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는 67쪽짜리 '기무사 계엄령 문건' 전문을 기사 하단에 첨부합니다. [편집자말]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과 육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대비계획 세부자료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임 소장은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여 건의문 등을 이미 완성해 두었다”라며 “국방부 비상대책회의, 국무회의 계엄 요건 검토 절차는 요식행위이고 미리 짜여진 스토리대로 진행하겠다는 이야기이다”고 지적했다.
▲ 임태훈 "법령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계엄 분명 마련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오른쪽)과 육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대비계획 세부자료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임 소장은 “벌어지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여 건의문 등을 이미 완성해 두었다”라며 “국방부 비상대책회의, 국무회의 계엄 요건 검토 절차는 요식행위이고 미리 짜여진 스토리대로 진행하겠다는 이야기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군사반란, 친위쿠데타에 가담했다는 점을 암시하는 핵심 증거라고 판단한다."

군인권센터가 완전히 공개된 67쪽 분량의 '국군기무사령부(아래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종 보고 라인으로 추정된다"라고 밝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문건에는) 대통령의 행동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대통령에게 결재를 받아야 하는 사항으로 문서의 최종 보고 라인을 추정할 수 있게 한다"라며 이 같이 발표했다.

실제로 해당 문건의 "유관기관 통제 방안" 항목에는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에 따르도록 지시하고, 국정원 2차장을 계엄사로 파견시켜 계엄사령관을 보좌토록 조치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임 소장은 "(문건에 따르면) 고문과 가혹행위가 발동할 개연성도 매우 높다고 추론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건에는 "계엄법 위반자 사법처리" 지침이 담겨 있는데 주로 민간인을 관장하는 "수사 3국(경찰)"의 위치를 "경찰청 홍제동 수사분실"로 적시하고 있다. 홍제동 대공분실은 군사정권 시절 고문이 이뤄졌던 남영동 대공분실의 후신이다.

임 소장은 "통상 시위가 발생하면 해당 지역 경찰서 혹은 해당 지역 경찰서에 소요가 발생할 경우 여러 곳에 분산해 수용한다"라며 "서울시내 경찰서가 그렇게 많음에도 왜 홍제동 대공분실을 수사 받는 기구로 설치해놨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반정부인사 또는 탄핵 기각에 불응하는 시민들을 고문이나 기타 가혹행위를 통해 제압하기 위한 불법적인 요소가 (문건에) 담겨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 문건은 당초 2급 기밀문서로 분류돼 있었지만, 국회의 요청에 따라 기밀해제 절차를 거쳐 국회 국방위와 법사위 위원들에게 제공되었다(관련기사 : 공개된 기무사 문건... 국민 기본권 제한, 국회 무력화 기도 드러나). 앞서 문건의 일부만 공개된 바 있다.

"계엄사령관이 어마어마한 직속부대 운영"


군인권센터는 기무사가 계엄실무편람을 어기면서까지 ▲ 계엄사령관의 직접 수행군 통제 ▲합동수사본부의 비대한 영향력 행사 ▲ 절차를 무시한 계엄 선포 등을 계획했다고 지적했다. 계엄실무편람은 합동참모본부가 만든 계엄 시행 규칙이다.

육군 법무관 출신의 김정민 변호사는 "(문건에 나오는) 계엄임무수행군은 계엄법, 계엄법시행령, 계엄사직제 등에는 안 나오는 용어다, 계엄실무편람에 보면 각 지구·지역계엄사령부에 등장하는 게 계엄임무수행군이다"라며 "그런데 (문건에 따르면) 법령에도 없는 계엄임무수행군, 어마어마한 중앙군이 만들어진다"라고 말했다.

문건에 따르면 계엄임무수행군은 기계화사단 6개(8·11·20·26·30사단, 수도기계화보병사단), 기갑여단 2개(2·5기갑), 특전사 6개 이상(1·3·7·9·11·13공수여단, 707대대)으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 서울 지역에 주로 20·30단과 1·3공수여단이 투입되고 나머지는 경기, 강원, 충청, 전라, 경상에 나뉘어 부대를 편성하도록 적시돼 있다.

김 변호사는 "계엄실무편람을 보면 계엄사령관 밑엔 직할부대가 없다, 계엄 시 계엄사령관이란 무소불위의 권력이 만들어지지만 실 병력을 두지 않아 일정 부분 권력을 분산하고 있다"라며 "계엄임무수행군은 각 지구·지역계엄사령관이 지휘하게 돼 있는데 만약 자기 휘하 부대가 아닌 다른 부대를 동원해 임무를 수행하려면 대통령 재가를 받게 돼 있다, 이는 서로 관할 지역을 넘나들면 내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하지만 (문건에는) 계엄사령관이 특전사까지 곳곳에 급파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는 군이 5.18 때 광주 지역 계엄에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라며 "5.18 당시 지역계엄사령관인 31사단장이 계엄에 미온적이었는데, 자기들 딴에는 그에 대한 반성으로 '계엄이 발동되면 지역에 맡기지 말고 중앙에서 중무장된 병력을 내려 보내야 한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언론사 폐간까지... 헌정질서 회복 위한 계엄 아냐"


육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대비계획 세부자료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계엄사령관에게는 군령권은 있으나 휘하에 병력을 두고 운영하지 않는다”라며 “중앙에 계엄사령관이 지휘하는 대규모 직할부대를 조성해 지휘하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 김정민 변호사 "계엄시 계험사령관이 직할부대 지휘는 비정상적인 상황" 육군 법무관 출신 김정민 변호사와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이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무사 대비계획 세부자료 공개하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계엄사령관에게는 군령권은 있으나 휘하에 병력을 두고 운영하지 않는다”라며 “중앙에 계엄사령관이 지휘하는 대규모 직할부대를 조성해 지휘하는 것은 매우 비정상적인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합동수사본부의 비대한 영향력 행사와 관련해, 임 소장은 "계엄실무편람에 보면 합동수사본부가 계엄사령부 밑에 다른 기구와 동등하게 나열돼 있다"라며 "하지만 문건에는 계엄사령부 옆쪽으로 합동수사본부를 빼놨다, 과도하게 합동수사본부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 과거 12.12 군사반란과 매우 흡사하다"고 지적했다. 10.26 사태 당시 보안사령관(기무사령관 전신)이었던 전두환은 이후 계엄령이 선포되자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고, 이후 12.12 군사반란을 일으켰다.

김 변호사는 "법령에 따르면 합동수사본부는 계엄 시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문건에 따르면 이 계획은 합수부가 주도하는 형태의 계엄을 상정하고 있다"라며 "국정원에까지 통제권을 장악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더해 이 문건의 가장 독소라고 할 수 있는 국회의원 체포에 관한 내용도 있고 9명의 검열단을 통해 언론까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도도 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변호사는 "특히 계엄실무편람에는 언론사 통제에 주의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라며 "하지만 문건에는 언론인을 형사처벌하고 언론사를 폐간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아무리 봐도 헌정질서를 회복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계엄이 아니라 국가 권력을 진공 상태로 만든 다음 무주공산에 누군가 올라가려는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된다"라고 말했다.

계엄 선포 절차 무시와 관련해, 임 소장은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합동참모본부 군사지휘본부에서 통합결심지원책에 의해 계엄 선포 요건을 먼저 검토한다"라며 "이어 국방부 비상대책위에 건의하고, 국방부 기획조정관이 국무총리에 보고하고, 국무총리가 대통령에게 국가안전보장회의 개최를 건의해 국무회의에서 의결 후 대통령이 승인·선포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임 소장은 "하지만 문건을 보면 국가비상대책위라는 곳에서 합동참모본부의 검토도 없이 갑자기 위수령이 등장한다"라며 "합동참모본부를 배제한 채 서울에 위수령을 선포해서 그 다음 계엄령으로 넘어가기 위한 것이다, 체계에도 맞지 않는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다"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임 소장은 "이 문서는 기무사 3처가 작성한 문건인데, 집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은 기무사 1처에도 또 다른 문건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군검찰과 서울중앙지검 공안 2부는 강제수사를 통한 광범위한 압수수색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난 3월 8일 최초 폭로 이후 증거가 인멸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라며 "퇴임한 법무관리관 노수철과 육군법무실장 이동호에 대한 강제수사가 필요하다, 이들이 (송영무) 국방장관의 판단을 흐리게 했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덧붙였다.



태그:#기무사, #계엄령, #박근혜, #군인권센터
댓글2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