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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전부터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주도적으로 추진하던 수상태양광 사업이 농민과 환경단체 등의 반대로 조용해지는 듯하더니, 지난 9월 한 에너지 관련 업체가 새만금지역의 수상과 간척지에 대규모 수상태양광발전설비 설치 협약사실을 공개한 것을 필두로 다시금 이 분야 사업의 적극적인 전개가 예고되고 있다.

그동안은 수상태양광발전설비 설치 또는 설치 예정지역의 농민과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환경오염과 경관 악화 등의 이유로 산발적인 반대 활동이 진행되어 왔으나 관련 기관들은 환경오염의 문제는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며, "농업인에게 이득이 되는 한국판 뉴딜정책"임을 주장하며 아무런 문제의식이나 대비책 없이 강행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커다란 오류가 아닐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종 저수지와 댐호수는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시피 소위 '녹조'의 창궐과 수질의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사태의 원인은 호소의 부영양화에 의하여 촉발되는 면도 있지만 보다 현실적인 원인은 수 생태계의 파괴로서, 수중의 영양물질들이 식물플랑크톤과 동물플랑크톤과 포식자들의 먹이 사슬에 의하여 제거되지 못하고, 식물플랑크톤의 자유로운 번식과 사멸 후 이들의 부패와 함께 호소 하층부의 산소가 고갈되며 나타나는 결과이다.

그런데 여기에 더하여 수 표면에 구조체를 설치하여 태양광선을 차단시킨다면 수계에는 식물플랑크톤의 광합성 활동 결과 생산되는 부산물 산소의 공급이 중단되면서 환원성의 부패가 더욱 가중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것은 과거 도시의 하천을 복개하자 하천들이 모두 썩어서 하수취를 풍기던 사례와 똑같은 원리로서 이때에도 복개를 철거하여 태양광선을 공급하는 외에는 피해나갈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따라서 수상태양광발전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태양광발전패널이 호소의 태양광선을 차단하여 녹조가 생기지 않는다며 좋은 현상으로 열거하는 것은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녹조조차도 생길 수 없는 최악의 상황임을 알아야 한다.

이러한 현상은 물의 산소 '포화용해도'가 상온에서 약 10ppm 내외로 매우 낮다는 원인에 기인한다. 즉, 물속에는 아무리 열심히 공기를 불어 넣어도 백만분의 10 정도에 해당하는 소량의 산소만이 녹을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는 수중의 생명체들의 산소 호흡에 의하여 순식간에 고갈 되어 부패가 시작될 수도 있는 불충분한 양이므로 수중의 산소를 유지시키는 것이 그만큼 어렵고 중요한 일이라는 의미가 된다. 따라서 길고 복잡한 설명이 필요 없이 수상의 구조물은 수 생태계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수상의 비교적 작은 면적이 덮인다면 다른 곳에서 생성된 산소가 확산되어서 금방 눈에 뜨이는 악 영향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수상의 폐색 비율에 따른 식물류의 발생 정도는 2018년도 런던 왕립학회의 한 연구보고서에 잘 나타나고 있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 지난여름 태풍에 휩쓸려 떠내려가서 인명피해까지 유발하였던 '인공수초섬'과 같은 수상 구조물이나, 요즈음 저수지 수상에 무분별하게 설치하고 있는 숙박시설이나 놀이시설 등은 수중 태양광선의 공급을 차단하는 반 생태적인 설비들에 해당된다.

한국농어촌공사와 한국수자원공사는 지난 수십 년간 저수지와 댐호의 수질개선을 위하여 수백억 원의 연구비를 들이고도 아직까지 녹조 등 수질 악화의 문제에 대하여 이렇다 할 개선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수질의 악화가 뻔히 예상되는 수상 차광 시설물들을 스스로 설치하려고 서두르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조치이다. 이들 기관은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서 수질의 개선과 유지를 위한 해답을 찾는 데 열중해야 할 것이다. 에너지와 관광 사업은 본연의 임무가 아니며, 설령 타 기관의 요청이 있을지라도 더욱 신중히 연구하고 적용 시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겠다.

태그:#수상태양광발전, #녹조, #수질오염, #용존산소, #저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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