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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보 선착장에서 채집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 이들은 4등급 수질 최악의 지표생물들이다. 이들이 서식한다는 것은 상주보 수질이 수질 최악 등급인 4급수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주보 선착장에서 채집된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 유충. 이들은 4등급 수질 최악의 지표생물들이다. 이들이 서식한다는 것은 상주보 수질이 수질 최악 등급인 4급수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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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한 언론사의 취재요청으로 일주일 만에 상주보를 다시 찾았다. 상주보에서 발견된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를 다시 만나보기 위함이었다. 이날도 열심히 삽질해서 이곳 상주보 낙동강 바닥에 또다시 실지렁이가 바글바글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번에는 심지어 붉은깔따구 유충도 채집됐다.
   
4급수 지표생물들이 우글거리고 있는 상주보. 환경부의 정의대로라면 상주시는 1급수 물을 버리고 4급수 물을 얻게 된 셈이다. 4대강 사업 이후에 말이다. 이런 사실을 상주시민들이 제대로 알면 어떤 반응일지 몹시 궁금해진다.

또 이곳 상주에 와서 4대강 사업을 계승하겠다던, 그래서 상주와 문경 주민들에게 맑은 물을 펑펑 쓰게 하겠다던 윤석열 대통령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몹시 궁금해진다. 
 
지난 5월 1일부터 상주시가 운영하는 수상버스가 물길을 가르며 지나간다.
 지난 5월 1일부터 상주시가 운영하는 수상버스가 물길을 가르며 지나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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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바닥을 열심히 삽질하는 와중에 저 멀리 배가 한 대 지나간다. 바로 상주시가 운영하고 있는 수상버스다. 지난 5월 1일부터 유료로 시험운항을 한다던 그 배다. 홍보 기간인지 평일에 사람들도 없는데 운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실지렁이 인터뷰를 마치고 언론사와는 헤어지고 모처럼 경천대로 향했다. 경천대는 상주보에서 바로 지척의 거리라서 대구서 예까지 올라왔다면 한번은 들러봐야 할 낙동강 제1경이다. 그러나 그것은 옛말. 4대강 사업 이후 그 아름답던 백사장은 모두 사라지고 호수만 덩그러니 남은 풍경에서 4대강 사업의 비극을 보는 듯하다.
 
경천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풍경이 강이 아닌 호수다. 경천 호술라 불러야 한다.
 경천대에서 바라보는 낙동강의 풍경이 강이 아닌 호수다. 경천 호술라 불러야 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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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벌국 옛 땅에 자리한, 야트막한 산의 벼랑에 자연에 의해 지어진 누대인 경천대(擎天臺)는 하늘이 지은 절경이라는 자천대(自天臺)라고도 일컬어졌다. 경천대 입구에 우담 체득기 선생이 짓고 은거했다는 무우정(舞雩亭)도 자리하고 있다.

무우정을 지나 좁은 입구를 통해 누대에 오른다. 누대라 해봐야 바위 벼랑이 전부다. 그런데 그 벼랑에 서서 바라보는 풍광이 가히 절경이었다. 그러나 그 풍광은 이제 사라지고 없다. 건너 중동면 회상리 들판을 반원으로 둥글게 감싸며 드리워져 있는 하얀 백사장과 그 위를 맑게 흐르는 강물은 한폭의 그림을 자아냈다.
 
4대강 삽질이 자행되기 전인 2009년 여름의 경천대. 무척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히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릴 만하다.
 4대강 삽질이 자행되기 전인 2009년 여름의 경천대. 무척 아름다운 모습이다. 가히 낙동강 제1경이라 불릴 만하다.
ⓒ 최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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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곳이 낙동강 제1경으로 불리며 상주의 국민 관광지로 이름을 날린 것이다. 10여 년 전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상도>의 주 배경이 된 것도 바로 이곳 경천대였다.

그런 경천대가 그 자취를 감춘 것은 4대강 사업 당시부터였다. 불경스럽게도 이명박 정부는 낙동강 제1경인 이곳에도 손을 댔다. 모래 백사장을 모두 걷어내버린 것이다. 그리고 3~4킬로미터 아래 상주보에 물을 채우니 이곳은 바로 호수가 돼버렸다. 낙동강 제1경은 사라지고 '경천 호수'가 생겨난 것이다.
 
4대강사업 당시인 2011년 2월 당시 이명박 정권은 낙동강 제1경이라는 경천대 백사장까지 걷어냈다. 참 끔찍한 만행이 아닐 수 없다.
 4대강사업 당시인 2011년 2월 당시 이명박 정권은 낙동강 제1경이라는 경천대 백사장까지 걷어냈다. 참 끔찍한 만행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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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강 제1경은 사라지고 경천 호수만 덩그러니 남은 안타까운 모습이다. 상주시는 이곳에다 배를 띄웠다. 2022년 5월 11일 촬영.
 낙동강 제1경은 사라지고 경천 호수만 덩그러니 남은 안타까운 모습이다. 상주시는 이곳에다 배를 띄웠다. 2022년 5월 11일 촬영.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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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없더라도 수상버스 운항은 계속

이 괴로운 풍경을 벗어나 드라마 상도 세트장에 다다르니 마침 수상버스가 그곳 선착장으로 들어왔다. 12인승 미니 수상버스는 운전사만 탄 채 승객 한 명 없는 빈 배였다. 젊은 운전사에게 궁금한 것을 물었더니 그가 답했다.

"한 시간 간격으로 운행을 하고, 경천섬을 중심으로 해서 건너 객주촌과 이곳 경천대를 크게 한 바퀴 매시간 돌고 있다. 주말에는 손님이 좀 있는 편이고, 평일에는 보시다시피 아직 손님이 없다."
 
상주시가 운행하는 소형 관광 유람선인 수상버스의 모습이다. 매 1시간 간격으로 오후 늦게까지 운행한다. 2022년 5월 11일 촬영.
 상주시가 운행하는 소형 관광 유람선인 수상버스의 모습이다. 매 1시간 간격으로 오후 늦게까지 운행한다. 2022년 5월 11일 촬영.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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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이 없더라도 운항은 계속한다는 것이다. 이 고유가 시대에다 기후위기 시대에 상주시는 참 겁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 원천적으로 녹조가 피고 지난달에 밝혀졌듯이 수질 최악의 지표종 실지렁이가 득실거리는 이곳에 배를 띄우겠다는 발상을 한 자체가 어리석은 선택이라 할 수 있다.

녹조는 독(毒)이다. 녹조에는 발암물질이자 청산가리 100배 수준의 맹독인 마이크로시스틴이란 아주 위험한 물질이 들어있다. 최신 외국 연구결과에 의하면 이 녹조가 에어로졸 형태로 날아다닌다고 한다.

녹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6월부터 당장 '녹조 에어로졸'의 위험에 승객들은 노출될 수밖에 없다. 아니 이곳 경천대와 경천섬을 오가는 인파들도 녹조 에어로졸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녹조 에어로졸은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다닌다 하지 않는가.
 
수상레저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주시. 녹조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아이들이 그것을 흡입할 가능성이 높다.
 수상레저 체험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상주시. 녹조 에어로졸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아이들이 그것을 흡입할 가능성이 높다.
ⓒ 상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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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조 독의 위험성이 점점 알려지고 있는 이때 마침 수상버스를 시작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상레저 체험교실을 운영하는 상주시의 선택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6월이 시작되기 전에 서둘러 이 어리석은 프로그램은 중단시켜야 하는 이유다.

그래서 지난주 상주시에 직접 전화를 걸어 호소했다. 상주시 관광과의 담당자는 "그렇게 위험한 상황인지 몰랐다. 부서에서 의논을 한 다음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아직 아무 연락이 없고 수상버스는 매시간 운행을 계속하고 있다.

상주시의 현명한 선택을 기다린다

어리석은 선택이나 이미 배와 인력을 고용한 비용이 들어서 환경단체의 간곡한 호소에도 쉽게 중단을 결정하기 어려울 듯하다. 그리고 이곳 상주는 낙동강 보를 사수하겠다는 임이자 의원의 지역구이기고 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와서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계승 발언까지 한 곳이지 않는가.

그러나 상주시는 명심해야 한다. 임이자 의원도 윤석열 대통령도 녹조라는 독의 위험을 막아주지는 못한다. 오로지 상주시의 책임이다. 상주시는 지금 시민과 관광객들을 발암물질이 날리는 곳으로 밀어넣고 있는 것이다.

상주시가 할 선택은 180도 달라져야 한다. 녹조 독의 공포가 만연한 현실이 이러하다면 하루빨리 녹조가 사라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것은 상주보의 수문을 여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상주보의 수문을 열면 강물은 흐름을 되찾고 흐르는 강은 자정작용을 더하기 때문에 녹조는 자연스럽게 소멸될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엔 예전의 넓은 백사장이 돌아와 낙동강 제1경 경천대가 되살아날 것이다. 예전 1급수 맑은 강물이 흐르는 낙동강의 옛 모습을 다시 되찾은 그 바탕 위에서 관광사업을 다시 설계해야 한다.
 
상주보가 들어선 바로 그 자리 상공에서 촬영한 2009년 낙동강의 모습이다. 산과 들판과 강과 모래톱이 어우러진 완벽한 조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저 낮은 강으로 걸어들어가 강을 즐기는 강 문화의 복원이 절실하다.
 상주보가 들어선 바로 그 자리 상공에서 촬영한 2009년 낙동강의 모습이다. 산과 들판과 강과 모래톱이 어우러진 완벽한 조화로운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저 낮은 강으로 걸어들어가 강을 즐기는 강 문화의 복원이 절실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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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과 같은 위치에서 지난 4월 드론으로 찍은 낙동강의 모습이다. 모래톱은 다 사라지고 물만 그득한 호수의 낙동강이다. 이러니 매 여름마다 이곳에 짙은 녹조가 필 뿐인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느 강을 택해야 할 것인가? 위의 너무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낙동강이냐? 보로 막현 호수가 된, 녹조라떼 배양소 낙동강이냐? 그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위 사진과 같은 위치에서 지난 4월 드론으로 찍은 낙동강의 모습이다. 모래톱은 다 사라지고 물만 그득한 호수의 낙동강이다. 이러니 매 여름마다 이곳에 짙은 녹조가 필 뿐인 것이다. 우리는 과연 어느 강을 택해야 할 것인가? 위의 너무나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낙동강이냐? 보로 막현 호수가 된, 녹조라떼 배양소 낙동강이냐? 그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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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간직한 상주의 낙동강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아야 한다. 배를 타고 강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직접 강으로 걸어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불과 10여 전 우리 선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말이다.

배를 통해서가 아니라 내 몸을 통해서 강을 체험하고 기억하고 그것을 후대로 물려주는 아름다운 강 문화가 진실로 복원되기를 이곳 상주에서부터 희망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4년 동안 낙동강 현장을 기록하면서 4대강사업의 해악에 대해서 폭로하고 있다. 낙동강과 뭇 생명이 함께 살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는 맑고 건강한 물을 먹기 위해서는 낙동강 보위 수문부터 열어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다.


태그:#낙동강, #상주보, #경천대, #수상버스, #실지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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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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