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입장하는 이해찬-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입장하는 이해찬-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더불어민주당이 21일 아주 '기묘한' 선거제도 방안을 발표했다.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유지하고, 현재 253개인 지역구를 200개로 줄이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결여된 방안이지만, 그 부분은 현실성 문제이니 논외로 하겠다.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100% 받아들일 수는 없다면서, 준연동-복합연동-보정연동이라는 세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이 세 가지 방식은 세계에서 예를 찾기 어려운 방식이다. 전세계의 선거제도는 크게 보면 다수대표제(소선거구제)와 비례대표제로 나눌 수 있다. 다수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여러 후보들이 나와서, 그중 1등을 한 사람이 당선되는 방식이다. 그리고 비례대표제는 정당이 얻은 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그 사이에 있는 혼합형이라는 제도가 있지만, 이 혼합형도 결국 다수대표제에 속하는 혼합형(혼합형 다수대표제 또는 병립형)과 비례대표제에 속하는 혼합형으로 나뉜다.

지금 우리나라는 다수대표제에 속하는 혼합형제도이다. 253명은 지역구에서 다수대표제로 뽑고, 겨우 47명만 비례대표라고 해서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한다. 결국 선거에서의 승패는 253명의 지역구 선거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비례대표는 장식품 수준에 불과한 방식이다.

이 제도를 비례대표제로 바꾸자는 것이 선거제도 개혁논의의 핵심이다. 비례대표제 선거제도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다양한 투표방식이 있다. 아예 지역구 선거를 하지 않는 비례대표제 방식도 존재한다.

독일·뉴질랜드가 실행하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방식
 
 국회의사당 전경.
 국회의사당 전경.
ⓒ 김지현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당장 지역구 선거를 없애기는 어렵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독일과 뉴질랜드가 택하고 있는 방식이 제안돼 왔다. 최근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불리는 방식이 바로 그것이다. 이 방식은 지금처럼 지역구후보에게 1표, 정당에게 1표를 찍는다. 다만 표를 계산하는 방법만 바뀐다고 생각하면 된다.

1단계로는 정당투표만 계산해서 각 정당이 얻은 정당득표율대로 전체 국회의석을 배분한다. 가령 전체 의석이 300석인데 A정당이 30%를 득표하면 90석을 배분받는 것이다.

그리고 2단계로 각 정당의 지역구 당선자를 계산해서, 앞서 배분받은 전체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다. 가령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70명이 나왔으면, 전체 배분받은 90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70명을 빼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남은 20석을 그 정당의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 독일과 뉴질랜드가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리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도 이와 유사한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 방식이 2015년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제안한 방식이다. 그리고 민주당의 소병훈, 김상희, 박주민 의원도 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법안으로 대표발의했다.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내용도 법안에 포함돼 있었다. 김상희 의원은 국회의원정수를 345명으로, 박주민 의원은 370명 선으로 늘리는 것을 제안했다. 모두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들이었다.

민주당, 모든 것을 뒤엎다  
 
 왼쪽부터 민주당 소병훈, 김상희, 박주민 의원. 이 세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반영한 법안을 발의했다.
 왼쪽부터 민주당 소병훈, 김상희, 박주민 의원. 이 세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반영한 법안을 발의했다.
ⓒ 오마이뉴스

관련사진보기

 
그런데 21일 발표된 민주당의 방안은 이 모든 것을 뒤엎은 것이다. 준연동이니 복합연동, 보정연동이니 하는 것은 모두 '정당득표율에 따라 전체 의석을 배분한다'는 비례성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복합연동, 보정연동은 지역구 투표의 결과를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도 활용한다는 것이어서, 지역구 1표, 정당비례대표 1표를 투표하는 1인 2표제의 취지에도 어긋난다.
  
민주당이 제안한 '이상한' 선거제도를 택한 국가는 세계적으로도 찾기가 어렵다. 굳이 비슷한 방식이라도 채택한 사례를 찾는다면 민주당이 주장하는 복합연동 방식과 유사한 사례로 헝가리 정도가 있다.

지금 독재화의 길을 걷고 있는 헝가리는 2012년에 바꾼 선거제도에서 지역구 투표결과(지역구에 발생한 사표)를 정당 비례대표 투표결과와 합쳐서 비례대표 의석 배분에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나쁜 선거제도의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왜 민주당이 독일, 뉴질랜드를 배우지 않고, 헝가리를 배우려는지 알 수 없다. 독일, 뉴질랜드가 택하고 있는 방식은 세계적으로 선거제도를 개혁하려는 많은 국가와 지역에서 참고하고 있는 방식이다.

그래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2015년 2월에 이 방식을 제안했던 것이다. 선거관리를 전담하는 헌법기관에서 제안한 방식이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에 빠져서 머리를 짜낸 '이상한' 방식보다 더 타당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게다가 자기 당의 개혁적인 국회의원들이 대표발의한 법안조차도 무시하고 이상한 방안을 꺼내놓는 것도 말이 안 된다. 요즘 민주당 일각에서는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한국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렇다면 법안을 발의한 자기 정당의 소병훈, 김상희, 박주민 의원은 뭐가 되는가?

길게 얘기하는 것도 구차하다. 21일 발표된 민주당의 이상한 세 가지 방안(준연동, 복합연동, 보정연동)은 당장 철회돼야 한다.

댓글4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