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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는 민주당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 출구조사 결과에 환호하는 민주당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치러진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더불어민주당 개표상황실에서 추미애 대표와 홍영표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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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는 문재인 대통령이 치른 느낌이 없지 않는 것 같습니다."

6.13 지방선거일 저녁, 각 당 의원들과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분석하던 JTBC 손석희 보도담당사장은 여당의 압승을 두고 이렇게 평가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압도적인 여당의 승리를 해석해낼 재간이 없었을지 모를 일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출연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 역시 "중도 지지층이 '문재인 대통령을 지원해주자'라는 민심의 흐름"이라면서 "문재인으로 시작해 문재인으로 끝난 선거"라고 맞장구를 쳤다.

앞서 유권자들 앞에서 큰절을 하며 한국당 지지를 읍소했던 장제원 의원. 그의 이러한 평가는 '보수의 몰락'이나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방선거 결과를 애써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과 연관 짓고 그 의미를 축소하는 해석으로 읽힐 여지가 다분했다. 이런 세간의 평가를 의식한 듯,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발표했다.

"국민들께서 정부에 큰 힘을 주셨습니다. 지방선거로는 23년 만의 최고 투표율이라니 보내주신 지지가 한층 무겁게 와닿았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국정 전반을 다 잘했다고 평가하고 보내준 성원이 아님을 잘 알고 있습니다. 모자라고 아쉬운 부분이 많을 텐데도 믿음을 보내셨습니다. 그래서 더 고맙고 더 미안합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새롭게 가다듬겠습니다. 더 노력하겠습니다. 선거 결과에 결코 자만하거나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습니다. 지켜야 할 약속들과 풀어가야 할 과제들이 머리 속에 가득합니다. 쉽지만은 않은 일들입니다. 그러나 국정의 중심에 늘 국민을 놓고 생각하겠습니다. 국민만을 바라보며 나가겠습니다."

"국민만 바라보며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말이야 말로 6.13 지방선거 결과를 함축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 '문재인 효과'로 축소시키기엔 짚어볼 구석이 너무 많다. '여당의 압승'이나 '진보의 승리'로 단순화시킬 수준이 아니다. "이제야 대선이 끝난 느낌"이라는 한 여론분석전문가의 총평마냥, 촛불혁명과 조기 대선의 시대정신을 그대로 이어나간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 결과를 세세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14 대 2(광역단체장), 151 대 53(기초단체장), 그리고 11 대 1(국회의원 재·보궐). 여당의 압도적인 승리를 예측했던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럼에도 지방선거 당일 개인적으로 예측(가능)했던 결과가 일정 정도 들어맞았기에 이를 소개해볼까 한다. 그 예측은 바로 '(수구)보수의 몰락'과 '혐오 정치의 퇴출' 그리고 '청년·진보정치의 활약' 되겠다.

[보수의 몰락] 시대감각 떨어지는 정치인은, 이제 그만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가 1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유세를 펼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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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을 보유한 북한의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것을 가슴 아프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남북에 대해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저로서는 우리 국민과 국가가 크게 한 번 (핵 보유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의 이목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싱가포르에 쏠려있던 12일,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김문수 한국당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이런 말들을 쏟아냈다. 이 발언을 주목할 수밖에 없던 이유는 "핵을 보유해야 한다"라는, 망상 수준이 아닌 망언 때문이리라.

북한의 비핵화는 단순한 핵 포기가 아니라 종전선언을 포함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으로 가는 징검다리를 의미한다. 그 앞에서 남북미가 그리고 중국·일본·러시아가 주판알 튕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미국 중간선거 승리를 노리는 트럼프도, 핵을 포기하고 경제원조를 비롯한 북한 체제변화를 이뤄낼 듯한 김정은도, 그 중간에서 협상가로서의 역할을 인정받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또한 자국의 이익을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협상 테이블 앞에 앉아 있는 것이다. '경제는 곧 평화'라는 기조 아래 말이다.

그 앞에서 때 아닌 '핵 보유' 운운하는 김문수 후보의 현실 인식은 진지했기에 더욱 가관이었다. 그에 발맞춰, 투표 하루 전인 12일 밤 한국당과 대한애국당은 경쟁이라도 하듯 태극기 집회 장소로 각인된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막판 유세를 펼쳤다. 당시 홍준표 대표와 김문수 후보는 나란히 큰절을 했다.

그렇게, 그들이 이들이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보여준 것은 '구태' 그 자체였다. 전 세계가 주목하고 응원하는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두고 '북풍' 운운하며 폄훼하기 바쁜 보수. 급기야 제 이익만을 쫓으며 '반미'까지 서슴지 않는 그들의 안중엔 '권력 놀음'밖에 없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었다.

퇴장하는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 결과에 대해 대표직 사퇴를 공식 발표한 뒤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 있다.
▲ 퇴장하는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6.13 지방선거 참패 결과에 대해 대표직 사퇴를 공식 발표한 뒤 밖으로 나와 엘리베이터에 올라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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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는 바로 한국당의 참패였다. 결국 정우택 전 원내대표는 14일 "보수는 죽었다"라고 선언했다. MBC 선거방송에 출연한 전원책 변호사는 출구조사를 확인한 뒤 "(보수가) 망해도 싸다"라는 <조선일보> 칼럼을 수차례 언급하며 "보수를 살려달라"고 읍소했다. 홍준표 대표는 14일 사퇴했다.

그런 보수가 '민생'을 내세울 자격이 있는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실정에 대한 통렬한 반성 없이 문재인 정권을 향해 '경제 파탄'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국민들이 따져 묻고 심판한 것이 바로 이번 6.13 지방선거의 결과일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의 유권자들은 떨어지는 시대 감각을 보이는 정치인은 시민을 대표할 수 없다는 걸 투표로 증명했다. 이러한 선거혁명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 효능을 자랑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과연 사전적 의미의 보수라기보다 수구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당과 보수 야당 사이에서 솔솔 흘러나오는 정계개편설이 얼마나 환골탈태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혐오 정치의 퇴출] 일베와 다름없던 그들의 '대거 퇴출'

 선거운동 기간 중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진실 알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선거운동 기간 중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에서 4.16생명안전공원 진실 알리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세월호 유가족들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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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과정에서 세월호 유족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 안산시 일부 한국당·바른미래당 후보들의 마타도어는 일베의 혐오 표현과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보수라는 가치를 앞세운 일부 야당 후보들은 '세월호 참사 피해 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추진 중인 416생명안전공원(세월호 추모공원) 사업을 두고 "추모공원은 납골당" "개가 죽어도..." 등의 표현까지 사용했다.

'416생명안전공원 화랑유원지 전면 백지화'를 주 공약으로 내세웠던 후보들은 대거 낙선했다(관련 기사 : 세월호 '혐오 정치' 응징한 안산시민, 그러나 남은 이름들). '빨갱이' '전라도'와 같은 레드콤플렉스, 지역주의에 근거한 혐오와 선동의 정치는 유권자들의 힘으로 대거 퇴출됐다. 퇴행의 정치를 거부하는 유권자들의 힘이 작동한 결과다.

한편,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시민단체모임인 지방선거혐오네트워크가 김문수 후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다.

지난 13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홈페이지를 통해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는 선거유세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노골적 혐오를 나타내며 차별적인 시선과 비과학적인 인식을 사회적으로 확산시켰다"라면서 "세월호 참사와 여성 비하적인 표현을 쏟아내며 악의적 선동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상담소는 김문수 후보를 인권위에 진정하기 위한 공동 진정인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김문수 후보는 지난 5월 13일 서울시장 후보 유튜브 방송에서 "동성애는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훨씬 유해하다, 한번 맛들이면 끊을 수가 없다"라고 말하는 등 수많은 혐오발언을 했다.

김문수 후보가 기록한 득표율 23.3%이 놀랍긴 하지만, 선거 기간 김 후보를 향해 쏟아진 반발과 비판이야말로 혐오 정치를 향한 유권자들의 거부의 몸짓이라고 할 것이다. 김문수 후보를 향한 인권위 진정은 그러한 혐오정치를 퇴출시키기 위한 상징적인 행동으로 평가할 수 있다.

비록 여당이나 진보정당 후보의 공약이나 발언 중에서도 차별과 혐오의 기운이 감지되기도 했다. 예컨대 여당 후보 중 상당수가 중장년층 남성이었던 점, 다시 말해 '여성 배제의 정치'는 우려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그럼에도, 6.13 지방선거 결과가 차별의 언어를, 혐오의 정치를 축소시키는 미래로 나아가길 바란다.

[진보와 청년의 이름] 다음 선거가 기대된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전체회의 및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대위 전체회의 및 해단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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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에서 정의당은 목표한 바를 충분히 이루지는 못했지만 정당투표에서 3위를 이루고, 경기도 2석을 포함해서 수도권과 호남권, 그리고 충남, 경남, 제주도에서 광역비례의원을 배출하였습니다.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에 보내주신 국민여러분의 격려와 지지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표로 보여주신 국민의 뜻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

정의당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조건 없이 협력하겠습니다. 다만 공룡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매서운 채찍은 꼭 쥐고 있겠습니다. 비리 국회의원 감싸고 가난한 노동자 호주머니 터는 더불어민주당의 기득권 정치에 대해서는 단호히 견제하고 비판하겠습니다. 거침없는 개혁과 더 큰 변화를 향한 정의당의 사명을 흔들림 없이 이어 가겠습니다."

14일 심상정 정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이 내놓은 선거 총평이다. 정의당의 선거 결과를 두고 반신반의하거나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총 37명의 당선자와 서울시 정당득표율 9.69%, 경기도 11.44%라는 수치는 분명 유의미하다. 광역단체장을 당선시키지 못했다는 한계는 뚜렷하지만, 2년 후 총선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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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뚜렷한 족적은 녹색당이 거뒀다고 봐야 마땅하다. 벽보 훼손 사건으로 인해 더 큰 주목을 받은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신지예 녹색당 후보는 4위를 차지했고, 격전지였던 제주도에서 고은영 후보는 3위를 차지했다. 둘 다 2030 여성 후보다. 원외 정당이자 진보정당으로서 녹색당은 선명성을 자랑하면서 두각을 드러냈고, 유권자는 눈길을 보냈다.

여당의 압승과 보수의 몰락, 그 틈바구니 속에서 6.13 지방선거는 대안과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좋은 출발점이다. 예컨대, 기존 정당이나 무소속으로 광역의회와 기초의회 선거에 출마한 2030 정치인들의 출마 과정이나 유세전은 일부 진보언론이나 소셜미디어 상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다음 지방선거에서는 기존 진보정당은 물론, 청년 정치인들이 훨씬 더 많이 당선하기를, 선거에 뛰어들길 소망한다. 이들이야말로 남성 중심, 중장년 중심, 정당 중심의 기존 정치판에 균열을 내고 바람의 변화를 불러올 진짜 '민생 정치', 진짜 '청년 정치'의 자원들 아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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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영화 기자, 오늘은 프리랜서 글쟁이. 살다보니 시나리오 쓰는 사람.

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