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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괴롭힘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괴롭힘. 비단 직장 안에서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직장 안팎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의견도 몇 가지 나누어 봅니다.

2019년 7월 16일부터 근로기준법 개정안(이하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었다. 시행일 전후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기획기사, 블로그 포스팅 등이 쏟아져 나왔다. 시행 한 달 즈음하여 '직장갑질 119'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한 달 사이에 갑질 신고가 총 1844건, 그 중 괴롭힘으로 분류되는 제보가 부당한 짓 231건, 따돌림과 차별 217건, 폭행과 폭언 189건, 모욕과 명예훼손 137건, 강요 75건 등 총 1073건이었다.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제보 중 괴롭힘이 차지하는 비중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전과 비교하여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라고 한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왜 제정되어야 했나

법의 규제가 언제나 답은 아니기에 단점도 있기 마련이다. 증거부족 등으로 무죄가 선고되었을 때 일종의 면죄부가 된다거나, 규제의 범위를 피하는 교묘한 방법들이 계속해서 나타나는 등 말이다. 그러나 분명 긍정적인 효과들이 있다.

첫째는 감춰졌던 피해를 가시화한다. 이러한 피해들이 공적으로 이야기 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직장갑질 119에서 발표한 괴롭힘/갑질 대응 10계명을 보면 '내 탓이라고 생각하지 말기'가 있다. 괴롭힘의 피해자가 "내 성격이 이상한가? 정말 내가 잘못했나?"라고 생각하고 자괴감에 빠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드러나지 않았지만 괴롭힘의 문제가 사회문제일 만큼 너무나 많이 일어나고 있어"라고 말해준다.

또한 당장에 모든 사업장에서 괴롭힘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그러면 안 되는 것이 사회의 상식임을 인지시킨다. 최소한 그러한 행위가 문제가 된다는 인식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설령 직접적인 문제제기가 없다 하여도 이와 관련한 기사들이 보도되는 것만으로도 직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성찰하게 한다. 

"쟤가 나 괴롭혀"

실은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괴롭힘에 대하여 규정하기 이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괴롭힘을 규정한 것이 더 먼저이기도 하지만, '괴롭히다'라는 말은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이야기 해 본 말이다.

우리는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괴롭힘 당한다고 말하였던가. 내가 힘으로 이길 수 없는 짝꿍이 내 물건을 가져갈 때, 약점을 이용해  놀리거나 조롱할 때, 집단에서 나를 따돌릴 때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곧바로 떠올려 보면 어떤 친구가 내가 싫어하는 별명을 계속 부를 때 우리는 괴롭힘 당한다고 느꼈다. 한때는 횡행했던 '아이스케키'라는 이름의 치마를 들치는 성적괴롭힘도 있었다.

몇 년 전부터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를 따져 반에서 왕따를 시키는 것이 사회 문제가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 문제를 해소하기보다는 오히려 심화해 '휴거'('휴먼시아 거지'라는 말로 임대아파트 거주자를 비하하는 말)에 이어 다른 용어들까지 만들어지며 계속되고 있다.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이 조금 다른 생김새 때문에 괴롭힘 당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를 따져 사람을 차별하기도 한다.
 어느 아파트에 사는지를 따져 사람을 차별하기도 한다.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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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괴롭힘은 목숨까지 앗아갔다

2009년 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동성애자로 아우팅 당한 한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성적지향을 이유로 극심한 우울감에 시달릴 때까지 그는 괴롭힘 당했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또래들에게 폭행을 당하던 중 추락사하고 말았다. 이 날의 폭력 훨씬 이전부터 '다문화 학생'이라는 이유로 괴롭힘 당해왔다는 진술도 나왔다. 죽음까지 내몰린 이런 사례들은 사회 전반에 크고 작은 괴롭힘을 용인하였기 때문이다. 

일상 속에서의 괴롭힘

우리가 '괴롭힘'을 당하고 목격한 것이 직장이란 공간에서만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사회 더 많은 곳에서 이야기 되어야 한다. 다행히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으로 극강의 위계관계가 존재하는 직장이라는 특수 공간에서의 수많은 문제점이 이야기 되고 있다.

근무시간 외에 업무연락 하지 않기, 폭언하지 말기, 따돌리지 말기, 회식과 음주 강요하지 말기 등이 지침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내용이 지침으로 나와야만 방지가 된다는 것은 '그 이전엔 도대체 어떠하였길래'라는 씁쓸한 질문을 하게 만든다.

그런데 업무와 직접 연결된 내용을 제외하면 사실 우리 사회의 수많은 위계관계에 대입하여도 무관하다. 학교에서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를 예로 들수 있다. 학생보다 나이가 많고 입시에서 생활기록부가 중요한 작금의 상황에서 선생님은 학생에게 절대적인 위치에 있다.

이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많은 학교에서는 체벌이 행해지고 있다. 공론화되지 못하였던 학내 성폭력 문제는 #스쿨미투라는 이름으로 터져나오기도 하였다.

신도에 대한 성직자들의 성폭력도 마찬가지이다. 교회라는 공간에서 절대적인 위치의 목회자들도 학교에서의 선생님처럼 신도들을 괴롭혔다. 대학이라는 공간에서의 선후배 관계도 마찬가지다. 각종 친목 행사에 필참을 강요하고, 주량 이상의 혹은 원치 않는 음주를 강요하는 일, 자신의 과제를 시키는 일 등의 괴롭힘도 있다. 

즉, 직장에서 나타나는 괴롭힘의 유형들을 살펴보면 그곳에서만 일어나는 일들이 아니다. 장소와 인물의 관계를 조금만 바꾸면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다. 이 지점에서 괴롭힘에 대한 공론화가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직장에 다니지는 않지만 누구나 괴롭힘을 당할 위치에 놓일 수는 있기에 말이다.

차별의 구조를 바꾸자,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사회 전반에 나타나는 괴롭힘의 문제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 차별적 관점이 기저에 깔려 있다. 나와 다르게 생긴 이들을 배척하는 마음은 조금 다른 생김새의 다문화 가정의 친구를 놀린다. 집을 일종의 계급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집의 브랜드에 따라 일종의 등급을 나누어 따돌리는 것이 정당하다.

나보다 약자를 괴롭히는 행위들은 약자를 대하는 사회의 모습이 학습된 효과이다. 그렇기 때문에 괴롭힘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차별의 구조를 바꾸는 것이 핵심이다.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 그리고 차별금지법제정연대가 제안하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법안에 '괴롭힘'을 차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있는 이유다.

논의 공간이 마땅히 없어 그저 존재했던 많은 차별적 괴롭힘들을 사회적 논의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 차별의 구조를 평등의 구조로 바꾸기 위해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하루 빨리 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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