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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에서 강연하는 녹색당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
▲ 고려대에서 강연하는 녹색당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 고려대에서 강연하는 녹색당 신지예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
ⓒ 고려대 인권주간 강연 신청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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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서울시장 선거 당시 '선거 벽보 훼손'으로 고초를 겪은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가 또 훼손됐다.

'2018 고려대학교 인권주간(이하 인권주간)'을 맞아 2일 오후 7시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신지예 녹색당 운영위원장의 강연이 열리는 가운데, 이를 홍보하기 위해 학생들이 붙여둔 포스터 2장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이날 강연 연사로 섭외된 신지예 위원장은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페미니스트 정치'를 표방하며 서울시장에 도전했다. '페미니스트 서울시장'이라고 적힌 신지예 당시 녹색당 서울시장의 선거벽보는 비닐이 찢기거나 담뱃불로 눈이 지져지는 등 훼손되는 경우가 잦았다. 서울 전역에서 27건의 훼손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사회 '페미니즘 백래시(반격)' 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거론되곤 했다. 이 이야기를 다룬 <세상을 바꾼 벽보: 녹색당 신지예와 선거 포스터>라는 책도 나왔다.

그런 신지예 위원장의 포스터가 또 훼손된 것. 이번에는 강연 포스터다. 신지예 위원장의 강연을 주최하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포스터 15장 정도를 인문캠퍼스 곳곳에 붙였는데, 법대와 문과대를 이어주는 일명 '다람쥐길' 게시판에 있던 포스터가 지난 1일 훼손된 데 이어 2일 오전 10시 55분쯤 정경대 후문 게시판에 있던 포스터도 없어졌다.
 
고려대 인권주간 행사에서 강연하는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가 2일 뜯겨진 것이 발견됐다.
▲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강연 포스터가 뜯겨 나간 자리 고려대 인권주간 행사에서 강연하는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가 2일 뜯겨진 것이 발견됐다.
ⓒ 고려대 최아무개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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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주간을 주최하는 학생들은 누군가가 훼손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고려대 김민주 인권연대국장(23)은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자보는 비오면 젖어 바람에 뜯기는 경우가 있다"라며 "포스터는 그보다 두꺼운 재질이고 바람에 뜯겼다면 덜렁덜렁 붙어 있어야 하는데 아예 없어졌다"라고 했다.

이번 강연을 주최하는 고려대학교 생활도서관 최아무개(22) 위원도 "성소수자 동아리가 건 현수막이나 시의성 있는 사건 중 여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주제의 대자보가 공격받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라며 "그때마다 바람에 의해 찢긴 건지 확인한다"라고 했다. 그는 "대자보 사이즈가 크기 때문에 바람이 세게 불면 중앙 부분이 찢겨 나가는 경우가 있다"라며 "하지만 이번에는 그보다 작은 크기의 포스터이고 주변 대자보도 멀쩡했다"라고 했다.

최 위원은 "대자보와 포스터를 허용된 게시판에 붙였고 학생회에서 주기적으로 관리하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 제거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누가 훼손했는지 알아보려고 정경대 후문 게시판 부근 CCTV를 봤으나, 포스터가 있던 게시판쪽은 CCTV에 잡히지 않아 당시 상황을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인권주간 행사 중 포스터가 찢긴 것은 신지예 위원장이 처음이라고 한다. 최 위원은 "전형적인 페미니즘 백래시(반발)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최 위원은 "학교 커뮤니티나 커뮤니티로 활용되는 '에브리타임'에 지난달 11일쯤 강연 포스터를 올렸다"라며 "혹시라도 혐오표현이나 반발 등이 있을까 주시했는데 크게 없었다"라고 했다.

약 2주간 잠잠하던 상황이 급반전 된 것은 지난달 31일이라고 했다. 그는 "교지에서 은하선 작가를 불러 좌담회를 진행했다"라며 "그 후 '연세대와 서강대에서는 은하선 작가의 강연을 저지했는데 우리는 그렇게 하지 못 했다'는 게시글 등이 커뮤니티에 많이 올라 왔다"라고 했다. 그는 "그와 동시에 신지예 위원장의 강연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라며 "학생회비로 왜 저런 강연을 하냐부터 신지예 위원장이 이런저런 잘못을 했다는 식의 반응이 올라 왔다"라고 말했다.
 
고려대 인권주간 행사에서 강연하는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가 2일 뜯겨진 것이 발견됐다. 강연을 주관하는 학생들이 그 자리에 붙인 대자보.
▲ 뜯겨나간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포스터 자리에 붙인 대자보 고려대 인권주간 행사에서 강연하는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의 포스터가 2일 뜯겨진 것이 발견됐다. 강연을 주관하는 학생들이 그 자리에 붙인 대자보.
ⓒ 고려대 최아무개 학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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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포스터가 사라진 정경대 후문 게시판 자리에 '신지예 강연회'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재한 상태다. 대자보는 '강연회 포스터를 도난/훼손하신 학우께서는 여분의 포스터가 있으니 오늘 7시 학생회관 생활도서관을 찾아주시기 바란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최씨는 "일상적인 혐오와 백래시에 대해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건 실질적인 효과가 없더라"라며 "차라리 약간의 위트를 담자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그는 "여분의 포스터가 있으니 와서 가져가는 김에 관련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주장이나 생각을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며 "대화하자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소식을 접한 신지예 녹색당 위원장은 여성 혐오의 맥락이 있다고 했다. 신 위원장은 "다양한 요인이 있겠지만 남성 집단이 가지고 있는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오프라인에서 (페미니즘을 담고 있는) 이미지 훼손을 통해 해소하고자 하는 것 같다"라며 "역사적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사회적으로 두각을 드러내면 백래시가 있었다"라고 했다.

신 위원장은 이어 "우리 사회는 각자 개인의 사상과 신념을 존중하는 민주주의 사회다"라며 "나와 다르다고 해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것은 시민성이 결여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신 위원장은 "학문을 하고 진리를 추구하며 성숙한 시민을 길러내는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진지하게 고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고려대학교 총학생회가 주관하는 인권주간은 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해 학내외 인권동아리와 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다. 퀴즈, 강연, 영화 상영회 등이 행사기간 동안 이뤄진다. 2018 인권주간은 지난달 29일부터 2일까지 열린다.

태그:#신지예 , #포스터 훼손, #페미니즘 , #페미니즘 백래시, #선거 벽보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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