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문예부흥기의 꽃으로 불리는 정조대왕의 자주국방 의지로 건설된 화성(華城), 그리고 화성을 숙위하던 장용영 군사들이 실제로 익혔던 우리의 소중한 전통무예 '무예24기'가 화성의 군사 훈련장이었던 연무대(鍊武臺)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무예24기는 정조대왕의 명으로 1790년 4월 장용영에서 펴낸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실린 스물 네 가지의 기예로 조선을 대표하는 전통무예이다.

▲ 이른 새벽 안개 짙게 쌓인 화성 연무대에 조선의 무혼이 살아 숨쉬는 무예24기가 잠을 깨운다. 무예를 연마한다는 '鍊武(연무)'가 가슴 깊이 다가 온다.
ⓒ 푸른깨비 최형국
매일 새벽 5시 30분만 되면 경기도 수원시 화성 연무대에는 20대의 대학생부터 70대의 노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으로 구성된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새벽 공기를 가른다.

본 수련은 문화·역사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문화관광부와 전국문화원연합회에서 지원하여 '화성 연무대의 무예마을 만들기'라는 이름으로 마을 주민들에게 무예24기를 보급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 새벽 화성 연무대에는 남녀를 가리지 않고, 20대의 청춘부터 60대의 노인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주민들이 무예24기를 연마한다.
ⓒ 푸른깨비 최형국
그렇다면 화성이라는 성곽과 우리의 전통무예인 무예24기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좀 더 세밀하게 살펴보자.

화성과 무예24기

화성은 앞서 설명한 무예도보통지의 무예24기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1784년에 정조는 억울하게 뒤주에 갇혀 생을 마감한 자신의 친아버지 사도세자의 존호를 장헌세자(莊獻世子)로 바꾸고, 이를 축하하기 위한 경과를 별시의 형태로 실시하여 많은 무사를 입격시켰다.

이듬해 홍복영의 역모사건이 일어나자 국왕의 호위를 강화하기 위해 별시에 합격한 무사들 중 무예에 출중한 자들을 뽑아 장용위(壯勇衛)를 설치하였다.

이후 장용위는 1788에 장용영(壯勇營)으로 개칭하면서 명실상부한 하나의 군영으로 자리 잡았으며, 서울 도성 중심의 내영(內營)과 그 외곽인 수원 화성 중심의 외영(外營)으로 확대 편제하여 기존 오군영보다 더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정조의 막강한 친위 군부세력인 장용영은 주 수련과목으로 무예24기를 채택하여 전투력 극대화에 최선을 다하였다. 이처럼 당시 최고의 무예가 수련된 곳이 장용영이었으며, 그 중 사도세자의 무덤을 호위하고 화성행궁을 보호하고자 축성하였던 수원 화성은 장용영 외영의 주둔지로 무예24기가 가장 활발하게 수련되었던 공간이었다. 그리고 화성 중 연무대는 장용영 군사들이 실제로 사격술을 익히고, 말을 타고, 창검술을 연마하던 장소였다.

▲ 무예24기 중 본국검법을 수련하고 있는 새벽의 무사들은 오늘도 선인들의 호국정신을 마음에 새깁니다. -사진자세는 본국검법 중 백원출동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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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수원 화성은 단순한 조선시대의 성곽으로 볼 것이 아니라, 정조의 효(孝)정신과 실학사상 및 자주국방의 상징인 무예도보통지 무예24기가 오늘날까지 살아 숨쉬는 공간, 즉 우리의 내세울만한 전통문화산실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공간인 화성 연무대에서 조선의 무혼이 살아 숨쉬는 무예24기가 다시 태동하고 있다. 임진왜란을 비롯한 수많은 전쟁에서 조선이라는 국가를 지켜냈고, 일제 강점기에는 나라를 되찾으려는 항일의병들의 정신적 기상이 되었던 무예24기가 오늘 새벽에도 연무대를 깨운다.

이른 새벽 긴 칼 한번 멋지게 휘날리며 선인들의 자주국방의 의지를 몸으로 느껴 보자.

▲ 모두가 떠나간 어두운 밤, 외로운 화성 연무대는 어서 새벽이 오기를 기대합니다. 매일 새벽 연무대를 숨쉬게 하는 무예24기 수련인들을 보고파 합니다. 저 멀리 고개 내민 건물은 화성에서 가장 깜찍한 동북공심돈입니다.
ⓒ 푸른깨비 최형국
2004-06-11 09:48 ⓒ 2007 Ohm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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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의 역사와 몸철학을 연구하는 초보 인문학자입니다. 중앙대에서 역사학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경기대 역사학과에서 Post-doctor 연구원 생활을 했습니다. 현재는 한국전통무예연구소(http://muye24ki.com)라는 작은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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