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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외포항수산시장은 새우젓갈 시장으로 유명하다
▲ 강화새우젓 강화외포항수산시장은 새우젓갈 시장으로 유명하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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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김장철이다. 김장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젓갈이다. 김장 젓갈하면 또 새우젓이다. 새우젓하면 어디? 바로 강화도다.

"이번 주에 젓갈 사러 가자꾸나, 이제 김장해야지."
"어디로 갈까?"
"가까운 강화도로 가지 뭐. 젓갈도 사고, 꽃게철이니 꽃게탕도 먹고, 간만에 보문사도 다녀오자. 거기 석모대교가 생겨 배 안 타고도 갈 수 있다며?"


강화젓갈시장
  
김장철을 맞아 새우젓을 사러 나온 사람들
▲ 강화외포항수산시장 김장철을 맞아 새우젓을 사러 나온 사람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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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버스에서 우르르 사람들이 내린다. 옆의 봉고차에서도 대여섯 명의 주부들이 내린다. 좁지 않은 정포항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가득하다. 주차장 한 켠에서는 트로트가 흘러나오고 연신 호박엿을 사라는 외침이 들려온다.

강화 외포리 수산시장은 강경, 곰소 젓갈 시장에 비해 한참 규모가 작지만 꾸준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특히 김장철이면 생새우나 새우젓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가을 이맘 때쯤이면 산란을 위해 모여든 젓새우들이 가득해 강화앞바다는 물 반 새우 반이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강화도는 국내 최대 새우젓 산지이다. 우리나라 새우젓의 80%가 강화도에서 생산된다. 강화 앞바다로 합류하는 임진강과 예성강, 한강을 통해 유입되는 내륙의 풍부한 영양분을 섭취한 강화새우젓갈은 감칠맛이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종류도 이름도 다양한 새우젓
  
새우젓으로 유명한 외포수산시장, 통이 터져 타가라 젓갈을 담는 주인장
▲ 외포항수산시장 새우젓으로 유명한 외포수산시장, 통이 터져 타가라 젓갈을 담는 주인장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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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우를 20~40%의 암염으로 혼합해 염장한 다음 숙성시켜 만든 새우젓은 그 종류와 담근 시기에 따라 이름과 쓰임새가 다르다.

자하젓과 새하젓은 다른 새우에 비해 작고 붉은 색을 띠며 5~6월, 9~10월 사이에 잡힌다. 주로 돼지고기 요리, 해장국이나 콩나물국같은 국요리, 김치 담글 때 사용한다.

데떼기젓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새우로 몸체가 크고 각질이 두껍다. 봄에서 가을까지 가장 흔하게 잡힌다. 주로 김치 담글 때 사용된다.

이 외에도 이른 봄 잠시 잡히는 곤쟁이젓과 겨울에 잠시 나오는 깨끗하고 흰 빛깔을 지닌 동백하젓이 있다. 곤쟁이젓은 물에 쪄서 먹거나 비벼서 먹기도 한다. 동백하젓은 바다 환경오염으로 수년 전부터 거의 잡히지 않는다고 한다.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데 5월에 담근 새우젓은 오젓, 음력 5-6월에 담근 육젓, 가을에 담근 추젓, 겨울에 담근 동백하젓이라 부른다. 오젓과 추젓은 반찬용, 김치 담글 때, 돼지고기 편육 등을 먹을 때 사용한다. 육젓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식감도 좋고 맛이 좋아 새우젓 중에 최고로 치며 값도 가장 비싸다.

여기저기서 흥정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생새우 한 말하고 새우젓 한 말씩 줘요. 얼마씩 해요?"
"1킬로에 *만원씩이에요. 생새우나 새우젓이나 값은 같아요."
"조금만 깎아줘요. 서비스도 좀 줘요~"
"아이고 알았어요~ "


뚜껑이 닫히지 않을 정도로 꾹꾹 눌러 담는 주인장들의 후한 인심에 손님들도 기분좋게 흥정을 이어간다.
 
새우젓 이외에도 밴댕이젓, 명란젓, 낙지젓과 마른새우 등 다양하다.
▲ 강화외항항수산시장 새우젓 이외에도 밴댕이젓, 명란젓, 낙지젓과 마른새우 등 다양하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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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생각지도 않았던 반찬용 젓갈을 담았다.

"탕탕이도 맛있어요."

아주머니가 한마디 거든다.

"탕탕이? 그게 뭐예요?"
"아, 낙지젓을 잘게 썰어서 양념한 건데 밥에 비벼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따끈한 밥에 탕탕이 올려서 김에 싸 먹으면 진짜 맛있어요."
 

맛을 보니 별로 짜지도 않고 감칠맛이 그만이다. '탕탕이'만 있으면 밥 한공기는 순식간에 뚝딱 해치울 것 같다.

생새우, 새우젓, 반찬용 젓갈을 양손에 가득 들고 나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벌써 김장까지 다 해치운 것 같처럼 홀가분하고 든든하다.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이지만  속속 도착하는 새로운 손님들과  포구에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로 시장 주변은 활기가 넘친다.
  
한창 제철이니 꽃게탕
▲ 강화 꽃게탕 한창 제철이니 꽃게탕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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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도 봤으니 점심을 먹을 차례다. 강화도에까지 한참 제철인 꽃게탕을 먹지 않을 수 없다. 꽃게탕으로 유명한 'ㅇㅇㅇ 식당'으로 갔다.

소문대로 싱싱한 꽃게의 포실포실 하얀 속살과 충청도식 꽃게탕 국물맛이 일품이다. 걸쭉하고 텁텁한 듯한 국물 맛이 은근 중독성이 강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석모도 보문사
 
칠면초가 뒤덮인 강화갯벌
▲ 강화해변의 칠면초 칠면초가 뒤덮인 강화갯벌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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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머루해변 방향 해변가에는 하얗게 흔들리는 갈대숲 사이로 마젠타 빛깔의 칠면초 갯벌이 펼쳐진다. 말로만 듣던 칠면초군락이다. 철마다 칠면조처럼 색이 변한다하여 칠면초라 불린다. 검회색 갯벌에 자홍색 꽃가루를 뿌려 놓은 듯한 풍경이 이국적이다. 

바다 너머에는 섬들이 떠있고, 갯벌에는 S자 모양의 실개울이 흐른다. 갯지렁이, 게, 가재 같은 바다 생명들이 숨이라도 쉬는지 숨구멍이 연신 벌렁댄다. 보이지는 않지만 갯벌속에서도 치열한 생명활동이 진행 중이다. 바람과 정적이 만들어내는 비현실적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잠시 머물다 다시 보문사로 향한다.
  
칠면초 가득한 강화갯벌
▲ 강화갯벌 칠면초 가득한 강화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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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 개통된 석모대교 덕분에 민머루해변에서 보문사 주차장까지는 10분이면 도착한다. 대신 갑판에서 갈매기 떼에게 새우깡을 던져주던 재미도, 먹이를 쫓는 현란한 새들의 몸짓도 모두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풍경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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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화 민머루해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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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 들머리길은 급격한 오르막 경사길이다. 중반쯤 올라 한숨 돌릴 겸 멈춰서서 뒤를 돌아보니 잔잔한 강화바다가 보문사의 앞마당처럼 펼쳐진다. 보문사 일주문과 솔숲이 어우러진 바다 풍경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사람들은 헐떡거리던 숨도 멈추고 셔터 누르기에 바쁘다.
  
신라 시대 때 창건된 보문사의 진신사리탑과 오백나한전
▲ 강화보문사 오백나한전 신라 시대 때 창건된 보문사의 진신사리탑과 오백나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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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군 석모도 낙가산에 위치한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4년(635년)에 회정대사가 창건하였다. 649년 진덕여왕때 어부들이 불상과 미륵보살 등 22구의 석상을 바다에서 건져내어 천연석굴 법당안에 봉안하여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양양 낙산사, 금산 보리암과 함께 3대 해상 관음기도 도량이다.

 
신라 시대때 창건된 보문사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 보문사 신라 시대때 창건된 보문사에도 단풍이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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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문사는 가파른 산을 깍고 터를 닦아 앉힌 절집이다. 진신사리가 모셔져 있는 33관세음보살과 오백 나한상, 3천개의 옥불상이 모셔져 있는 극락보전, 석굴사원, 와불전, 마애관세음보살상, 눈썹 바위 등이 유명하다. 일직선 상에 놓인 전각이 하나도 없다. 등산하듯 경사길과 계단길을 올라야 한다.  덕분에 경내 어디서나 바다를 품은 근사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제 뱃시간 때문에 발을 동동 구를 필요도 없으니 낙조가 아름다운 날은 오래도록 보문사에 머물러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 석모도를  빠져나온다. 
 
신라시대 때 창건된 보문사는 오래된 나무와 낙조가 아름답다.
▲ 강화보문사  신라시대 때 창건된 보문사는 오래된 나무와 낙조가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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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모도를 한바퀴 돌아 석모대교를 건너 집으로 향하는 길- 차 트렁크 안의 새우젓으로 강화여행의 아쉬움을 달랜다. 

덧붙이는 글 | 2018년 10월 23일 다녀왔습니다.


태그:#강화젓갈여행, #강화여행, #외포항수산시장, #강회새우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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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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