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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직후 인천국제공항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라고 약속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밝힌 현 정부의 첫 노동정책으로 그 메시지는 매우 강력 했습니다.

이후 각 정부부처와 공공기관들은 일제히 실행방안 검토에 나섰고, 실제로 각 정부부처에서는 그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나 외주용역업체 소속 노동자의 형태로 근무했던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직접 고용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각 공공기관에서도 별도의 채용절차를 거쳐 기존 비정규직 노동자를 무기계약직 형태로 전환하거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작업을 실시했거나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 메시지가 강한만큼 그 실행에 있어서의 부작용 또한 크다는 것이 현장의 반응입니다. 특히 각 공공기관에서는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 문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방식 문제 등에서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때문에 정부부처와 달리 공공기관에서의 비정규직 제로화는 매우 더디게 진행되고 있으며, 사실상 한계에 봉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대부분의 공공기관에서 비정규직 중 일부를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그동안 비정규직에 맡겼던 업무를 재배치하는 방법 등으로 신규채용을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직접고용하는 방식 대신 인력을 파견하는 별도의 자회사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렇듯 현재와 같은 상태라면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화는 실패한 정책으로 남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이미 대통령 임기 2년차가 저물어 가고 있는 상태에서 레임덕이 시작되는 집권 4년차까지 1년 남짓 남은 것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지금까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은 곳들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버티기에 들어간다면 사실상 강제할 수단도 마땅치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비정규직이 본격적으로 양산되기 시작한 IMF 외환위기 이후 2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비정규직 제로화를 강제한다는 것이 무리였을지 모릅니다. 이미 우리 경제체제나 사회구조가 비정규직이나 외부위탁, 파견근로 등에 적응된 상태에서 채용형태를 20년 전으로 단기간에 되돌린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비정규직을 없애면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이 오히려 신규고용을 저해하고 경제성장을 둔화시키는 형태로 되돌아 올 것이라는 것을 너무 간과 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당초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초점을 처우개선에 두었다면 보다 수훨하게, 그리고 큰 부작용 없이 목표한 바를 이룰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들어 관련법을 개정하여 비정규직의 최저임금을 정규직보다 높게 설정하여 시장원리에 따라 비정규직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하고 비정규직 양산을 막는 방식이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세제 혜택을 강화하여 부담을 덜어주는 방법 등을 보다 유연한 정책대안으로 검토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정부의 노동정책 방향과 국민들의 바람이 실현되기 위해서도 일정부분 비정규직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일괄적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정책에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직 현 정부가 들어선지 2년차 이지만 대통령이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이 한계에 직면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남은 임기동안은 보다 유연한 정책으로 현장의 어수선함을 최소화하여 물 흐르듯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고 여러 노동정책 사이에 유기적인 변화가 이루어지길 기대합니다. 

태그:#비정규직, #비정규직 제로화, #정규직 전환, #공공부문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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