 총독은 나이로비의 쾌적함과 원활해진 교통 때문에 식민지의 수도를 이곳으로 옮겼다. 도로를 만들고 현대적 철근 콘크리트 빌딩이 올라갈 때도 코뿔소와 사자들이 거리를 활개 치고 돌아다녀 주민들은 집 주위에 철판으로 튼튼한 담을 세워 맹수를 막아야 했다고 한다.

이후 지속적인 독립운동으로 1963년 케냐는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키쿠유족 출신의 조모 케냐타(Jomo Kenyatta)가 독립운동의 지도자로서 세계에 알려지게 된 것도 이 무렵의 일이다. 현재 나이로비는 수많은 유엔 산하기구와 온갖 국제기구가 모여 있는 인구 300만명의 대도시가 되었다. 시내 중심에 있는 케냐타 거리(Kenyatta Ave.)는 관공서와 은행, 호텔과 현대식 고층건물들이 빼곡하다.

케냐가 마라톤의 강국인 까닭은...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마라톤을 비롯한 육상 중장거리 종목을 카타르가 모두 석권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은 모두 케냐 출신이다. 중동의 산유국들이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이들을 대거 수입, 귀화 시켜 출전하게 한 것이다. 케냐 선수들은 2006년 한 해 동안 세계 5대 마라톤 대회 가운데 보스턴, 런던, 시카고 등 3개 대회를 휩쓸었다.

케냐 선수가 잘 달리는 것은 해발고도가 높은 데서 나고 자라고 달려온 덕분이다. 해발 15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기압이 낮아 산소의 공급 또한 쉽지 않다. 사람의 몸은 이러한 환경에서 저산소증을 피하기 위해 혈액의 성분 중에 산소 운반 노릇을 하는 적혈구와 헤모글로빈을 증가하도록 변화한다. 실제 우리나라의 마라톤 선수들도 고지훈련을 다녀오는데 처음에는 힘들지만 과학적 데이터를 통해 그 성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지난 2006년 월드컵 때, 국가에게 수당을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뛰지 않겠다하는 토고 선수들이 비난당했던 일이 있었다. 그러나 그들을 비난하기 전에 문화의 차이로 이해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아프리카의 부족은 혈맹이다. 가족 공동체와 같다. 나름의 부족체제가 유지되고, 더불어 다른 부족과의 차이도 크고, 갈등 또한 심하다. 예를 들어 같은 나라에 살고 있지만 마사이족과 차카족은 그 생김새와 성품이 판이하게 다르다. 비록 서구 열강에 의해 자로 그은 듯이 지금의 국경이 정해졌지만, 그들에게 국경의 의미는 우리와 같지 않다.

소득이 낮은 아프리카의 축구선수들은 가족, 아니 나아가 부족의 부양을 위해 뛰고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정부의 수당은 단순한 돈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몇 백 몇 천명의 부족의 생활과 사활이 걸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케냐에는 43개 부족이 있다. 키쿠유족이 최대 부족으로 20% 정도를 이루고, 그 외에 루오족, 루야족, 아캄바족, 카렌진족, 마사이족 등이 있다.

마사이 족의 수공예품을 파는 마사이 마켓

▲ 시장이라 하지만 공터에 바글바글 모여 각자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물건을 파는 것이다. 이름은 마사이지만 마사이족 이외에도 다른 부족의 상인들이 함께 장사를 하고 있었다.
ⓒ 조수영
나이로비의 외곽에는 화요일마다 마사이마켓이 열린다. 마사이족들이 집에서 만든 수공예품을 내다 파는 곳이다. 오전 10시쯤부터 시작되어서 오후 5시면 파장을 한다. 시장이라 하지만 공터에 바글바글 모여 각자의 보따리를 풀어놓고 물건을 파는 것이다. 이름은 마사이지만 마사이족 이외에도 다른 부족의 상인들이 함께 장사를 하고 있었다.

눈에 띠는 것은 마사이 특유의 새빨간 천이었다. 담요도 되고 치마도 되는 체크 무늬 천을 하나 사서 둘렀다. 수공 조각품, 구슬을 꿰어 만든 악세사리, 동물모양의 조각, 가죽으로 만든 북, 팔찌, 목걸이, 천 위에 마사이족을 그린 그림 등 다양한 물건들이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방송에서나 보던 긴 다리에 귓볼이 늘어지도록 큰 귀걸이를 하고 붉은 옷을 두르고 있는 마사이 족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마사이족의 화려한 목걸이와 장신구는 이곳의 가격이 가장 저렴한 것이었다.

▲ 나이로비의 외곽에는 화요일마다 마사이마켓이 열린다.
ⓒ 조수영
<아웃 오브 아프리카>, 데니스의 추억

▲ 카렌블릭션 박물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을 썼던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릭센이 실제로 키쿠유족 집사를 두고, 커피농장을 운영하며 살았던 농장 저택이다.
ⓒ 조수영
나이로비 시내에서 약 20분간 응공힐을 향하여 달리면 숲이 우거진 마을이 나온다. 이곳에는 몇 백년 전에 아프리카로 왔던 백인들의 후예들이 아직까지 살고 있다. 그리고 만평은 될 것 같은 넓은 정원과 카렌 블릭센의 저택이 있다. 이곳은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원작을 썼던 덴마크 작가 카렌 블릭센이 실제로 키쿠유족 집사를 두고, 커피농장을 운영하며 살았던 농장 저택이다.

1917년 카렌 블릭센과 그녀의 남편 브로르 폰 블릭센은 이곳에 왔다. 자연재해와 토양의 문제로 커피 재배는 실패했고, 무책임한 남편의 태도로 이들 부부는 결국 이혼하게 된다. 1931년까지 이곳에 살았던 카렌은 고국으로 돌아가 자전적 소설 <아프리카에서 온 편지>를 썼고, 이것을 원작으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가 만들어졌다. 그녀가 떠난 후 집은 다른 사람들의 소유로 넘어갔지만, 1963년 덴마크 정부가 이곳을 구입해서 케냐 정부에 독립 기념선물로 기증했다.

지금은 카렌 블릭센 박물관 (Karen Blixen Museum)이라는 이름으로 그녀의 사진과 그녀가 사용했던 가구와 커피기구들을 전시하고 있다. 식민지 시대 서양인의 생활을 보여주는 곳이긴 하지만, 우리 돈으로 만원이 넘는 입장료에 비해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일반 주택이다. 그리고 박물관 안의 많은 고서와 뻐꾸기시계는 실제가 아니고 미국 영화사가 영화 촬영 후 기증한 것이라 한다.

▲ 박물관 내부. 카렌이 사용했던 가구와 그릇들을 전시하고 있다. 벽에는 그녀가 그렸다는 마사이족의 수채화가 있다.
ⓒ 조수영
▲ 박물관 내부. 식민지 당시 지배층의 생활을 알 수 있다. 바닥에는 표범의 가죽이 있다.
ⓒ 조수영
1985년 시드니 폴락 감독에 의해 제작된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는 그녀의 자전적 이야기로 케냐를 무대로 펼쳐지는 러브 스토리이다. 주인공인 데니스(로버트 레드포드)와 카렌(메릴 스트립)의 애틋한 사랑과 넓은 대초원, 언덕 위에 평화로이 앉아있는 암사자의 모습 등 아프리카의 서정적인 아름다운 모습이 감동을 주었었다. 특히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이 흐르는 배경과 데니스가 카렌의 머리를 감겨주는 장면은 지금까지 우리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러나 결국 그녀도 식민지의 지배층이었기에 이곳은 어쩌면 사업성이 있는 기회의 땅이고, 그저 잠시 쉬어가는 곳이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낯선 땅에서의 분위기로 인해 데니스와의 만남이 운명적인 사랑이라 믿게 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화려한 춤과 음악, 보마스 오브 케냐(Bomas of Kenya)

▲ 보마스 오브 케냐는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같이 키쿠유, 마사이, 캄바 등 케냐의 16개 대표 부족의 전통적인 부락과 생활상이 전시되어 있다.
ⓒ 조수영
'보마스'는 전통적인 민가를 뜻한다. 우리나라의 민속촌과 같은 의미인데 키쿠유, 마사이, 캄바 등 케냐의 16개 대표 부족의 전통적인 부락과 생활상이 전시되어 있다. 아프리카의 많은 부족들에게는 아직까지 일부다처제의 풍습이 남아 있다. 노동력이 많이 필요했던 시절에 자녀를 많이 얻기 위해서, 그리고 부족 간에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시대에 더 많은 전사를 얻기 위해 생긴 풍습이 그런 의미가 사라진 지금까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울타리를 만들었는데, 그 안에 아내들을 위한 여러 개의 오두막이 있다. 첫번째 부인의 것이 가장 크고, 서열 순으로 오두막의 크기가 결정된다.

마사이족의 집은 목축을 하는 종족답게 쇠똥으로 벽을 바르고 집이 낮으며 보온에 신경을 썼다. 나무나 풀 같은 재료를 구하기 힘든 지역에 사는 그들은 쉽게 구할 수 있는 쇠똥에 흑을 이겨 벽을 발라서 기온이 떨어지는 밤에는 집안의 열기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였다. 허리를 숙이고 안으로 들어가니 불이 있는 부엌과 두세 사람이 겨우 앉을 만한 공간, 그리고 매캐한 냄새가 가득하다.

빅토리아 연안에 사는 루오족의 집은 비를 막는데 주안점을 두어 지붕이 다른 종족에 비해 뾰족하다. 뾰족하고 높은 지붕덕분에 빗물이 바로바로 아래로 흘러내린다. 모양은 짚을 덮은 오두막모양이지만 부족이 사는 지역에 따라 그 모양과 용도가 다른 것이다.

자신의 키만큼 뛰는 마사이 족의 점프

원형극장에서는 각 부족들의 민속음악과 전통춤을 공연한다. 주로 남녀가 짝을 지어 춤을 춘다. 왔다 갔다 실랑이를 벌이다가 결국 짝을 이루고 퇴장한다. 무용수들의 화려한 의상 속의 검은 피부는 터질 듯 건강하다.

카렌진족의 무사의 춤은 격렬하고 못해 두렵기까지 하다. 엠부족은 흥겹게 북을 연주한다. 키쿠유족은 할례 의식을 보여준다. 할례를 치른 남자 아이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제대로 걷지도 못하지만, 축하해 주는 부족 사람들의 춤과 노래가 이어진다.

마사이족은 그들의 트레이드 마크인 체크무늬 빨간 천을 두르고 알록달록한 구슬 목걸이를 걸고 나왔다. 다른 부족에 비해 확실히 키도 크고 마른 체형이다. 남자 무용수는 가운데서 제자리 뛰기를 한다. 2m는 넘게 뛴다. 긴 다리에는 스프링 기능도 있는가 보다. 흥겨운 리듬에 맞춰 정열적으로 몸을 흔드는 모습을 보니 아프리카 특유의 열정과 힘이 느껴진다.

▲ 보마스 오브 케냐에서는 각 부족의 다양한 춤과 음악이 연주된다.
ⓒ 조수영
▲ 마사이 족의 점프. 춤을 추면서 2m는 족히 제자리 뛰기를 한다.
ⓒ 조수영

태그:#나이로비, #케냐, #아웃오브아프리카, #카렌블릭센, #보마스오브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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