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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7년 11월 23일 수험생들이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2018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2017년 11월 23일 수험생들이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고사장에서 시험을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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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환(가명)이와 민준(가명)이는 올해 중학교를 졸업한 동창생으로, 3년간 내리 같은 반이었던 단짝이었다. 성격과 성적은 물론 키와 생김새까지 비슷해 반 친구들은 둘을 쌍둥이라고 별명을 지어 불렀다. 축구 시합을 할 때 혹여 서로 다른 팀이 되면 헛갈려 패스가 엇나가는 등 실수가 연발되곤 했다.

형제보다 더 친했던 둘은 이후 서로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정환이는 집에서 멀지 않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 입학했고, 민준이는 집을 떠나 타지의 대안학교로 진학했다. 여느 대안학교가 대개 그렇듯, 민준이는 일찌감치 전국에서 모인 또래의 낯선 친구들과 기숙사 생활을 하게 됐다.

둘 모두 부모님이 자신의 판단과 선택을 믿고 응원해주셨다면서, 자발적인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남들 하는 대로 평범하게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과 고등학교 3년 동안만큼은 남들과 다른 생활을 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서로 달랐을 뿐이다. 둘 다 모나지 않고 수더분한 성격이라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아이들이다.

둘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피자가게나 치킨가게에서 만나 종일 수다를 떨곤 한다. 대안학교에서 이따금 주어지는 별도의 가정학습 기간을 이용해 민준이는 오랜만에 집을 찾아왔고, 맨 먼저 정환이를 만난 모양이다. 스승의 날에 맞춰 모교를 찾아온 그들의 학교생활 '뒷담화'를 살짝 엿들어봤다.

일반고와 대안학교에 간 아이들, 극과극 학교생활

같은 고등학생이라고 하기엔 둘의 학교생활이 너무나 달랐다. 비슷한 게 하나도 없다보니 공감은커녕 대화 자체가 안 될 성싶었다. 학교 안팎의 주변 환경도, 커리큘럼도, 일과도, 심지어 일상생활 속에서 겪는 또래 친구들 사이에 벌어지는 소소한 갈등조차도 사뭇 달랐다.

정환이의 학교생활 이야기에 민준이는 '설마'를 연발했고, 민준이의 이야기가 끝나면 정환이는 '실화냐?'고 반문하기 일쑤였다. 정환이에게 민준이가 다니는 학교는 '놀이터'였고, 민준이에게 정환이의 학교는 '감옥'이었다. 서로 '딱 절반씩 섞였으면 좋겠다'고 너스레를 떨었지만, 둘의 표정은 극과 극이었다.

우선, 민준이는 국영수 등 교과수업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고 했다. 교과수업은 매일 오전에만 이루어지고, 오후에는 줄곧 방과 후 활동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선지 그의 학교에서는 가장 중요한 수능 교과인 국영수가 '기타 과목' 취급을 받는다고 말했다.

정환이는 정규수업에 방과 후 수업까지 합해서 매일 9시간 동안 교과목을 배우고, 저녁 식사 후 밤 10시까지 야간자율학습(야자)을 한다. 그의 말마따나, 대한민국 고등학생들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다. 작년부터 야자를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허용됐지만, 오랜 관행 탓인지 대부분의 아이들은 야자를 신청한다.

월요일 오후엔 농사를 배우고, 화요일과 목요일엔 동아리 활동을, 수요일엔 자유 시간, 금요일엔 학생과 교사가 한데 모여 전체 회의를 갖는 민준이의 학교생활을 정환이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당장 학생과 교사가 함께 회의를 한다는 것 자체를 상상할 수 없다는 거다. 되레 자유 시간은 대체 무엇을 배우는 시간이냐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어이 없어 하는 건 민준이도 마찬가지였다. 동아리 활동 시간이 다른 행사 시간으로 대체되기 일쑤고, 체육시간이 일주일에 고작 한 시간뿐이라는 정환이의 말에 혀를 내둘렀다. 일주일에 영어 수업이 세 시간이나 된다는 민준이의 말에, 정환이는 방과 후 수업을 포함하면 자기는 하루에 세 시간이라며 헛웃음을 지었다.

또, 민준이의 1학년 교과서 대금이 2만5000원이라는 사실에도 정환이는 놀라워했다. 처음엔 한 과목의 교재 값으로 잘못 이해했단다. 정환이는 선배들의 말을 빌려 영어 한 과목의 1년 치 교재 값만 해도 10만 원을 훌쩍 넘을 거라면서, 2만5000원이면 그야말로 '껌값'이라고 말했다.

민준이는 지리산 종주 등반이나 제주도 올레길 걷기 등 커리큘럼 상 다양한 체험활동이 많아 교재 값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닐 만큼 돈이 많이 든다고 '위로'했지만, 정환이는 연신 부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참고서나 문제집을 통해서 배우는 것보다 직접 몸으로 겪으며 얻는 게 훨씬 더 많지 않겠느냐며 어른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참고서와 문제집은 '책'이 아니라면서.

시험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둘 다 막 중간고사를 마치고 홀가분해 하는 얼굴이었다. 다만, 성적에 대해 느끼는 부담감은 크게 달라보였다. 민준이는 중학교 시험 때보다도 긴장감이 떨어지더라며 태연하게 웃었지만, 정환이는 반 친구들 모두 성적표에 적힐 과목별 등급에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고1 교실의 분위기를 전했다.

민준이는 시험 전날에도 동아리 축구시합에 나설 만큼 시험 준비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단다. 사실 그곳에선 시험을 불시에 수시로 치르는 게 원칙이라고 여길 만큼 시험기간도 범위도 따로 공지하지 않는다고 한다. 지필시험보다 수행평가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아이들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환이는 전혀 달랐다. 그의 표현대로 '한 번 미끄러지면 그걸로 끝'이기 때문에 그 어떤 시험도 포기할 수 없다고 했다. 아닌 게 아니라, 고작 중간고사 한 번을 치렀을 뿐인데 시험이 끝나자마자 쏜살같이 교무실로 달려와 불안해하는 얼굴로 몇 점까지가 1등급이냐고 다짜고짜 캐묻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학교장 환영사부터 달랐던 아이들

따지고 보면, 그럴 수밖에 없는 환경 탓이었다. 둘은 각자의 입학식 때 학교장으로부터 들은 환영사가 180도 달랐다. 민준이는 '대학이 고등학교 교육의 지상 목표일 순 없다. 5년 뒤든 10년 뒤든 학업에 대해 절실한 필요를 느끼거든 그때 진학해도 늦지 않다'는 말을 들었다는데, 정환이의 학교장은 '명문대 진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1을 고3처럼 보내야 한다'며 강조했단다.

민준이는 지금 록 밴드 동아리 두 곳에 가입해 기타와 드럼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중학교 때까지는 단 한 번 만져본 적이 없을 만큼 악기에는 젬병이었지만, 지금은 용돈을 모아 기타를 구입할 꿈에 부풀어 있다. 그의 손가락 끝엔 어느새 굳은살이 배겼고, 책가방에는 참고서와 문제집 대신 기타 피크와 드럼 스틱이 들어있다.

정환이는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맞장구치면서도, 음악에 꽂힌 민준이의 일상을 대책 없는 '배짱이의 삶'이라며 짐짓 놀려댔다. 잠잘 시간도 아쉬운 마당에 무슨 한가한 악기 타령이냐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실상 배울 시간도 없으려니와 대학에 가서 배워도 늦지 않는다며 자위했다.

정환이가 가입한 동아리는 영어 시사 논술반이다. 시사적인 문제를 소재로 자신의 견해를 영어로 써서 발표하는, 학교 내에서 나름 수준 높은 동아리다. 그래선지 상위권 학생들이 주로 가입하고, 학년말에는 별도로 보고서를 만들어 발표대회까지 여는 등 눈에 띄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동아리 활동이 그다지 즐겁지 않다고 했다. 애초 영어와 논술 등에 관심이 있어서가 아니라, 학교생활기록부 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는 데 크게 보탬이 될 거라는 선생님들의 말에 선뜻 가입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상위권 아이들끼리 모여 있는 곳이라, 공부를 하는 데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이라 여겼단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동아리 활동조차 대학입시에 결부시키는 정환이를 민준이는 납득하지 못했지만, 그건 정환이도 마찬가지였다. 대책 없이 놀기만 해서 어떻게 대학에 갈 거냐며 외려 민준이를 걱정해주었다. 근처 '지잡대'라면 몰라도 최소한 '인-서울' 대학에 가려면 고1 때부터 대학입시에 '올인'해야 한다고 나무라듯 말했다.

둘 중 누가 명문대 진학 가능성이 높은지는 명약관화다. 적어도 지금 대학입시에 관심조차 없는 민준이에겐 하나마나한 질문일 뿐이다. 정환이는 "학창시절 저렇게 원 없이 놀아놓고선 좋은 대학까지 간다면 너무 억울할 것 같다"며, 3년 뒤 민준이보다 자신이 좋은 대학에 가는 게 공정하지 않느냐고 농반진반 되묻기도 했다.

대학입시 개편 논란... 학생의 삶은 달라질 게 없다

그러고 보니 대학입시 개편 방안을 두고 논쟁이 한창이다. 정부는 공론화하여 대안을 마련하겠다며 여러 이해 당사자를 불러다 공청회를 열고 있다. 이를 통해 수능과 학종의 비율 조정 문제와 정시와 수시의 선발 시기 통합 문제,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여부 등을 확정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어떻게 결정이 나든 이해 당사자의 첨예한 갈등이 사라질 것 같진 않다. 대학입시에 관한 한 모든 국민이 이해 당사자인 마당에 외려 학교교육을 대학입시에 더욱 종속시킬 우려가 크다. 대학입시를 12년 학교교육의 '종착역'으로 간주하는 고정관념이 사라지지 않는 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묘안이 나오긴 힘들 것이다.

어쩌면, 공론화하여 대안을 모색하기보다 민준이처럼 기꺼이 '대책 없는 베짱이의 삶'을 선택하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걸 기다리는 게 더 빠를지도 모르겠다. 정환이도 민준이도 대학입시가 어떻게 바뀌든 고등학생들의 일상이 피폐해지는 건 피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서로 다른 학창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이 점에서만은 둘의 생각은 일치했다.

사족 하나. 명문대 진학 가능성을 차치한다면, 민준이의 일상이 훨씬 고등학생다워 보인다. 얼마 전 민준이는 부러 서울에 올라가 선거권 연령을 18살로 낮추라는 집회에 다녀왔다고 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18살이라는 점과 선거권 연령 하향이 향후 청소년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었단다. 서글픈 고백이지만, 지금 내가 가르치고 있는 고2 아이들 대부분은 그런 게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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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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