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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가가 없는 계곡의 물로 이루어진 호수임에도 "녹조"가 대량 발생하였다.
▲ 도시 변두리 호수의 남세균 대 발생 인가가 없는 계곡의 물로 이루어진 호수임에도 "녹조"가 대량 발생하였다.
ⓒ 양시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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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이후,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되자 강과 호수에는 속칭 "녹조"라 불리는 남세균(cyanobacteria, 옛 이름; 남조류)이 창궐하여 진한 청록색의 "녹조라떼"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세상은 더위에 지친 듯 조용하다.

최근 수년 동안 해마다 "녹조" 발생 원인과 대책에 대한 회의와 의견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4대강의 경우 수문을 개방한 몇몇 곳들을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나 "녹조"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더 깊어져 가고만 있는 실정이다.

무릇 문제 해결에 있어서 첩경은 정확한 원인의 파악에 있다고 할 것이다. 잘못된 원인의 파악은 엉뚱한 대책을 불러와서 비용과 시간의 낭비만을 불러올 것이므로 올바른 원인의 파악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녹조라떼" 발생의 원인에 대하여 널리 제시되고 있는 의견들은, '현재 우리나라의 강과 호에는 질소와 인과 같은 부영양화 물질(일종의 비료성분)의 유입이 많고, 여름철에 수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해짐으로써 조류가 급격하게 증식한 결과'라는 것과 4대강의 경우 '보로 인하여 유속이 느려져서 조류의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이라는 것과 '수심이 깊고 물이 정체되는 경우, 물의 성층화로 표층의 수온이 올라가기 때문'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설명은 지금 당면하고 있는 남세균 대번성의 원인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할 뿐만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해답을 주기도 어렵다.

먼저 부영양화 물질의 유입 문제와 관련하여, 과거 4대강 사업의 추진자들은 댐과 비슷한 구조의 보의 설치를 추진하면서 식물플랑크톤류의 대량 발생에 대비하여 강으로 배출되는 하수와 폐수의 처리 시설(점오염원)에 수천억 원의 비용을 별도로 들여서 인과 질소의 처리 시설을 대폭 보강하였다. 그러나 4대강 보의 가동 결과는 지금 눈에 보이는 바와 같이 "녹조라떼"의 창궐로 나타났다.

그러자 관련자들은 이 원인을 "비점오염원"에 의한 영양물질의 유입 때문으로 설명하며 비점오염원의 처리에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한 것으로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는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4대강 사업 이전에는 현재의 비점오염원에 더하여 점오염원의 인과 질소의 배출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낙동강과 금강의 물은 맑게만 흘러갔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수온이 높고 일조량이 풍부해지는 것'도 "녹조라떼"의 설명이 되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수온과 일조량 증가는 일반적으로 "녹조라떼"의 구성원인 남세균 뿐만이 아니라 녹조류도 번성하기에 좋은 조건이므로 "녹조라떼" 창궐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이해하기는 힘든 일이며, 4대강 사업 이전에도 하절기 수온과 일조량은 비슷한 조건이었지만 현재의 4대강 보 부근 지점에서 문제 발생이 없었던 사실에 비추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느려진 유속이 조류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설명은 자체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속도란 항상 상대적인 개념으로서 미생물인 조류가 유속이 느려진 사실을 감지하고 반응한다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이 조건이 남세균에게만 더욱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물의 성층화로 상층부 수온이 상승하기 때문이라는 것도 근거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수온 25℃에서 남세균은 녹조류(chlorophyta)나 규조류(diatoms)보다 성장 속도가 느리며, 30℃에서도 녹조류보다 빨라지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들로 남세균 대발생의 원인은 재논의가 되어야 한다. 남세균이 다른 광합성 플랑크톤과 독특하게 다른 점은 '탄소동화작용'과 함께 '공중질소의 고정'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다른 식물체들이 자신의 체적을 늘이고 개체 수를 증식하기 위해서는 일정량의 인 성분과 함께 상당량의 질소질 섭취를 필요로 하는 데 비하여, 남세균은 질소질이 결핍된 조건 아래서도 인이 풍부하다면 얼마든지 성장과 증식이 가능함을 의미한다. 이는 척박한 농토에서 질소고정 박테리아와 공생하는 콩과식물 이외에는 다른 농사가 잘 되지 않는 경험칙처럼, 해당 수계에 질소질이 결핍된데 비하여 인 성분이 풍부한 조건이 만들어짐으로써 남세균이 폭발적으로 증식했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어떤 수계 내에서 수중의 질소질이 소실되는 것은 생명체들이 영양분으로써 흡수하여 체내에 고정시키는 경우와, 혐기성 조건 하에서 수중 질소 산화물이 공중질소(N₂)의 형태로 환원‧소진되는 경우이다. 그리고 인 성분(농도)이 늘어나는 것은 외부로부터의 고 농도 인 함유수가 유입되는 경우와 수계의 하부에 난용성 염의 형태로 침전되어 있던 인이 물의 염기도 상승(pH 상승)으로 용출되는 경우이다.

이러한 상황들은 인간 활동에 의한 어떤 특별한 변동을 제외한다면 첫 번째로 평상시에 자연적 생명 활동의 결과로 계곡과 지천의 바닥에 미립자 상태로 가라앉아 누적되어 있던 입자상의 인산염이 홍수 시에 호로 휩쓸려 들어와 현탁‧부유하는 경우와, 두 번째로는 호의 바닥에 인의 염이 침전물의 형태로 가라앉아 있는 상태에서 산소의 공급이 끊기는 경우 주변의 유기물질이 부패하며 황산염과 질산염을 소진시키는 현상이 발생하고 이에 따라서 물의 pH가 상승하며 급격히 인이 용출되는 결과로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남세균의 갑작스러운 대발생은 수계 내에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조건이 형성되었을 때에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상수원 댐 등 호소 유입수의 완벽한 수질 처리와 같은 무리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방법보다는 하천의 재자연화나 정확한 원인 파악을 근거로 하는 합리적인 호소의 "녹조라떼" 해결책을 수립했을 때 비로소 문제의 해결이 현실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사의 내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태그:#녹조, #녹조라떼, #원인, #수질, #남세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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