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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화정면 '하화도' 일명 '아름다운 꽃섬'이 여수 봄 여행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일 년 내내 꽃으로 뒤덮여 있다는 전설과 함께 말이다.
  
하화도 남끝 전망대
▲ 아름다운 꽃섬 " 하화도" 하화도 남끝 전망대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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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9일 백야도 '백야 선착장'에서 하화도행 배에 올랐다. 뱃길로 50분 거리다. 출발을 알리는 고동이 울려 퍼졌다. 뱃고동 소리는 여행객에게 안도감과 설렘을 동시에 안겨 준다. 무사히 수속을 마치고 배에 올랐다는 안도감. 그리고 새로운 땅으로의 여행이 막 시작되었다는 설렘. 누군가에는 이별의 아픔까지. 서서히 배가 미끄러지듯 선착장을 빠져나간다. 백야 선착장을 떠난 배는 제도와 화산, 여석을 거쳐 하화도에 도착하게 된다.

15분쯤 지나자 배가 '덜덜덜' 떨리며 뱃머리를 돌려 꽁지를 선착장에 갖다 붙인다. 첫 경유지인 '제도'에 도착한 것이다. 내리고 타는 사람은 주민으로 보이는 한두 명. 하루 한두 번 오가는 이 배가 그들에게는 유일한 외부와의 연결선인 셈이다.

바다에 고독하게 떠 있는 섬들은 제각각 작은 '왕국'이다. 땅의 생김새부터 기후와 식생, 사람 사는 모습이 비슷한 듯 모두 다르다. 섬 여행은 '신세계'로의 여행이다. 때문에 늘 설렌다. 여정이 고달파도 배에 몸을 싣는 이유이다.

다시 출발한 배 꽁무니 뒤로 백야가 점점 멀어져 간다. 바다에 밥알처럼 무수한 섬들이 동동 떠 있다. 이름이 알려진 섬도 있고 이름도 없이 '무인도'로 기억되는 섬들도 많다. 사람 사는 세상과 같다. 그래서 섬들을 보고 있노라면 애잔하다.

도착. "아이고 오셨는가" 하화도가 반갑게 인사말을 건넨다. 그 말에는 '먼 길 오느라 고생'한 여행자들을 위로하는 하화 도민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섬에는 눈부신 남녘의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해안가를 따라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 파란색, 주황색 지붕들. 반짝이는 바닷물… 윤슬이라 한다던가. 하화도의 보이는 모든 것이 꽃처럼 고왔다.

임금님 수라상 부럽지 않은 백반 정식

섬 구경을 하기 전에 허기를 좀 달래야 했다. 선착장에서부터 골목길을 따라 식당 겸 민박을 겸하는 곳들이 눈에 띄었다. 처음 들어간 식당에서는 보기 좋게 퇴짜 맞았다. 1인분은 안 된다는 것이다. '홀로 여행'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몇 번을 '문전박대'당한 끝에 드디어 1인분도 주문을 받아주는 곳을 찾았다. 마침 가족 여행객이 있어 함께 주문을 받아 준 것이다. 운이 좋았다. 
 
하화도에서 맛본 백반정식 한 상
▲ 하화도 백반정식 하화도에서 맛본 백반정식 한 상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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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내 꽝꽝 얼어붙었다 노글노글해진 땅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제철 먹거리로 차려 낸 밥상만 한 것이 있을까. 밥 쟁반을 내려놓기도 전에 고소한 들기름 냄새에 코가 간질거린다. 들기름 넉넉하게 두르고 금방 무쳐 나온 나물 4종 세트는 보기만 해도 봄기운이 가득하다. 파래, 파김치, 부추 나물, 방풍 나물…푸릇푸릇 색도 참 곱다.

하화도의 특산품인 부추나물과 금오도에서 많이 자라는 방풍나물, 파래 나물은 몇 년 만에 보는 것인지… 아삭아삭 달콤한 매실 장아찌가 입맛을 돋운다. 엄지손가락만 한 홍합이 듬뿍 들어간 미역국과 노릇노릇 바삭하게 구워진 서대구이까지. 단돈 만 원. 여수라서 가능한 밥상이다.

처음 먹어보는 서대구이는 쫄깃하고 비린내도 전혀 없었다. 싱싱한 서대회는 '여수 10미'에 속할 정도로 맛이 좋다고 하는데, 해풍에 꼬득꼬득하게 말린 서대구이도 별미 중 별미였다. '개도 막걸리'도 한 병 주문했다. 한정식 한 상에 막걸리까지. 밥만 먹고 다시 배를 타야 한 대도 전혀 아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푸짐한 밥상이었다.

마실길처럼 편안한 남끝 전망대

식당에서 나와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섬 구경에 나섰다. 안내판을 보니 남끝전망대, 시짓골전망대, 막산전망대, 꽃섬다리가 주 볼거리이다.

'남끝전망대'로 향한다. 길을 따라 때 이른 유채와 붉은색 동백이 곳곳에 탐스럽게 피었다. 하화도의 동백은 화창한 봄볕 때문인지 밝고 해맑게 보였다. 
 
하화도의 동백은 밝고 해맑다
▲ 하화도에서 만난 동백 하화도의 동백은 밝고 해맑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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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을 따라 난 길은 평탄해서 동네 마실 길처럼 편했다. 배도 부르고 옅은 하늘색 바닷물과 살랑대는 봄바람에 발걸음은 날아갈 듯 가볍다. 정자를 지나고 목책 길을 지나니 탁 트인 바다가 나온다. 하화도 남쪽의 끝 바다다.

'하화도' 포토존도 있었다. 건너편에서는 거북이 한 마리가 막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가슴팍에서 뻗어나는 팔은 땅을 짚고 밀어내기를 하고 있었다. 하화도 남쪽 끝은 영락없이 거북이 등에 올라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남끝 전망대 전경
▲ 하화도  남끝 전망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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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샛노란 유채꽃밭이 펼쳐진다. 노랗게 흔들리는 꽃대 사이로 빨간색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무덤들. 마을 주민에게 물으니 나주 임씨의 선산이란다. 하화도에 처음 입도한 사람은 안동 장씨. 임진왜란 때 피난을 가던 안동 장씨가 섬에 동백꽃과 섬모초(구절초)가 우거져 있는 것을 보고 은신하기 좋아 정착했다고 한다. 그 후 파평 윤씨, 나주 임씨, 김해 김씨 등이 입도하여 마을을 이루었다.
 
하화도 남끝 전망대 유채꽃 군락지.
▲ 여수 하화도 하화도 남끝 전망대 유채꽃 군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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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채꽃밭 아래쪽에 바다로 난 데크길이 있어 내려가니 해안 절벽이다. 마당처럼 넓게 펼쳐진 검은색 바위 표면은 기계로 뚫은 듯 일정한 모양의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기도 하고 연필 자루처럼 반듯하게 잘려나가기도 했다. 케이크를 잘라 놓은 듯 정확하게 6등분 되어 있는 바위도 보였다. '시간과 파도와 바람이 빚은 위대한 조각 작품'. 상투적이지만 달리 무슨 표현이 있으랴.

시짓골 전망대
  
하화도 바다 거북바위
▲ 하화도 하화도 바다 거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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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짓골 전망대로 내려가는 길은 나무 계단이 설치되어 있지만 급한 경사길을 따라 한참 내려가야 한다. '남끝전망대'에서 봤던 거북 바위가 있는 곳이다. 거북이 등껍질과 팔 가죽의 질감까지 느껴지는 듯하다. 부드럽게 일렁이던 바다가 일순 한껏 힘을 모아 바위를 후려친다. '철썩' 소리가 나면서 바다가 하얗게 부서진다. 잘게 부서진 바다는 맥없이 바위로 쓰러진다. 수 억, 수십 억년을 반복해 온 동작일 것이다.

하화도 꽃섬다리
  
꽃보다 아름다운 하화도 할매들
▲ 하화도 주민들 꽃보다 아름다운 하화도 할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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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섬다리도 갔다 왔어?"

배 시간에 맞춰 급하게 선착장으로 향하는데 아까 길에서 마주쳤던 할머니를 다시 만났다.

"아니요. 못 갔어요."
"아이고. 거기가 젤로 멋진 곳인데. 다리도 있고."
"할머니 쑥 뜯고 계셨나 봐요?"
"응 저기 넘어가면 쑥이 말도 못 하게 많아. 다음에 쑥 뜯으러 또 와."


밥 먹고, 바위에서 놀고 할머니들과 노닥거리느라 정작 제일 멋있다는 곳을 놓친 셈이다. 그러면 또 어떠랴 싶다.

남들 한 시간이면 끝나는 하화도 탐방은 세 시간도 부족해 미완으로 남았다. 그럼에도 '하화도'가 준 감동의 크기는 결코 작지 않았다. 정감 어린 환영 인사와 푸짐한 밥상, 서글서글한 마을 사람들, 육지보다 한 달이나 일찍 만났던 유채 그리고 바다로 나아가는 거북 바위까지. 하화도에서 만난 모든 것이 '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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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준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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