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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상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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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날이면 나는 몸살을 앓는다.

중학교 2학년 때였던가? 선생님이 느닷없이 가방을 책상 위에 올려놓으란다. 내 차례가 왔다. 가방을 거꾸로 들고 탈탈 털었다. 도시락 두껑이 열리고 김치 국물과 함께 젓가락 한짝이 마루바닥에 뒹굴었다. 그리고 시집 한 권이 내 발등을 찍었다.

커다란 칠판이 걸린 무대 위로 불려나갔다. 광어처럼 넙적하고 투박한 선생의 손바닥이 수없이 내 양 뺨을 흝어나갔다. 이유는 간단했다.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네까짓게 뭔 시를 읽는다고? 없는 집 자식이면 없는 집 자식답게 살지 못하고 건방지게 시는 무슨?"

이를 악물었다. 오른쪽 뺨을 맞으면 왼쪽 교실 바닥에 코피를 흩뿌렸고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교실 바닥에 코피를 흩뿌렸다.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울려도 매는 그칠 줄 몰랐고 창밖에는 다른 반 애들이 매달려 구경을 하고 있었다. 교복은 피투성이가 됐고 코피는 멈추지 않았다. 선생을 째려보면서 되알지게 한마디 했다.

"개새끼"

교실 천장이 핑그르르 돌았다. 깨어나보니 양호실이었다. 어머니가 일주일을 학교에 불려다녔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퇴학 이야기부터 선생에게 온갖 협박을 다 받았단다. 속사정은 이랬다. 보름 전, 어머니가 학교를 다녀오셨는데 빈 손으로 다녀오신게다. 결국 봉투를 두어 번 갖다 바치고서야 일이 마무리 됐다.

1960년대 말, 그 이후로 나는
시를 멀리했다. 그리고
그때 내 입에서 튀어나온
코피에 범벅이 된 "개새끼"라는 욕은
아직도 유효하다.

스승의 날이면 나는 몸살을 앓는다.

토닥토닥

어제 아침 출근해서 오늘 아침 퇴근길, 지하철 손잡이에 매달려 눈 감으니 장마에 불어난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를 내며 출발한 열차가 토닥토닥 어깨를 두드리며 잠을 재운다

용마산 역을 출발하면 "다음은 사가정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깨워줄 것을 알기에 마음놓고 잠을 청한다

철커덩 철컹 열차 소리는 알몸으로 할머니 젖을 움켜쥐고 잠든 귀에 개 짖는 소리처럼 다정하고 2분 간격으로 들려오는 안내멘트는 "아이구 우리 똥강아지" 할머니의 혼잣말처럼 아련하다

지하철 스무 정거장 42분, 퇴근길 잠이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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