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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괴롭힘에 대한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괴롭힘. 비단 직장 안에서만의 문제는 아닐 것입니다. 괴롭힘에 대한 논의가 직장 안팎에서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의견도 몇 가지 나누어 봅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시행을 전후하여 직장 내 갑질로 피해를 입은 수많은 사례들이 소개되었고 지금도 고용주나 상사의 괴롭힘에 대항하여 권리를 찾기 위한 움직임은 계속 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모든 노동자가 일터에서 존중 받을 수 있도록 기본적인 약속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모든 노동자는 '모든' 노동자를 포함할까. 사회에서부터 이미 차별 받는, 기울어진 한 축에 서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일터괴롭힘을 성질 고약한 개인의 일탈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할 때 구조적으로 특히 괴롭힘에 취약한 집단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위계가 분명한 직장에서는 누구나 괴롭힘을 당할 수 있지만 사회적으로 약자인 소수자들은 특히 쉽게 표적이 될 수 있다. 일터괴롭힘은 직장에서의 위계와 권력구조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들이 처한 차별적 조건과 그에 따른 괴롭힘의 맥락에서도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말투와 몸짓이 불편하니 나가달라'

화장품 판매사원으로 취업했던 성소수자 A의 이야기다. 화장품 판매직은 평소 A가 꿈에 그리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 꿈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깨졌다. 취업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료들은 A가 게이 같다고 수군대며 멀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점장이 A를 조용히 불러내어 고객들이 A의 말투와 몸짓을 불편해 한다며 고칠 수 있느냐고 물었다. A는 말문이 턱 막혔다. 잠시 후 점장은 자기는 계속 같이 일하고 싶으나 고객들 불만이 심각해서 어쩔 수 없다며 사직을 권고했다.

차별적 사회에서는 차별이 정당화되기 쉽다. 고객들이 좋아하지 않아서, 사내 분위기를 해칠 염려가 있어서, 계약직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말 아래에는 수없이 많은 차별의 타래들이 뻗어 있다. 차별 받고도 피해를 호소할 장치는 없고 사회기반이 약한 틈은 그런 대우를 당해도 괜찮은 사람으로 취급 당하도록 한다. 더욱이 이런 조건에서는 차별에 따른 괴롭힘도 흔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투리 억양 고치려고 학원 수강까지

내 고등학교 동창인 B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모임에서 사투리 억양을 고치기 위해 학원을 다니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B가 처음 취업한 회사의 사장은 거래처에서 B의 억양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전화업무와 거래처 응대에서 배제했다.

B는 억울한 심정이었지만 항변하지 못했다. 학교 다닐 때부터 비슷한 말들을 무수히 들어온 터라 대단히 낯선 경험도 아니었다. B를 좌절시킨 것은 동료들의 반응이었다. 동료 중 누구도 사장의 처우가 부당하다고 말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래처 끊기면 안 되니까, 수익 떨어지면 누가 책임지나, 같은 말로 책임을 B에게 돌리거나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였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동료들은 점차 B를 무시하거나 따돌리기 시작했다. 사투리 억양을 따라 하거나 B의 출신지역을 비하하고, 왜 아직 사투리를 고치지 못했는지 업무에 임하는 태도에 성의가 없다며 수시로 핀잔을 주었다. 견디다 못한 B는 결국 사표를 쓸 수밖에 없었다.

사투리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B에 대해 적대적인 분위기를 형성했고 동료들이 B를 차별하고 괴롭히는 데 전혀 거리낌이 없도록 만들었다. 그로 인해 B는 직장을 잃었고 사투리를 고치지 않는 한 직장생활이 어려울 것이란 좌절감에 오랫동안 빠져 있었다.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물벼락 갑질' 논란 이후 직장갑질119에는 직장 내 폭행 제보가 급증하고 있다.
ⓒ Lukas from 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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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들은 차별 받아도 된다는 인식

학력이 곧 능력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외모와 출신지역이 중요한 요소가 되고 고용형태에 따라 너와 나를 구분하는 일터에서는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소수자를 배제하고 적대적인 환경을 만들기가 너무도 쉽다.

어떤 이들은 차별 받아도 된다는 인식, 그에 따라 소수자에 대한 괴롭힘을 익숙하게 여기는 풍토는 차별적 괴롭힘을 정당화하고 이는 직장이라는 위계와 권력구조 안에서 직장 내 괴롭힘을 더욱 강화한다.

실제로 직장갑질 119에 제보된 대부분의 사례들이 성별, 나이, 학력, 임신 및 출산, 출신지역, 고용형태 등 차별금지 사유를 이유로 발생했다. "고졸이랑 다를 바가 없다" "제시간에 퇴근을 못하는 것은 너희가 능력이 없어서 그렇다"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을 하셔야지"와 같은 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발언들.

육아휴직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나 계약직이라는 이유로 과도한 업무를 분담하게 하는 갑질 사례들이 차고 넘친다. '아우팅' 협박에 시달리는 성소수자나 노예계약에 매일 수밖에 없는 미등록 체류 이주노동자들에게처럼 사회에서 취약한 부분을 약점 삼아 악의적인 괴롭힘, 노골적인 폭력도 다반사다. 이렇게 괴롭힘이 횡행한데 채용공고에는 '가족 같은 분위기'란 소개가 올라온다. 거기에 과연 소수자가 낄 자리는 있는가.

지난 6월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일터에서의 괴롭힘 금지 협약을 채택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근로기준법 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으로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에 대한 기대 한편으로 괴롭힘 금지를 위한 보다 실질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무엇보다 괴롭힘 금지법 외에 괴롭힘을 일으키는 차별을 규율할 수 있는 법제가 마련되어야 함은 명백하다. 차별에 대한 규정 없이는 어떠한 괴롭힘 금지법이 마련되어도 반쪽 짜리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차별에 대한 명확한 규정과 규율 없이 차별적 괴롭힘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차별적 괴롭힘에 대한 이해와 진단 없이는 일터에서의 괴롭힘을 제대로 근절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나라에서는 차별금지법을 통해 차별적 괴롭힘을 규율하고 있다. 이를 통해 차별금지 사유로 인한 괴롭힘이 노동자의 고용조건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를 밝히고 금지행위로써 차별적 괴롭힘을 분명히 규제한다. 우리에게도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모든 노동자들이 제대로 인간답게 존중 받으며 일할 권리를 약속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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